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

20일간의 유럽여행 - 스위스 바젤

초하류 2018. 1. 15. 18:42

2017.09.12

오늘은 스위스의 마지막 날 조금 일찍 눈이 떠졌다. 독채 빌라보다 조금 소란스럽기도 하고 원래 도미토리라 문이 잠기지 않기도 하고 해서 나름 신경이 쓰였나 보다.

          

어제의 여정이 피곤했는지 재인이는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식을 놓칠 순 없다. 8 10분이 되자 자는 재인이를 안아서 깨웠다.. 재인이는 비몽사몽이었지만 레오 보러 가자는 이야기에 눈을 감은 체로 옷을 입었다


거실로 내려가자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비어 있는 테이블에 앉으니 아르바이트생이 인사를 해왔다. 토스트를 굽는 동안 마눌님과 딸아이가 먹을 시리얼을 덜었다. 아르바이트생이 따끈하게 구운 토스트를 가져다 주었다. 딸아이가 씨리얼과 토스트를 맛있게 먹었다. 민박 사장님이 다가왔다.

잘 쉬었어요?”

네 식사 맛있네요

참 자기들 내가 게스트하우스 카드 줬어?”

아뇨?”

내가 깜빡하고 챙겨주질 못했네 이거 게스트하우스 카드 가지고 동역 앞에 로렉스 시계 매장에 가면 기념품으로 15프랑짜리 티스픈을 주거든? 이리 와봐요

 

마눌님이 가서 2장의 게스트하우스 카드를 적어왔다. 재인이는 밥을 먹다가 레오가 나타나자 밥은 딴전이고 온통 레오에게 정신이 팔렸다. 결국 씨리얼과 요거트는 다먹었지만 토스트는 조금 남기더니 레오 뒤만 졸졸 쫒아 다닌다.

 

강아지는 따라 다니면 안되고 가만히 서서 부르면 온다고 말했지만 마음이 급한 재인이는 기다리지를 못한다. 밥을 먹던 여행객들도 그런 딸아이가 귀여운지 웃었다. 사장님도 딸아이가 귀엽다며 빨간색 조그만 백과 비타민을 선물로 주셨다.

 

밖은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어제 맑았던 날씨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다시 한번 느껴졌다. 거실의 스피커에선 여전히 올드팝이 흘러나왔다. 원곡도 아니고 이름 모를 가수가 리메이크한 곡들을 듣는데 쓰기엔 벵엔롭스 톨보이스피커가 불쌍하다. 아르바이트생에게 아이폰을 연결해서 들을 수 없냐고 물어봤더니 AUX단자가 있다고 말해주었다. 아이폰을 연결했다. 마눌님이 신청한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이 흘러나왔다. 역시~ 빗방울 전주곡이 끝나자 아델의 Someone like you를 틀었다. 마눌님이 얼굴을 찌프리며 처다봤지만 사장님은 아델 좋네~ 하시며 지나갔다. 아델을 듣자 교향곡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베토벤 9번 유튜브이기도 하고 앰프없이 뱅엔롭스 시티플레이어에서 바로 물려서 교향곡은 파워가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들어 아쉬웠지만 여전히 좋았다.

 

어제 오르골 사러 안갈꺼야?

 

마눌님이 물었다. 어제 지나처온 상점에 예쁜 오르골이 많이 전시된걸 지나쳐 오더니 잊지 않았던 모양이다.

 

어 가자

 

재인이와 함께 우산을 들고 비오는 인터라켄 시내를 걸어 쇼윈도우에 다양한 오르골이 보이던 가게로 갔다. 하지만 여전히 가게문은 열려 있지 않았다. 사장님이 주신 게스트하우스 카드로 기념품을 받기 위해 로렉스 가게로 갔다. 여점원에게 두장의 카드를 내밀자 재인이것도 챙겨서 3개의 티스픈을 주었다




가게안을 살피는데 어제 산 행켈 과도보다 급은 낮지만 훨씬 가격이 싼 16.5 프랑짜리 과도가 보였다. 어제 산 과도가 반품이 되면 이걸로 사기로 하고 어제 산 과도를 가지러 민박집으로 갔다. 재인이는 레오랑 놀겠다며 민박집에 남았다. 우리는 어제 과도를 산 곳으로 갔지만 반품이 불가하다는 말에 낙심하며 돌아섰다.

 

 

스위스 가게에서는 제품을 구매하면 반품이 되질 않았다. 별 문제 없어도 뜯지 않은 물건은 환불해 주는 우리나라 가게들에 익숙한지라 무척 야속하게 느껴졌다.

 

 

기념품 가게에서 31프랑짜리 맥가이버칼도 하나 고르고 바젤로 가면서 먹을 샌드위치도 사러 갔었다. 그런데 계산을 하려니 카드는 받지를 않았다. 유로로 지불하고 Coop으로 가서 셀러드와 과일을 샀다. 샌드위치 가게에 지불한 프랑과 유로를 보니 유로가 4유로 정도 더 지불되어 조금 속상했지만 셀러드와 과일이 50% 할인이어서 그걸로 위안을 삼기로 했다. 룰루랄라 하며 민박집으로 갔더니 아르바이트생이 딸아이가 울어서 옆집 아주머니가 오셨다는 말을 전해 주었다.

 

엄마 아빠가 금방 온다더니 너무 늦게 왔잖아~ 레오도 금방 자고 외국 아줌마도 가고 새로운 손님들도 와서 무서웠단 말야~”

 

투덜 거리던 재인이는 레오에게 편지를 쓴다며 스케치북에 알록 달록 예쁘게 글을 적었다. 어느세 시간은 1 30분 사장님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지만 캐리어를 끌고 집을 나섰다. 인터라켄 웨스트역에 도착하자 마눌님은 뻐꾸기 시계 판매점으로 향했다. 한참을 고르다 뻐꾸기 시계와 오르골을 고르곤 역으로 향했다


바젤에서 내려 유로에어포트 가는 버스를 탔다. 공항에 들어가자 전광판에 우리가 탈 니스행 비행기가 표시 되었는데 이게 왠 청천벽력인가 Cancled? 이지젯 안내 데스크로 가서 한참을 기다려 승차권을 보여줬더니 이 비행기는 취소 되었다며 47번 데스크로 가라고 했다. 날씨도 맑고 별다른 문제도 없어 보이는데 왠 캔슬~ 47번 데스크로 가자 니스행과 바로셀로나행 두편이 모두 결항 되어 승객들이 직원에게 목청을 높이고 있었다


방법은 두가지 비행기를 취소 하고 환불 받던지 내일 비행기로 변경 하고 오늘 묶을 호텔을 잡아 줄 때 까지 기다리던지~

 

마눌님은 사색이 되어 기차로는 갈 수 없냐며 나를 처다 보았다. 기차표를 검색하자 바젤역에서 리옹역으로 간 후 리옹역에서 14시간 야간 기차를 타면 니스에 도착 할 수 있었다. 황급히 역을 나와 앞뒤 볼것도 없이 눈앞의 택시에 올라탔다. 10여분을 탔는데 택시비는 45프랑 물경 5만원돈 역에서 허겁지겁 내렸지만 열차표를 구매하는 것은 실패 급한 마음에 시간을 잘못 봤기 때문이다.

 

마눌님이 어디 앉아서 기다리자며 주변을 검색해 보니 역 앞에 스타벅스가 있었다. 캐리어를 끌고 스타벅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타는 가슴을 아이스아메리카노로 달래며 이리 저리 검색해봤지마 니스로 가는 방법은 이지젯의 다음 비행기를 타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놈에 이지젯 홈페이지는 호텔 신청을 했는데 연락이 없다


시간은 저녁 8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다시 접속해 보니 호텔 신청할 때 17명이 대기하고 있었는데 대기열은 1도 줄어들지 않고 있었다. 마눌님이 알아 보니 스타벅스는 9시가 영업종료 시간이었다. 9시가 되자 주섬 주섬 짐을 끌고 다시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공항에는 아까 목청을 높이던 할아버지와 눈물을 흘리던 이탈리아 아가씨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지젯 인포 앞에 않아 있었다.

 

별 다른 수는 없지만 다시 인포메이션 데스크에 어떻게 된거냐고 물었다. 60은 족히 넘어 보이는 할머니 직원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다 환불하거나 호텔이 잡힐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속이 부글 부글 끓었다. 아 이걸 어떻게 욕을 한번 해줄까~~ 하지만 이 사람에게 욕을 한들 해결은 되지 않는다. 나를 처다 보는 직원에게 “Funny” 라고 한마디 하자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10시가 넘자 여자 직원이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다니며 몇 명이냐 호텔에 가겠냐를 다시 물었다. 20분 정도 지나자 할아버지 직원이 오더니 또 같은 말을 되풀이 한다. 정말 징한 이지젯 놈들~ 대기열은 여전히 17~ 이건 데이터가 아니라 그냥 페이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10 30분이 넘어가고 재인이는 내 무릅에 기대 잠이 들어 있을 무렵 다른 여직원이 왠 남자와 같이 왔다. 여직원은 우리를 보더니 영어로 호텔이 잡혔고 2인실이지만 보조침대가 있는데 갈 건지 물었다.

 

OK~ OK~

 

여직원은 같이 온 남자와 독어로 한참을 이야기하더니 택시 드라이버라며 10분 정도 차를 타면 호텔에 도착 할 꺼라고 말했다. 마음속엔 욕이 한 바가지였는 입으로 나온 말은 땡큐였다~ 그나마 우리는 호텔로 향했지만 다른 승객들은 여전히 그곳에 앉아 있었다. 재인이처럼 어린아이가 포함된 일행은 우리 가족뿐이었는데 그래서 우리가 먼저 호텔을 배정 받은 것 같기도 했다. 준비된 택시는 BMW525였는데 트렁크가 널찍해서 우리 캐리어가 다 들어갔다. 뒷자리에는 아이들을 위한 시트도 준비되어 있었다


택시 안에서 이렇게 잡아 주는 호텔이 얼마나 허접할까 걱정을 하고 있는데 호텔 앞에 도착했다. 한눈에 봐도 외곽이고 호텔도 작았다. 벌레가 나오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 하던 마눌님이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었는데 의외로 방은 깨끗했다. 침실과 거실로 나눠져 있고 화장실도 욕조가 갖춰져 있었다


마눌님은 재인이 옷을 벗기고는 양치만 하고 방에 들어가 골아 떨어졌다. 이지젯이 취소된 사례를 검색해 보니 이지젯은 그나마 호텔을 잡아 준다는 블로그 글이 보였다.

 

 

유럽여행중 이지젯을 4번 이용했지만 이 한번의 문제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어쨌거나 혹시 저가항공을 이용했는데 결항이 되면 조심해야 할 것은 알림이 웹페이지로 온다면 웹페이지 알림만 믿지 말고 꼭 공항에서 확인하라는 것

 

 

마눌님이 그렇게 원하던 니스에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에 아직 스위스의 낮선 호텔에 누우니 잠이 오지 않았다. 3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