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잡담
윤식당의 리더쉽? 난 싫다
초하류
2017. 5. 8. 22:26
예능의 마에스터 나영석PD가 또 하나 히트작을 만들었다. 바로 바로 윤식당. 윤여정, 신구, 이서진, 정유미 나영석PD와 합을 맞춰본 3명의 배우와 한명의 새얼굴. 이 4명이 멀리 인도네시아 길리의 트라왕안 섬 해변에서 풀코기 롸이스 엔 누를 엔 햄봐거라는 달랑 3개의 메뉴로 일주일간의 팝업 스토어를 운영한다는 이른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나영석PD는 이 프로그램을 아는 사람들은 다아는 일본의 슬로우 무비 카모메 식당이라는 영화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한적한 섬에서 장사가 잘 되지 않아도 의연하고 쿨한 윤여정의 모습을 담겠다는게 제작 초기 컨셉이었다는데
의외로 이 4명은 식당 운영에 너무 열을 올렸다. 40도에 육박하는 열대 섬나라에서 요리라고는 해본적도 없는 여배우들이 뜨거운 가스불 앞에서 요리를 하면서도 요리가 힘들다고 투덜대기 보다는 손님들이 오지 않을까 마음 졸여 한다. 자신들의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 감격하고 슬그머니 나가서 맛있었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이서진은 이런 저런 새로운 메뉴에 대해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고 식당 식구(?)들을 차분히 설득해서 손님들의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어설프지만 마음을 다해 윤여정을 도우는 정유미에게 나이 많고 손에 익지 않은 요리를 해야 하는 고된 사장님은 스스로의 노고에도 불구하고 까치눈을 뜨고 주방보조를 닥달하기 보다는 오히려 챙겨줘서 고맙다. 니 덕분이다 꿀이 뚝뚝 떨어진다.
자신 보다 나이 어린 사장님과 하아아안참 어린 상무를 모시는 신구는 잘 알아 듣지 못하는 영어에도 손님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식당일을 스스로 찾아서 해낸다
이런 저런 캐미들이 잘 버무려져서 별다른 갈등 구조도, 화끈한 노출도 악마의 편집도 없이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하며 히트했다.
그러더니 여기 저기서 윤여정의 리더쉽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사장이지만 권위적이지 않고 이서진의 아이디어를 전적으로 받아 들이면서 우리는 늙었으니 젊은 감각을 당연히 받아 들여야지 하는 쿨내 쩌는 사장님. 그런 사장님의 이른바 민주적인 경영이 이서진의 아이디어를 샘솟게 하고 정유미가 신나서 일할 수 있게 하고 신구가 노구를 이끌고 최선을 다하게 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었단다.
이러다 히딩크의 리더쉽을 배우자던 때처럼 윤여정의 리더쉽을 배우자는 책이 당장이라도 출간될 것 같은 분위기다.
그런데 말입니다~~~ 어차피 리얼 버라이어티는 현실이 가져다 주는 각종 현실적 고난을 살짝 덜어내서 만들어진 가짜 리얼리티에서 역활극을 하는 게임이다. 그런데 그런 역할극의 성공요소를 우리는 왜 굳이 사장님에게서 찾는걸까?
이 윤식당이 서로를 챙기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든 이유를 사장님에게서 찾는 우리의 행태야 말로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쪽빡 차기 딱 좋은 20세기 낡은 구닥다리 사고방식이다.
윤식당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은 리얼월드였다면 당연히 최우선 과제로 자리 잡을 수 밖에 없는 먹고 사는 문제 즉 이윤추구가 빠져 있다는 점이다. 이걸 윤여정의 리더쉽처럼 굳이 실생활에서 비교할 대상을 찾는 다면 나는 사회안정망과 가장 비슷하다고 말하고 싶다.
식당을 하다 망해도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 수 있는 각종 복지가 떠 받치고 있는 식당말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혹시 경기가 나빠질까봐 경기가 나쁠때는 경기가 나쁘니까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과연 윤식당의 구성원들 처럼 이런 저런 실험으로 새로운 매뉴를 도전하고 내일을 위해 일찍 퇴근 할 수 있을까?
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하지 못한다. 하지만 위리가 만드는 사회라는 거대한 시스템은 백에 하나 있을 그런 뛰어난 사람들을 위해 존재 하는 것이 아니다. 흔히 북극에서도 냉장고를 팔 수 있는 그런 능력자들은 시스템 없이도 어디에서건 살아 남는다. 우리가 사회를 발전 시키는 이유는 저 푸른 초원우의 세랭게티같은 약육강식을 받아 들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 갈 수 있는곳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즐겁고 유쾌하자고 보는 티비 프로에서 마저도 끊임없이 실용적인 의미를 찾아 내서 사람들에게 들이 미는 사회? 난 싫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도 큰 욕심이 없다면 그럭저럭 살아 갈 수 있는 그런 사회에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