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사진을 찍는 이유

초하류 2005. 7. 22. 17:43
사진을 찍는 이유는 사진이 너무나 쉽기 때문입니다.

뷰파인더 혹은 액정을 들여다 보고는 찰칵 셔터를 누르면 그뿐입니다. 망막을 거쳐 시신경을 흔든 떨림이 뇌로 전달되는 복잡 다단한 과정속에 겨우 인식되는 시작정보이지만 사라져 버리는것은 너무나 한순간의 일입니다.

카메라는 단지 검지의 작은 움직임만으로 내가 인식하지 못한 부분까지 완벽하고도 쉽게 저장해 줍니다.

사진을 찍는 이유는 사진이 너무나 어럽기 때문입니다.

같은 피사체에서도 남들과는 전혀 다른 시선을 뽑아내는 감각들 앞에서 멍해져 버린것이 몇번이며 남들과 다른 색감으로 평범한 사진을 멋진 무엇으로 바꾸는 사진 앞에서 멍해진것은 또 몇번일까요

애써 카메라탓 렌즈탓을 해보지만 결국은 내공과 사진에 대한 감각의 차이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멋진 사진앞에서 느끼는 감탄은 마치 멋진 에리웁 덩크를 국민체조 하듯이 쉽게 해내는 NBA선수들의 플레이를 볼때 느끼는 감탄과 비슷합니다.

키와 점프력으로 가능성이 완벽하게 가려지는 덩크슛과는 달리 사진에 대한 감각은 물리적으로 꺼내서 측정할 수가 없다는것은 다행한 일일까요? 아니면 또 하나의 불행일까요

그렇게 머릿속에 담아둔 멋진 사진을 한번 따라가 보겠노라고 오늘도 카메라를 품고 다닙니다. -SLR로 바꾼 후로는 가방이 훨씬 무거워 졌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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