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영화 괴물이 개봉했다. 일단 한국영화 사상 최다 스크린을 확보했고 칸에서 부터 시작된 바람몰이도 뜨겁다. 현재의 기세로 보자면 왕의 남자를 넘어 서지 않는 다면 흥행 부진이란 말이 나올것 같은 분위기다.
플란다즈의 개라는 실제 원작과 거의 상관 관계가 없는 엉뚱한 내용의 영화로 입봉한 봉준호 감독은 재기발랄한 데뷰작으로 평단과 매니아층을 만드는데는 성공했지만 흥행은 실패하고 말았다. 그리고 결말이 정해져 있는 살인의 추억이란 여전히 엉뚱한 제목의 영화를 들과 나왔고 평단의 호평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휼룡하게 사냥했다. 그리고 이제 괴물이다.
봉준호 답지 않은 솔직한 제목의 최신작은 제목에서의 솔직함은 물론이고 두 편의 전작에서 점차로 구체화 되어가던 괴물이 드디어 웨타스튜디오의 손을 빌어 구체화 되어 관객에게 시각화되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봉준호 감독을 흔히 봉테일 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디테일에 강한 감독인 것은 사실이지만 봉준호 감독을 좀 더 확실하게 특징 짓는 것은 관객에게 불친절한 감독이라는 것이다.
그의 영화에는 언제나 아웃사이더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플랜더즈의 개에서 교수 자리를 구걸 하러 다니는 인문대 박사학위의 이성재와 멋진 이슈의 주인공을 꿈꾸지만 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 지루한 일상을 꾸역 꾸역 이어 가는 배두나가 그렇고 촌구석에서 주먹구구식의 수사를 하는 송강호와 자원해서 연쇄살인이 일어 나는 화성까지 지원해온 김상경도 이른바 주목받는 잘나가는 사람들이라기 보다 주류에서 비껴난 말그대로의 아웃사이더 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끊임없이 괴물들에게 위협 당하고 괴물에게서 도망치거나 맞서지만 괴물에게 잡아 먹혀 버린다.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 하는 이른바 헐리웃의 권선징악과 해피엔드에 길들여진 관객의 입장에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내용이지만 봉준호 감독은 그 우울하고 심각한 분위기를 비틀어 웃음을 만들거나 황당한(플랜더즈의 개의 마지막 장면에서 배두나가 개를 구하려고 뛰어 나갈 때 주변 아파트 꼭대기 마다 노란 종이를 뿌려 대며 응원하는 군중이 등장하는 장면이나 어수선한 현장 논둑에서 우스꽝스럽게 굴러 떨어 지고 증거가 사라지는 장면등이 대표적이다.)씬들로 관객들의 불편한 마음을 이리 저리 교묘하게 메꾸기만 할뿐 가련한 주인공들을 향해 구원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다.
플랜더즈의 개에 등장한 기성사회의 질서라는 괴물은 아이를 임신한 이성재의 아내를 퇴직 시키고 그 퇴직금을 탐욕스런 교수에게 받치게 하고는 자신의 뱃속 같은 어두운 강의실에서 수업을 하게 만든다. 김상경과 송강호는 죽을똥 살똥 고되게 수사를 하지만 연쇄살인범이란 괴물은 이들을 비웃듯이 사라져 버린다. 이렇게 플랜더즈의 개에서 보이지 않게 뒤에서 조정하던 괴물은 살인의추억에서 등과 손을 노출 시키며 피해자를 능욕하고 살해 하더니 이제는 벌건 대낮에 그것도 한강 둔치 라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살육을 벌이기에 이른다.
기성사회의 질서라는 구체화 하기 힘든 괴물을 앞세웠던 플랜더즈의 개는 참신한 구성과 탄탄한 만듬새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지지를 얻는데 실패 했다. 하지만 실화에 바탕을 둔 연쇄살인범이라는 구체적인 괴물을 전면에 내세웠던 살인의 추억은 대중의 대대적 지지를 받았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발판 삼아 뭔가 좀 더 은유적이고 포괄적인 괴물을 괴수물이라는 장르의 특성을 빌려 구체화 시킨 이번 영화는 대중의 기호와 자신의 스타일 사이를 성공적으로 매꾸어 냄과 동시에 봉준호감독이 얼마나 빠르게 거장의 위치로 이동 하고 있는지 증명해 보인다.
벌써 다음 작품이 기다려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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