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

20일간의 유럽여행 - 로마 바티칸

초하류 2018. 1. 15. 18:44

2017.09.15

어제밤 늦게 도착해서 피곤하지만 오늘은 이번 여행에서 첫번째 패키지 가이드 투어로 바티칸을 방문하는 날. 바티칸앞 광장에서 810분에 모여야 하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야 했다. 하지만 이제 슬슬 여독도 쌓이고 어제도 늦게 도착한 탓인지 눈을 떳지만 이불속에서 꼼지락 거리느라 결국 약속 장소로 가는 길은 우버를 불렀다.

 

이번 여행에서 시간이 급했던 니스에서도 우버의 도음이 없었다면 일정 자체가 불가능했을 텐데 이번에도 우버는 우리를 배신하지 않았다. 우버 기사님은 우리 같은 여행객을 많이 태워 보셨는지 약속 장소를 우리보다 더 정확하게 알고 계셨다


바우처엔 까페라고 되어 있었는데 차가 멈춰 선곳은 광장 한 가운데 그런데 그곳이 약속 장소였다. 광장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몇 개의 업체가 리스트를 확인해 투어 신청한 사람들을 가이드별로 나눠서 그룹을 만들고 있었다. 우리도 리스트의 신청자명을 확인 받고 가이드를 배정받았는데 국내 업체를 통해 예약을 했음에도 한국인은 우리뿐이었다


젊었을 때는 무척 아름다웠을것이 분명한 외모에 멋진 스카프로 멋을낸 가이드는 리타라고 활달하게 자신을 소개하고 투어를 시작했다


바티칸으로 들어가는 길에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는데 우린 그 긴줄을 스킵~ 마치 명절 꽉 막힌 고속도로를 전용도로로 질주하는 느낌이랄까

 

이젠 빠지지 않는 검문대를 지나 첨으로 들어선 곳은 바티칸 박물관. 교황 아저씨가 대대로 모은 작품이 물경 35만점이나 있다고 한다. 넓지 않은 박물관에 오밀 조밀하게 놓여 있거나 걸려 있는 조각과 그림들 누가 만들고 그렸는지 모르고 그냥 보기만해도 고급스럽고 멋진 작품들


긴긴 서양의 중세 동안 무소불위의 최고 권력자의 눈에 들어 소장씩이니 당한 작품들이니 오죽 할까~ 이전까진 관람객이 많다는 관광지가 다 한적했는데 이곳은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그렇지만 우리 가족이 피에타 앞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으니 어쩌면 바티칸도 평균적으로 보지면 한적한 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물관을 지나 베드로교회로 들어가는 길. 늘상 조각 조각 개별 작품으로 보던 천지창조를 비롯한 미켈란젤로의 천장 그림이 눈앞에 펼쳐졌다. 올려다 보기도 목이 아픈 이 그림을 눈에 물감이 떨어지는 극한 상황 속에서 그렸던 당대 최고 천재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믿고 있던 신에게 바치는 예배? 혹은 찬양으로 여호와가 기쁘게 받아 주시길 기대하는 기쁜 마음일까? 혹은 교황이라는 권력자의 명령에 의해 퇴근 시간을 기다리며 억지로 그린 걸까


아담을 빚고 뱀이 하와를 유혹하는 일련의 그림들은 지나칠 정도로 빽빽하고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경비원들은 쵤영이 금지 되어 있다며 가끔 카메라로 촬영하려는 관광객을 제지하고 조용히 하라며 주의를 줬다

 

베드로 상당안도 천지창조처럼 지나치게 빽빽하고 화려하고 엄숙했다. 모든 눈 닫는 곳들 마다 최선을 다한 모습은 르부르와는 다른 감흥을 불러 일으켰다. 철저하게 여호와를 경배하고 역대 교황들의 권위를 위한 장식들은 그 어마어마한 퀄리티와 물량을 자랑했지만 너무나 밀도 높은 작품들의 연속으로 쉽게 피곤해졌다

 

투어를 마치고 뒷문에서 젤라또 하나를 사먹으면서 오후를 어떻게 보낼까 생각하다 이번 여행지의 모든 도시에서 봐왔지만 타보지 않았던 관광용 이층버스를 타기로 했다. 12시가 넘은 시간이라 하루 종일 타고 내릴 수 있는 승차권이 25불에서 어른 15불 어린이 10불로 할인이 되었다. 표를 사서 이층 버스에 올랐다.

 

재인이는 첨 타보는 이층버스에 신기해 했다. 로마 시내의 유명한 유적지를 계속 돈 버스는 우리 숙소가 있는 테리미니역을 지나 콜로세움으로 향했다. 콜로세움에서 내리자 긴 줄로 악명이 높은 콜로세움답게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일단 출출한 배를 체우기 위해 콜로세움이 잘 보이는 식당에 자리를 잡고 음식을 시켰다. 파스타 하나와 마르게리따 피자, 생맥주 두잔과 재인이를 위한 오렌지주스를 시키자 40유로가 꽉 찼다

 

피자와 파스타는 맛있었지만 생맥주는 그냥 저냥 시원한 라거뿐이었다. 어째서 바이젠을 파는 곳은 없을까 스위스에서도 우리나라에선 흔해빠진 호가든 조차 없었다. 서유럽 사람들은 맛에 대해서 그렇게 까다로운척 하면서 왜 맥주만은 맛있는 밀맥주를 마시지 않고 민숭맹숭한 라거를 마실까. 더운 날씨 때문인가? 유럽에서 마실 맛있는 생맥주 한잔을 기대하고 왔건만 T..T

 

식사를 마치고 2시 정도가 되자 북적거리던 콜로세움 앞은 어느 정도 한산해졌다. 따로 스킵더 라인표를 구매할 필요도 없이 성인 한명당 12유로짜리 입장권을 사서 들어섰다

 

2000년전 사람들이 전쟁이나 신전이 아닌 자신들의 오락을 위해 만든 이 어마어마한 6만석이 넘는 스타디움에 들어서자 그동안 말로만 듣고 책으로만 읽었던 그 당시 로마가 얼마나 강성한 제국이었는지 느껴졌다. 지금 미국이 망하고 이천년이 지나면 물리적으로 남은 어떤 물건이나 건물이 초강대국인 미국의 국력을 후세 사람들이 느낄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거대한 범선의 돗을 연상 시키는 가변형 지붕과 검투사와 연기자들의 극적 등장을 위한 30여개의 리프트와 복잡한 지하시설. 관객을 위한 지정좌석 65천개를 가진 이 거대한 돌덩이와 비견할 만한 현대 건물이 있을까? 무려 2천년이 지나도 그때의 영광과 권세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콜롯세움은 현대 최신 기술로 무장한 어떤 마천루 건물보다 로마의 영광을 생생하게 전달해 주었다.

 

건성으로 사진이나 찍자며 시큰둥했던 유정씨도 콜롯세움으로 들어서자 꽤 감흥을 받았고 판테온까지 둘러보자던 우리의 계획은 콜로세움과 포로 로만을 자세히 실펴 보는 여정으로 바뀌었다.

 


자유여행은 준비하는데는 여러모로 힘들지만 이렇게 그때 느낌에 따라 여정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니겠는가. 누군가 만들어주고 준비해준 일정을 따라 편안하게 보는것도 좋지만 준비 하는 과정에서부터 많이 찾아 봐야 하고 여행을 하면서도 필요에 따라 여정을 조정할 수 있는 자유여행이 내 스타일에 더 맞았다.


 

콜로세움 입장권으로 바로 옆에 자리한 포로 로마노도 입장이 가능했는데 로마의 의회와 법 신전 등 모든 것의 중심이었던 포로로마노 구석 구석을 걸으며 유적들을 살펴 보고 있으니 콜로세움이 전해주던 단순히 압도적인 로마의 강성함이 좀 더 구체적이게 느껴졌다.

 

어느새 노을이 지는 포로 로만의 언덕에서 옛 로마를 느끼며 개선문을 지나 유정씨 친구가 추천해준 판테온 근처 맛있다는 젤라또 가게로 이동하려는데 이미 시간이 저녁 7시가 넘었다. 이제 투어 버스를 내리면 다시 탈 수가 없다. 유정씨 친구가 추천해준 젤라또 가게는 포기하고 테르미니역 근처 파씨라는 젤라또가게를 방문하기로 했다.

 

파씨는 130년 전통의 로마 3대 젤라또 가게였는데 인터넷에 엄청나게 많은 후기가 올라와 있었다. 테르미니역에서 가깝다고 했지만 한참을 걸어가야 했는데(20분 가까이?) 가는 길도 어둡고 조금은 위험해 보였지만 도착해보니 엄청나게 넓은 매징 안은 늦은 시간인데도 많은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젤라또를 먹고 있었다.

 

우리도 자리를 잡고 젤라또를 시켰다. 가장 많이 추천하는 리쏘()와 파스타치오를 기본으로 우리 가족 각자가 좋아하는 맛 하나씩을 더해서 먹었다. 나는 리쏘, 파스타치오, 스트로베리를 먹었는데 달콤하고 쫄깃한 느낌(?)의 리쏘와 고소한 파스타치오 그리고 상큼한 스트로베리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조화를 보여주었다.

 

1.6유로짜리 콘 하나도 양이 많았지만 멀리 걸어 왔는데 조금 아쉬워 포장을 하나 해서 가기로 했다. 3유로짜리 컵을 계산하고 계산한 영수증을 가지고 젤라또를 받으러 갔다. 리쏘와 파스타치오를 고른후 스트로베리를 주문하려는데 예상치 않게 내 입에서 나온 말은 리쏘, 파스타치오 엔 딸기였다. 그런데 주문받은 직원은 그냥 젤라또를 뜨러 가려고 했다.

 

'노 노 마이 미스테이크 웨잇어ㅡ미닛"

 

당황하며 자기쪽으로 다가오는 나를 보며 점원이 말했다~

 

"크리 ㅁ 올려 뜨리까~~?~~"

 

? 한국 손님이 많이 와서 그런지 따로 배웠는지 몇가지 한국말을 또렸한 발음으로 이야기했다. 내가 깜짝 놀라자 그 직원은 재미 있는지 계속 한국말을 했다. "숟가락도 가져가요!" "포장 얼마나 걸려요~~?"

 

젤라또를 포장해서 호텔로 돌아와 시장기를 달래기 위해 컵라면과 누룽지를 먹기 위해 뜨거운 물을 받아 왔다. 재인이는 맛있다를 연발하며 라면과 누룽지를 먹고 젤라또를 맛있게 먹었다. 그리곤 피곤했는지 양치를 하자 마자 졸린다며 자려고 들었다. 내일은 이태리 남부 투어 때문에 더 일찍 일어나야 한다. 돌아 오는 버스에서 궁리 한데로 재인이는 내일 버스에서 입을 옷을 잠옷 대신 입고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