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

20일간의 유럽여행 - 스위스 융프라우

초하류 2018. 1. 15. 18:41

2017.09.11

오늘은 드디어 이번 여정의 가장 큰 걱정 거리였던 융프라우 가는 날~ 가장 큰 이슈는 뭐니 뭐니해도 날씨였다. 한국에서 조회 할땐 계속 비가 예보되어서 스위스는 그냥 쉬어 가는 걸로 하자며 반은 체념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산지대이기 때문에 마눌님이나 어린 딸아이가 잘 버텨 줄지도 걱정이었다

 

날씨와 고산병 이 두가지 모두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해보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커튼을 열었는데 오 마이 갓 날씨는 청명하기 그지 없었다. 이쁘게 무지개가 걸린 하늘. 뭔가 잘 될거 같은 느낌~. 방을 나서자 마눌님도 벌써 일어나 숙소 옮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일단 나가서 샌드위치와 물 그리고 정상에서 쓸 장갑을 사오기로 했다. 50프랑을 들고 나가려는 내게 마눌님이 돈이 모자라지 않겠냐고 걱정했지만 걱정하지 말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집을 나섰다.

 

COOP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장갑을 봤더니 20프랑 ㅋ. 돈이 모자란다. 일단 셀러드만 한통 사서 지나오면서 봐놓은 샌드위치팩토리라는 가게로 갔다. 샌드위치 3개와 베이글을 골랐더니 19.5프랑. 집으로 가서야 물을 사지 않은것을 알았다. 나의 덜렁거림의 끝은 어디까지인가~

 

날씨는 좋은것 같으니 다음 관건은 재인이의 컨디션이다. 재인이는 아침잠이 모자란 상태에서 움직이면 차멀미를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깨우지 않고 기다리기로 했다. 9 40분 정도가 되자 딸아이가 뒤척이기 시작했고 거실로 안고 나와 자연스럽게 잠을 깨웠다

 

방 옮길 준비가 끝나고 톡을 날렸지만 아줌마는 톡을 읽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멀지 않은 거리지만 픽업 해주면 편할 텐데. 하지만 무작정 기다릴순 없다. 캐리어를 끌고 팬션으로 향했다. 팬션엔 아무도 없었다. 일단 캐리어를 지정된 방에 올려 놓고 주인 아주머니에게 톡을 날린 후 인터라켄 ost역으로 향했다.

 

매시 정각과 30분에 떠나는 열차가 있었다는 정보를 확인했고 우리가 팬션을 출발한 시각은 10 40. 인터라켄 ost역까지는 구글맵 상으로 20분거리. 우리는 거의 뛰다시피 역으로 돌진했다. 10 56분에서야 역에 도착해서 기차 시간을 봤더니 기차 출발 시간이 11 7분이다. 재빨리 역무원에게 다가가 VIP티켓 두장을 외치고 준비한 340프랑이 든 비닐책을 꺼내서 내밀었다. 역무원은 비닐에서 돈만 꺼내서 다시 달라며 내가 올린 비닐을 다시 내 밀었다. 100프랑짜리와 10프랑짜리 그리고 동전이 뒤섞인 340프랑을 꼼꼼히 센 역무원은 퍼펙트라며 티켓과 VIP용 쿠폰을 챙겨서 클립으로 묶은후 내밀었다. 내가 시계와 밖을 계속 처다 보며 초조해 하지 오늘은 휴일이고 관광을 왔는데 왜 그리 서두르냐며 타는 속도 모르고 웃는다.

 

오케이 오케이 내민 표를 받고 돌아 서는데 뒤에서 창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또 무슨 잔소리가 남았나? 돌아봤더니 표를 사며 테이블위에 올려 놓은 생수병을 가르킨다. 땡큐~~~

 

역에 대기하고 있던 열차에 아슬아슬하게 뛰어 들어갔고 그제서야 마눌님 표정이 펴졌다.

 

아직 조금밖에 올라 오지 않았는데 창밖은 컴퓨터그래픽으로 그린듯한 절경이 화창한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정차하는 역마다 너무 아름다워 내려서 잠시 걷고도 싶었지만 일단 융프라우 정상을 오르는게 급선무. 오후 날씨는 비가 예보 되고 있어 논스톱으로 올라갔다. 올라가는 기차의 유리는 풍경을 보기 좋게 커다란 통유리였다. 그리고 그 창문은 통해 엽서에서 흔히 보던 스위스 풍경으로 가득 채워졌고 우리는 탄성을 지르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정상 가까이 가자 석굴을 통과해서 융프라우 종착역에 정차했다. 정상의 날씨는 시시각각 변한다는데 그세 흐려지면 어쩌나 마음을 조이며 전망대로 향하자~ 더 없이 청명한 파란 하늘이 프르스름하게 빛나는 만년설과 함께 웅장한 정상의 모습을 펼처 보였다~

 

전망대 정상까지 올라가 기념 사진과 함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 보는데 눈이 시큰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햇볕이 작렬하는 해변에서도 선글라스가 필요 없던 직은 내 눈도 쨍 한 하늘아래 만년설의 반사광에는 역부족이었다. 잠시 마눌님이 선글라스를 빌려줬지만 급하다고 윗돌을 빼서 아래를 받칠 순 없는 일. 가지고 간 모자를 꺼내 비스듬히 햇볕을 막았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내 눈도 그럭저럭 적응을 했는지 견딜 만해졌다.

 

그리곤 전망대 밖으로 출동~ 머리 위론 집라인을 타고 환호성을 지르며 날아가는 사람들 저 멀리 눈썰매를 타는 아이들~ 나도 마구 뛰고 싶지만 정상 도착부터 몸이 무겁고 약간씩 현기증이 나려고 했다. 이게 고산병인가? 마눌님도 약간의 두통과 어깨결림이 있었지민 재인이는 자꾸 뛰는걸 야단을 쳐서 진정시켜야 할 만큼 쌩쌩했다.

 

청명한 하늘과 만년설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감탄도 하며 10여분쯤 걸어나가 가방에서 맥주캔을 꺼내 눈에 묻었다~ 잠시 후 만년설로 차갑게 식힌 맥주캔을 땄다. 어머니 아버지, 우리 가족 내가 아는 친구들의 건강을 빌며 한잔~ 그 청명한 융프라우 하늘과 만년설속에서 마신 한모급의 맥주는 단순히 맛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살아오면서 먹은 음식중에 최고였다.

 



30분쯤 걸었을까? 출발한 곳에서 너무 멀어진 것 같은 느낌에 뒤를 돌아 보았다. 청명하기만 했던 하늘에 조금씩 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다시 전망대로 향했다. 전망대로 향하고 얼마 안 있어 재인이가 배가 아프다며 칭얼대기 시작했다. 마눌님도 몸이 무겁다며 힘들어 한다. 약하지만 고산병이 오기 시작하나 보다. 재인이를 업고 전망대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설상 가상 눈보라가 불어 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화창하던 맑은 날씨가 삽시간에 변하더니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전망대 근처여서 금방 전망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올라올 때 구입한 VIP 티켓으로 컵라면을 받아 왔지만 재인이는 배가 아프다며 누워 있었고 마눌님도 머리가 아프다며 한참을 앉아서 쉬어야 했다. 1시간여가 지났을까? 누워 있던 재인이도 어느정도 기운을 차렸다. 아쉬운 마음을 가득 안고 내려가는 기차를 탔다


중간 지점에서 내려 케이블카를 타는 구간이 있었는데 기차를 내렸더니 이미 시간이 늦어 케이블카의 운행이 끝나 있었다. 아쉽지만 내린 김에 마을을 구경하기로 했다. 그림 같은 초록의 산 중턱에 군대 군대 장난감 같은 집들이 들어서 있었다. 30분 정도 산책을 했다. 너무나 아름다웠다. 시간이 조금 더 있었다면 다음역까지 걸어서 가고 싶었지만 산속이라 해도 빨리 저물고 재인이 컨디션도 좋지 않아 열차를 타고 내려왔다.

 

인터라켄 동역에서 숙소로 걸어 가는 길에 보니 작은 쇼핑몰들이 눈에 뛰였다. 장모님이 과도를 사오라는 말씀이 기억나 들어가서 쌍둥이칼을 둘러 보는데 가격이 꽤 비쌌지만 추석 선물 겸 해서 드린다고 생각하고 과도를 구입했다. 그리고 자기만 컵라면을 못 먹었다며 저녁때 꼭 컵라면을 먹겠다는 재인이의 칭얼거림을 달래기 위해 Coop에 들러 컵라면을 구입했다.

 

숙소에서 저녁을 먹고 지금까지 프랑스와 스위스 여행을 하면서 입었던 옷을 세탁기와 건조기를 돌리곤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