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10
금방 잠들었나 싶었는데 눈을 뜨니 벌써 날이 밝았다. 아침 9시 까지 조식인데 눈뜬 시간이 8시. 부랴 부랴 대충 씼고 잠이 모자라 칭얼 거리는 재인이를 데리고 출발. 우리 숙소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사장님의 게스트하우스로 향했다. 스위스 관광은 날씨가 관건이었는데 출발 한달전부터 일기예보상에 비가 오는것으로 표시 되어 걱정했건만 날씨가 너무 화창했다. 그렇게 화창한데도 일기예보는 여전히 흐림과 비가 표시되어 있었다. 날씨가 변덕이 심한건지 예보가 아무렇게나 나오는건지 알 수가 없었다.
도착한 게스트하우스는 넓직한 잔디 마당이 딸린 큰 주택이었는데 피아노와 함께 뱅엔롭스의 멋진 오디오가 놓인 거실에는 길다란 테이블이 놓여져 있었다. 주인 아주머니와 아르바이트생이 반갑게 맞아 주셨고 우유와 센트위치 시리얼을 조식으로 주셨다. 따뜻하게 구운 식빵에 맛있는 잼을 발라 아침을 먹었다. 식사를 마친 재인이는 게스트하우스에서 키우는 까만 강아지 레오에게 푹 빠져서 레오 뒤만 졸졸 따라 다녔다.
“아기 너무 이쁘다. 오늘 관광은 어떻게 하려구요?”
식사를 마치자 주인 아주머니가 물었다.
“날씨 때문에 걱정했는데 다행히 날씨가 좋아서 융프라우로 가볼까 생각중이에요”
“아냐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날씨 좋을꺼에요 오늘은 베른 관광 하시는게 더 나아요. 베른 구시가지에 가면 멋진 건물들이 많거든요. 건축 하시는 분들은 정말 좋아 하는데 꼭 건축에 관심이 없더라도 한번 가볼만한 곳이에요”
아주머니의 추천으로 베른에 가보기로 했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옷을 챙겨 입고 나섰다. 화창한 날씨 작은 도시 인터라켄은 한적하고 깨끗했다. 가게들도 작았고 길을 다니는 사람들도 뭔가 파리와는 달리 조금 조용하다고 할까? Coop에 가서 점심에 먹을 셀러드와 샌드위치를 사서 역으로 갔다. 베른으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어제 감탄하면서 봤던 창밖 풍경은 두번째인데도 여전히 아름다웠다. 베른은 관광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잠깐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았다. 구시가지가 아름답다는 말과 함께 장미공원이라는 곳이 나름 관광 명소인듯 했다.
역에 내려서 베른 구시가지로 향하려는데 이곳 저곳에서 음악 소리가 들리고 넓은 광장에 공연준비가 한참이었다. 알고 보니 우리가 방문한 그날 마침 베른에는 음악제와 함께 스위스의 옛날 모습을 제현하는 장터가 크게 열리는 날이었다. 길가 여기 저기에 음악 공연이 있었고 넓은 광장에는 대장간을 재현해서 시뻘것게 달군 쇠를 모루에 올려 두들겨 연장이나 무기를 만드는 모습부터 가죽으로 옷이나 머리핀을 만드는 등 여러가지 재미있는 볼거리가 가득했다.
베른 구시가지는 아름다운 옛건물들로 가득한 한적한 곳이었다. 길 가운데에 일정한 간격으로 분수대가 있었고 좌우로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늘어서 있어서 마치 영화셋트장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그런데 잠시 길을 걷다 보니 아인슈타인의 사진이 보였다. 뭔가 해서 자세히 봤더니 아인슈타인이 살았던 집을 박물관으로 꾸며 놓은 곳이었다. 재인이와 함께 들어가봤는데 특별한 볼거리는 없었지만 평소 존경하는 아인슈타인이 살았던 집이라고 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나오는 길에 아인슈타인이 새겨진 빨간색 스위스 아미 나이프를 기념으로 구매했다.
구시가지에서 잠시 샌드위치를 먹고 곰이 있다는 동물원으로 향했다. 구시가지 외곽에 큰 강이 있고 그 강을 건너면 동물원과 장미공원이 같은 곳에 있었다. 구시가지를 둘러 싸고 있는 강이 눈에 들어왔다. 꽤 넓은 강폭으로 엄청난 수량의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찬찬히 흐르는 중류의 강이 아니라 세차게 흘러 내리는 산바로 아래의 강물이었는데 비취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 강을 따라 건물이 늘어서 있었는데 그림같이 아름다워 한참을 바라 보았다.
곰동물원과 장미공원은 한곳에 있었는데 아래쪽은 동물원이고 언덕이라고 하기엔 좀 높고 산이라고 하기엔 많이 낮은 언덕을 오르면 장미공원이었다. 동물원은 강변에 있었는데 동물원이라기 보다는 곰이 몇 마리 있는 넓은 우리였다. 곰들은 구석에 들어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언덕을 한참 올라 장미공원에 도착했는데 베른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넓은 잔디밭에는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더러 앉아서 쉬고 있거나 아이들과 공놀이를 하고 있었다. 재인이도 놀이터로 달려가서 그네를 탓다. 이렇게 전망 좋은 곳에서 그냥 내려가기 아쉬웠다. 베른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카페테리어에 자리를 잡고 마눌님과 나는 맥주 재인이는 음료수를 한잔씩 마셨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붉은 노을과 뾰족한 지붕의 베른 구시가지가 어우러지는 장관이 더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한참을 노을을 보며 감탄하다 장미 언덕을 내려와 기차를 타고 인터라켄으로 돌아왔다. 내일은 스위스 여행의 하일라이트 융프라우를 오르는 날이다. 날씨가 관건이었다. 숙소도 게스트하우스로 옮겨야 해서 짐을 대충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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