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표절과 영감 그 애매한 경계

초하류 2005. 6. 24. 00:02
전영록-서태지,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우선 저는 서태지의 팬입니다. 서태지의 팬이냐 아니냐가 이 덧글 논쟁에서 무척 중요한거 같아서 미리 밝힙니다.

이규영님이 쓴것 처럼 사실 표절이냐 아니냐를 무슨 자로 재듯이 판단할 수 있는 건 아니죠

영향을 받은 음악과 표절의 차이를 알아 내기란 애매한 구석이 많습니다. 많은 부분 표절이란 전문가들이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여기서 이야기 하고자 한것은 태지의 태도 입니다.

태지의 곡중 표절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곡을 가장 먼저 언급하는것은 항상 태지란것 입니다.

서태지와 아이들 1집때는 시나위에서 활동하면서도 항상 흑인음악을 많이 들었다고 이야기 하면서 밀리바넬리를 언급하고 다녔습니다. 4집의 사이프러스힐도 역시 3집 활동이 끝나기도 전에 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하겠다고 음반을 가지고 말하고 다녔습니다.

말씀하신 오렌지와 탱크 인터넷전쟁이 수록된 6집은 어떻습니까 인터뷰에서 콘이나 크레이지 타운을 소개 하고 있습니다. 7집에서는 한걸음 나서서 가슴에 Finch의 뱃지를 달고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이런것이 기본적으로 표절 하는 사람의 태도일까요?

태지는 한번도 자신이 세상에 없는 창의적인 음악을 만들었다고 한적이 없습니다. 그는 그저 이 시대의 가장 앞선 트렌드를 끊임없이 쫒아 가고 싶은 아직은 진행형의 음악인일 뿐입니다.

이젠 귀에 딱지가 않을 만큼 도돌이표를 그리고 있는 태지의 표절에 대한 글이 잊을만 하면 다시 등장 하는걸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 아직도 사람들이 태지에 대해서 관심이 있구나

태지가 그렇게 허접하게 표절 하는 뮤지션도 아닌 거짓말쟁이라면 그의 음악을 표절인가 아닌가 귀를 쫑긋 거리지 말고 그냥 다른 음악을 들으면 어떨까 하는 것입니다.

태지만큼의 앨범 판매고라면 표절로 고소 당하면 엄청난 배상금을 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태지가 표절했다고 말해지는 그 유명한 뮤지션들은 무척 빵빵한 변호인단을 가지고 있으며 틀림없이 태지를 표절로 고소했을 거란 겁니다.

네? 태지가 별로 안 유명해서 그들이 모를꺼라구요? 네 그들은 진정한 뮤지션이라서 치사하게 고발 같은거 안할꺼라구요?

설마.. 21세기 지구는 그렇게 넓지도 그렇게 너그럽지도 않다는걸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덧)이 포스트의 제목 전영록-서태지,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본문과 무슨 상관이 있나요?
제가 국어 실력이 허접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마치 전영록이 서태지에 대해 무언가 새로운 이야기를 한거 같은 내용 이군요.. 본문에 그런 내용은 없어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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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서태지의 난알아요와 밀리바닐리의 Girl You Know Its True에 대한 표절 논쟁은 지겹도록 계속 제기되는 문제 입니다

서태지 자신도 Girl You Know Its True에 많은 영감을 얻어서 난알아요를 작곡했다고 이야기 하고 있는 만큼 곡의 구성에서는 많이 참고된 노래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표절과 참고는 당연히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우선 비슷하다고 하는 곡의 구성은 의견의 여지가 없습니다. 렙스타일로 시작되고 귀에 쏙 들어 오는 싸비를 거쳐 다시 랩스타일로 마감되는 곡의 구성 자체는 비슷합니다. 게다가 샘플링 시디를 거의 같은것으로 썼기 때문에 이펙트까지 비슷해서 더욱 비슷한 느낌이 나는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난 알아요와 Girl You Know Its True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는데 그것은 난 알아요의 간주에 삽입된 메탈리프 입니다. 사실 이런 느슨한 렙의 사이에 그 당시 수준으로 보면 더 이상 터프하기 힘들 정도의 메탈 리프가 전국민이 좋와할 만큼 어색하지 않게 녹아 들어 있다는것 자체가 이미 두곡이 지향하는 바나 성격이 완전히 틀리다는 것을 알 수 잇습니다.

비슷하다고 하는 렙스타일도 밀리바닐리의 느슨하면서도 라임에 특별한 강조없이 유연하게 흘러가는 반면 난 알아요에서는 닷소리 받침이 난발하는 우리말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문맥으로 강조되어야할 동사 대신 의미와 상관없이 일정한 박자를 강조하는 기발한 방법으로 각운이라는 의미로서의 라임이 아니라 비트로서의 라임이라는 해결책을 들고 나왔고 닷소리가 많이 들어가는 우리말의 특성상 훨씬 과격하게 들리게 됩니다. (이 때문에 난 알아요 이전 우리말 랩은 그나마 잘 알아 들엇지만 난 알아요가 빨라서 알아 듣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지금 들어보면 사실 난 알아요는 그다지 빠르지 않지만 언어의 이해에서 중요한 동사 대신 의미없는 조사 부분에 엑센트를 주기 때문에 쉽게 알아 듣기가 힘이 들었던 것입니다. 마치 같은 우리 말이지만 사투리의 생경한 엑센트를 쓰면 잘 알아 듣기 힘든것과 같은 이치 입니다. 물론 요즘의 MC들은 훨씬 진화되어 우리말로도 얼마든지 휼룡한 라임과 플로우를 자유자제로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만.. )

훨씬 힘있는 랩핑과 과격한 리프 이정도의 퓨전은 영미권에서 얼마전까지 인기를 끌고 있고 태지 자신도 6집에서 시도한 하드코어의 원형이라고 생각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 입니다. 사실 퍼뷸러한 하드코어의 시작이라고 할수 있는 레드 핫 칠리페퍼스의 초기작들을 들어 보아도 난 알아요가 훨씬 과격하게 들릴 정도 입니다.

게다가 컴퓨터가 부른것 같은 감정을 배제한 밀리바닐리의 싸비와는 정반대로 뽕짝에 가까운 이른바 뽕끼가 잔뜩 어린 난알아요의 멜로디라인은 밀리바닐리가 아니라 차라리 일본의 여타 뮤지션들이 영미권 트렌드를 일본화 시키기 위해 멜로디라인에 뽕끼를 얻는것과 비교하는것이 나을만큼 현격한 차이를 보입니다.(난 알아요의 멜로디 부분만 따로 한번 불러 보세요 뽕짝도 그런 뽕짝이 없습니다. 가끔 서태지에게 안티한 사람들이 태지가 뽕짝을 해도 팬들이 열광할 것이라고 말하는걸 보는데 이미 뽕짝은 난알아요에서 써먹엇고 팬들이 아니라 전국민이 열광했드랬죠)

열악한 레코딩 환경 탓에 요즘 듣기에는 좀 거북할 만큼 후진 사운드를 제외한다면 힘잇는 랩과 쌩뚱맞을 정도로 과격하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게 녹아든 메탈리프 그리고 거기에 뽕끼 잔뜩 어린 촌스런 멜로디라인의 결합이라는 이종교배로 만들어진 난알아요는 말 그대로 서태지식의 자기 멋대로 짬뽕 음악의 진수임과 동시에 전국민적인 대중성의 획득이라는 음악적 실험과 대중성의 두마리 토끼를 잡은 수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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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헉님의 요청에 의해서 헉님의 덧글과 제가 헉님에게 답글로 단 덧글을 삭제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