유럽여행

20일간의 유럽여행 - 파리 루브르

초하류 2018. 1. 15. 18:38

2017.09.08
오늘은 사실상 파리에서의 마지막 일정. 대망의 루브르로 가는 날이다.

일정이 빠듯해서 좀 더 일찍 일어 나서 움직이려고 했지만 결국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시간에 호텔을 나섰다.

오늘의 행선지는 우선 전철을 타고 개선문을 간 다음 다시 천철을 타고 노틀담 대성당을 보고 퐁눼프의 다리를 지나 르부르까지 도보로 파리 시내를 구경 하는 빡빡한 일정 이었다.

이젠 익숙한 전철역에서 전철을 타고 개선문에 도착했다. 많은 관광객들이 개선문을 구경 하고 있었다. 웅장한 개선문에 아로 새겨진 섬세한 조각들을 훑어 본 다음 전철을 탔다. 그런데 마눌님이 소홍이라는 음식점의 쌀국수가 너무 맛있다며 먹고 가는게 어떠냐는 제안을 해왔다. 위치도 노틀담 가는 도중이었다.

구글 지도를 앞세우고 식당을 찾아 갔다. 소홍은 길쭉한 테이블이 3개가 있고 각 테이블마다 마주보는 의자 6개가 놓인 아주 작은 식당이었다. 자리가 나면 손님들 사이에 껴 앉아야 했는데 빈자리가 날 틈이 없이 손님이 많았다.

우리는 다행히 점심 시간보다 조금 일찍 와서 5분 정도 기다려서 자리에 앉을 수 있었지만 우리가 쌀국수를 받을 즈음에는 쉴세 없이 포장 주문이 전화로 걸려 오고 식당 문앞에 길게 줄을 지어 섰다.

우리 맞은편에 한국인 주재원으로 보이는듯한 직장인들이 앉았는데 지난주까지 식당이 바캉스여서 너무 먹고 싶었다며 이 집이 파리에서 제일 맛있는 쌀국수 집이라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셨다.

쌀국수 두그릇과 비빔국수 한그릇이 나왔다. 고수 대신 애플민트가 나온게 좀 아쉬웠지만 국물도 진하고 면도 맛있었다. 파리에서 제일 맛있다고 할만한 맛이었다. 가격도 보통 한그릇에 8유로, 곱빼기(그랑데)는 8.8유로로 저렴한 편이었다.
 
맛있고 든든하게 식사를 마치고 씩씩하게 길을 나섰다. 소홍에서는 노틀담으로 바로 가는 버스가 있었기 때문에 버스를 탔다.

어제 베르사이유에서는 얼떨결에 승차요금을 냈지만 이번엔 멋지게 나비로로 승차해야지 마음 먹었다. 그런데 나비로를 꺼내서 체크기에 가까이 대려고 하자 버스 운전기사분이 뭐라고 프랑스어로 이야기를 한다. 기둥 양쪽에 체크기가 있는데 저쪽에 대라는건가? 하는데 손을 휘젓더니 내 아래쪽을 가르키며 뭐라고 계속 이야기를 하셨다. 내려다 보니.. 오마이갓.. 호텔 카드키가 떨어져 있었다. 땡큐를 연발하며 버스에 올랐다.
 
파리 시내 관광을 하는 마음으로 버스를 타고 노틀담으로 향했다. 노틀담은 관광객 누구나 들어갈 수 있었는데 짧은 줄을 서서 가방 검사를 해야 했다.

성당 내부는 웅장하고 엄숙한 분위기. 뭔가 막 기도를 해야 할꺼 같고 경견해야 할꺼 같은 분위기였다. 어두운 실내와 화려한 스테인글라스, 촛불 그리고 860년동안 지어지고 있다는 겹겹의 레이어드된 실내는 굳이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성호를 긋게 하고 기도를 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재인이에게 촛불을 하나 켜게 하고 양가 할머니들을 위해 기도를 잠시 하라고 일렀더니 조그마한 손을 모으고 눈을 꼭 감은체 한참을 기도하고 나욌다.
 
노틀담 성당을 나와 10분 거리에 있는 퐁눼프의 다리로 걸어갔다. 세느강 주변에는 까페가 즐비했고 오래된 잡지나 카툰 그리고 중고 서적을 기념품들과 함께 팔고 있었다. 이런 저런 물건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비가 오기 시작해서 우리는 눈에 보이는 까페로 들어갔다. 에스프레소 두잔과 재인이를 위한 아이스크림을 시켰다. 커피를 마실 때 설탕도 밀크도 더하지 않는 편이자만 에스프레소는 설탕을 탔다. 그런데 오~~ 이 에스프레소는 맛있었다. 그렇게 쓰지도 않고 탄맛이 나지도 않았지만 진한 커피향과 함께 뭔가 커피스러운 맛을 농축시켜서 마시는 느낌이랄까? 마지막에 꿀처럼 녹은 설탕이 따라 들어오면서 달콤 쌉싸름한 파리 에스프레소 완성. 노틀담이 보이는 세느강변 카페데리어에 앉아 마시는 에스프레소 아주 베리 굿~
 
지나가는 비였는지 비가 그쳤고 다시 걸음을 옮겨 퐁눼프의 다리로 향했다. 어릴적 영화에서 보던 퐁눼프. 사실 세느강은 한강에 비하자면 아주 작은 강이어서 우리집 앞의 중량천 보다 작았다. 하지만 그 강을 건너는 다리는 우아한 조각과 함께 보행자들이 쉬어 갈 수 있도록 동그랗게 마련된 쉼터로 멋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겼다. 퐁눼프를 지나 잠시 더 걸어가자 드디어 오늘의 메인 이벤트 루브르의 거대한 성채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유명한 피라미드앞에 마눌님과 재인이를 기다리게 하고 인터넷으로 미리 구입해둔 Skip the line 표를 찾아왔다. 표를 가지고 왔더니 재인이는 갑자기 소변이 마렵다며 화장실을 찾았다. 화장실이 갑자기 나타날리가 만무하고 줄도 길어 보여서 일단 입구에 있는 까페로 들어갔다. 어마어마하게 아름다운 웨이터리스와 그만큼 잘생긴 웨이터들이 자리를 안내했다. 일단 에스프레소 3잔을 시키고 마눌님은 재인이와 함께 화장실로 달려갔다. 이 에스프레소는? 오 이 에스프레소도 맛있다. 눈앞에 펼처진 루브르궁전의 멋진 뷰는 덤~ 화장실을 다녀온 마눌님도 가격은 비싸지만 이 호사스러운 까페가 그리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한잔은 나눠 마시고 두잔은 텀블러에 담았다. 계산을 하려고 빌지를 들고 일어서는데 웨이터가 황급하게 나를 부른다. 나는 마눌님을 가르켰는데 여전히 뭔가 불안한 표정.. 알고 보니 자리에서 웨이터를 불러 계산을 끝내는 곳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런 곳에서 갑자기 벌떡 일어나 나가려고 했으니 당황 할만도 했다.
 
루브르의 줄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스킵더라인표가 무색하리만큼 줄을 서나 스킵더라인으로 들어가나 별반 차이가 없었다. 검색대를 통과하자 밖에서 보았던 유리 피라미드의 아래였다. 루브르 하면 일단 모나리자 우리 셋은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열심히 걸어갔다. 그런데 마눌님이 루브르에선 그래도 오디오 가이드를 빌리자며 잠깐 기다리라고 했다. 잠시후 빌리는데 너무 힘들었다며 마눌님이 고개를 저으며 나타났다.
 
오디오 가이드를 목에 걸고 세명이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올라가는데~ 오마이갓~ 그 유명한 니케석상이 눈앞에 나타났다. 니케의 석상은 그 자체도 멋지지만 놓여 있는 장소가 예술이었다. 높고 높은 천장을 받치는 아치가 몇 개 겹친 저쪽 환하게 조명을 받으며 서있는 니케의 모습은 석상만으로는 느끼기 힘든 박력있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니케를 지나 드디어 모나리자. 요즘은 성수기가 아니라 그런지 근처에서 보기 너무 힘들다는 모나리자도 어렵지 않게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었다. 신비한 미소나 눈썹 오디오가이드가 설명해주는 이런 저런 기법을 제 처 놓더라도 척봐도 그림의 완성도 자체가 다르게 보였다. 모나리자를 한참 보다 셋다 인증샷까지 찍고는 딸아이가 고대하던 이집트 유적을 보러 출발. 하지만 쉽게 찾을 수는 없었다.
 
오디오가이드는 닌텐도의 닌텐도DS에 설치된 프로그램으로 작동 하는데 닌텐도에 탑재된 GPS모듈의 한계인지 아니면 프로그램이 그런건지 맵에 위치는 찍어 주는데 그 위치가 현재 내가 선곳에서 어느 방향인지 가르처 주는 기능이 없었다. 이걸 5유로에 빌려주고 다시 수거하고.. 난리를 치느니 차라리 스마트폰에 앱을 하나씩 설치해 주거나 스마트폰이 없으면 설치된 스마트폰을 빌려 준다면 관리도 쉽고 기능도 훨씬 뛰어날텐데..
 
어쨌거나 어렵게 어렵게 찾아간 이집트 섹션은 이집트 매니아인 딸아이가 충분히 만족할 만한 다양한 유물들로 체워져 있었다. 유물들을 보던 딸아이가 말했다.
 
“아빠 프랑스 사람들은 이집트 좋아하나봐 나처럼”
“왜?”
“그러니까 이집트가 이렇게 많지~”
“재인아 여긴 모든 나라 작품들도 모두 이집트만큼 많이 가지고 있어. 여기 엄청나게 크고 예전엔 프랑스가 강한 나라여서 다른 나라에서 막 빼앗아 오고 그랬거든”
말은 그렇게 쉽게 했지만 상형문자가 쓰여 있는 벽을 그 먼 아프리카에서 통째로 뜯어서 자기 나라로 가져온 프랑스인들을 생각하면 정말 악날 하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금이나 보석처럼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배에다 실으려면 엄청나게 무거웠을텐데 당시엔 해석도 되지 않았을 그 돌들을 탁본해서 가져 오는것도 아니고 벽체로 뜯어서 옮기는 프랑스인들이라니.
 
3시간여를 돌아 다녔더니 배가 고파졌다. 오늘은 10시까지 야간개장이라 구경할 시간은 아직 충분했다. 잠시 나가서 준비해온 샌드위치로 배를 채웠다. 마눌님은 다리가 아프다면서도 이제까지 조각위주로 봤으니 프랑스 대표 회화작품중 3점. 나폴레옹의 대관식,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앵그르의 그랑드 오달리스크를 봐야 겠노라며 전의를 불테웟다. 하지만 오디오가이드는 편리한 스마트폰맵에 길들여진 나를 만족시키기에는 너무나 부족했다. 오디오 가이드에 박물관 전체 지도가 표시 되지만 현재 위치도 이동해야 할 방향도 표시해 주지 않았다. 이리 저리 헤매다 결국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직원은 그 그림들이 모두 모나리자 옆방에 전시되어 있다고 알려주었다. 오마이갓..
 
다시 한번 힘을 내 모나리자쪽으로 이동했다.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 제일 먼저 눈앞에 나타났다. 어릴적 미술책에서나 보던 작품을 직접 보니 뭐랄까 감동적이면서도 동네 친구를 만난 것 처럼 친근하달까? 자유의 여신 옆으로 그랑드 오달리스크가 보였다. 각 작품을 한참씩 바라 보았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유명한 작품 앞에도 사람이 없어서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나폴레옹의 대관식. 어마어마하게 큰 그림으로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는데 재인이게게 나폴레옹이 주교가 씌워주려는 왕관을 스스로 쓰려고 하는 장면을 설명해 주려고 했지만 이미 지친 재인이는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며 손사래를 쳤다.
 
10시까지였지만 9시 40분 정도가 되자 박물관 직원들은 관람객들에게 퇴장해 달라며 다니기 시작했다 직원들에게 떠밀리면서도 조금이라도 유명한 작품 앞에선 사진을 찍었다. 이대로 나가야 하는것이 너무 아쉬웠다. 루브르는 정말 끝내줬다. 미술품들도 끝내줬지만 루브르 자체도 끝내줬다. 베르사유와는 비교할수 없는 품격~~모든 전시물들은 마치 루브르에 장식된 귀걸이나 목걸이 브로치 같았다 . 




 밖으로 나오자 기념품 판매점도 문을 닫으려고 했는데 아슬아슬하게 마지막 손님으로 들어간 우리는 오래 둘러볼것도 없이 재인이 친구들의 선물로 사용할 연필과 몇가지 자질구래한 기념품을 사가지고 나왔다. 루브르앞에서 호텔까지는 69번 버스가 한번에 가는게 있었다. 구글맵의 신탁은 정확하고도 유용했다. 구글맵이 알려주는 길을 따라 비가 오는 와중에도 어려움없이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오디오가이드가 이정도로 편리하게 우리를 안내했다면 훨씬 많은 작품을 효율적으로 감상 할 수 있었을텐데.. --;
 

버스에 올라 호텔로 향했다. 오르쉐미술관을 지나자 오르쉐와 루브르를 고민하다 결국 루브르를 선택한 마눌님의 아쉬운 탄식소리가 들렸다. 버스에서 내려 재인이를 업고 에펠탑을 지나 숙소로 오는 길 이제 불켜진 에펠탑을 보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기분이 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