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

20일간의 유럽여행 - 스위스로 출발

초하류 2018. 1. 15. 18:39

2017.09.09

스위스로 가는날

오늘은 스위스 가는 날이자 파리를 떠나는 날 눈을 뜨고 창밖을 보니 날씨가 너무 화창했다. 떠나는 날 이렇게 화창한 날씨라니 기분이 묘했다. 어제는 파리 시내를 헤집고 다니느라 빡쎈 일정이었지만 오늘은 오전에 산책 겸 양가에 엽서를 써서 우편으로 보낸 후 리옹역에서 인터라켄까지 기차 여행을 즐기는 여유로운 일정

 

어제 관광이 힘들법도 한데 재인이는 일어나자 마자 활기차다. 양가 할아버지 할머니께 엽서를 써서 대충 옷을 갈아 입고 밖으로 나갔다. 미리 봐둔 우체국에 들어갔다. 엽서를 보내기 위해 인터넷에서 검색한 우표를 출력하는 기계로 우표를 구매했다.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서 기계가 뱉아낸 우표는 너무 컸다. 우표자리에 붙이자니 재인이가 쓴 내용이 다 가려질 지경이었다. 그래서 옆서 위쪽에 붙여서 우체통에 넣었다. 우체국을 나서서 5일 동안 늘 보던 에펠탑 주변을 산책 하고 파리에서 마지막 점심을 먹었다. 리옹역까지 커다란 캐리어를 들고 재인이와 함께 지하철을 타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아 처음으로 우버 택시를 불렀다. 호텔앞에서 택시를 타고 리옹 역으로 출발했다. 우버 택시비는 12.5유로가 나왔다.

 

리옹역에서 예약해둔 TGV를 타고 스위스로 향했다. TGV 1등석은 KTX의 특실보다 넓었고 과일과 스넥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나아 보였다. 다른 날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엄청나게 걸어 다녔지만 오늘은 넓직하고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과자를 먹으로 창밖으로 변하는 풍경을 처다 보고 있자니 쉬어 가는 느낌마저 들었다.

기차는 3시간 여를 달려 스위스 바젤역에 도착했다. 명색이 국경을 통과 하는데 아무런 검사도 없이 기차를 타고 휙 지나왔는데 3심에서 스위스로 변경되어 서비스 된다는 문자 한통이 전부였다. 여기가 유럽이라는 것이 새삼 느껴졌다. 스위스 바젤역에 내려 인터라켄으로 가는 열차를 갈아 탔다. 기차 안은 조용하고 한적하고 깔끔했다. 그런데 우리 앞자리에 장난꾸러기 꼬마가 타고 있었는데 재인이에게 관심을 보였다. 의자 위로 까끙을 하고 뒤로 돌아 보고 수줍은 재인이는 자꾸만 숨고 웃기만 했다.

 

재인아 저 친구가 너랑 놀고 싶은거 같은데 가서 인사 한번 해봐

싫어~~ 아빠..”

 

저기 옆자리 가서 이걸로 그림 그리고 놀아봐~ 가방에서 스케치북과 색연필을 꺼내서 등을 떠밀었다. 못이기는척 옆자리에 가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장난꾸러기 꼬마 아가씨가 어느세 같이 와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영어가 아니라 독일어를 썼는데 어차피 영어나 독일어나 재인이에겐 그냥 외국어일뿐이고 그림 그리고 노는데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내릴 때가 되었는지 조부모로 보이는 어른들이 꼬마를 데리고 기차에서 내렸다. 창밖은 여전히 아름다운 풍경으로 가득했다. 여름이지만 산꼭대기에는 눈이 하얗게 덮혀 있고 큰 호수옆으로 아슬아슬하게 기차가 지나간다. 재인이도 탄성을 금치 못할 그림 같은 풍경들의 연속이었다.

 

아름다운 풍경들을 감상 하다 보니 어느새 인터라켄 서역에 도착했다. 주위는 어둑어둑했지만 구글 지도를 따라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숙소로 줄발 했다. 마눌님과 내가 하나씩 캐리어를 끌고 10여분 정도 갔을까? 숙소에 도착했다. 스위스 숙소는 마눌님이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정했는데 우리 여정에서 가장 호사스러운 숙소였다. 하루 숙박비가 40만원이었으니까. 스위스 교포분이 운영하는 민박이었는데 예전에 사시던 집을 통째로 빌려 주는 형태였다.


 


시내 건물 2층의 오피스텔이었는데 넓은 거실과 3개나 되는 방에 인테리어도 근사했다. 그런데 방에 대해서 이런 저런 설명을 해주시던 주인 아주머니와 이야기 하다 큰 문제를 발견했다. 우리는 스위스에 34일 여정으로 생각하고 왔는데 그 3 4일 여정에 대해서 나는 자는 날짜만 이야기해 드렸고 주인 아주머니는  체크아웃 날짜로 생각하셔서 이틀만 자고 간다고 생각 하셨던 거다. 마지막날에는 이미 예약이 들어와 있는 상황이었다. 아주머니는 독채 말고도 운영 하고 게시는 게스트룸이 있어서 마지막 밤은 그 게스트룸의 6인실을 우리 가족이 쓰기로 해서 일단 문제가 정리 되었다.

 

넓찍한 방에 캐리어를 풀어 놓고 저녁거리를 사러 밖으로 나갔다. 도보로 5분 거리에 Coop이 있었다. 조금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신선한 야채와 셀러드부터 신라면까지 없는게 없었다. 식사를 위해서 셀러드와 과일 그리고 센드위치를 사서 돌아왔다.

 

식탁에서 저녁을 먹는데 재인이는 집이 너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아빠 여기 우리집보다 훨씬 좋다~~ 여기서 살고 싶다~~”

 

여기서 열흘 자면 400만원이란다 재인아 하고 말해 주고 싶었지만 마주 보며 웃어 주는 것으로 마무리. 한번 일정 때문에 문제가 생겨서 이후의 일정들을 다시 확인해 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로마 숙소도 똑 같은 문제가 있어서 하루가 비었다. 마눌님과 재인이가 잠들고 나서도 노트북을 붙들고 검색에 검색을 거듭한 결과 우리가 예약한 로마의 스마트호텔에 하루를 더 예약할 수 있었다. 검색하고 예약하느라 12시를 훌쩍 넘겼지만 그제서야 편안하게 잠이 들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