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대의 오십견
어깨가 아프기 시작한건 3개월 전부터 였습니다. 하지만 아픔이 더 심해지지도 않았고 생활을 못할 정도도 아니어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수요일. 근로자의 날. 휴일이면 늘 늦잠을 자야 하는 제가 5시도 되기전에 잠에서 깼습니다.
뒤척이다 아픈 어깨쪽으로 누웠나 봅니다. 깜짝 놀라게 찌릿한 느낌에 눈이 저절로 떠졌거든요.
갑자기 너무 걱정이 되는거에요. 몇달을 아무 생각없이 방치했었는데 뭔가 크게 잘못된걸까?
집 근처 정형외과를 검색해서 병원 오픈 시간에 맞춰 오픈런을 했습니다.
곱슬 머리를 단정하게 빗고 건조한 표정을 한 의사선생님이 아픈 팔을 이리 저리 들고 꺽고 비틀며 내 신음소리를 확인 하시더니 말씀하셨습니다.
“오십견인것 같습니다. 엑스레이로 확인 하겠습니다.”
제 속이 환히 보이는 엑스레이 사진을 모니터에 띄워놓고 저도 모르는 제 어깨의 내부 상태를 설명해 주셨습니다
“여기 근육이 좀 붙어 있구요 여기 어깨뼈에 음영은 뼈에 있는 점 같은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심한건 아니고 얼마나 들어갈지 모르겠는데 주사로 어깨에 300cc 목표로 주사액을 넣어서 쪼그라진 어깨 근육을 팽창 시키고 체외 충격파와 물리 치료를 하셔야 할것 같습니다.”
친절 하고 자세하지만 뭔가 와닿지 않는 멀리서 웅웅거리는것 같은 설명이 끝나고 어깨를 국소 마취하고 초음파 기기로 제 어깨속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주사액을 밀어 넣으셨습니다.
마취를 했는데도 뭐랄까 저 뼈속 깊은곳에서 멍든 부위를 누군가 지긋이 누르는것 같은 통증이 밀려 왔습니다.
절로 신음이 세어 나오자 의사 선생님은 건조한 목소리로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좀 뻐근 하실수 있어요. 너무 아프면 말씀해 주세요”
신음이 더 커질것 같이 이를 사려 물었습니다. 제 신음 소리가 점차 커지자 의사 선생님은 주사액을 밀어 넣는걸 멈추고 말씀 하셨습니다.
“300mm는 좀 무리일꺼 같습니다. 그래도 250mm는 들어 갔어요.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곤 물리치료실에서 저주파 치료기를 붙이고 누웠습니다.
뇌에서 전달 되는 신호가 아니라 피부에 붙은 치료기의 자극으로 저 혼자 움찔 거리는 낯선 내 어깨를 보면서 갑자기 옛날일이 떠올랐습니다.
삐걱거리는 7호차 밑에서 손으로 떠 낸 구리스를 쇼바에 바르고 엔진 오일을 갈면서 군장비검열을 준비 하던 수송부 동기의 심드렁한 눈빛
“야 그렇게 하면 똥차가 새차 되냐?”
제 질문에 역시나 심드렁한 표정의 동기 녀석이 말했습니다.
“똥차가 어떻게 새차가 되냐! 그래도 이렇게라도 하니까 그렇게라도 굴러 가는거야~
퍼지진 말아야 될꺼아냐~ 아직 교체 하려면 멀었는데”
그러고 보면 제가 가진걸 통털어서 50년도 넘게 그것도 매일 쓴 물건은 없습니다.
군용차도 일년에 한번씩은 구석 구석 정비 하는데. 무슨 똥배짱으로 문제가 있다고 삑삑 경고음을 내도 무신경하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던 걸까요?
물리 치료를 받고 나오자 의사선생님은 간단한 체조를 알려 주면서 말씀 하셨습니다.
“이 체조 자주 하셔야 합니다. 할때 마다 아파야 하구요 안아프면 운동 안하신거에요~ 주사액으로 늘려 놨을때 많이 하셔야 하니까 명심하세요”
집으로 돌아 가면서 어깨를 들어 봤습니다. 얼마전까진 너무나 당연하게 아무런 문제 없이 들어 올리고 휘두를수 있었는데. 이제는 마치 태권도 배울때 다리 찢기 할때만큼 아프고 어려워 졌습니다.
‘그래 이제 고장 날때도 됐지. 50년도 넘게 썼으니까’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마음은 좋지 않습니다. 어깨도 아프지만 마음이 더 아픈것도 같습니다.
세월에 쓸려 점점 더 내 몸 여기 저기가 닳고 망가져 가겠죠? 당연히 다가올 일이고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생각한것과 경험하는건 메꿀수 없는 간극이 있습니다
한숨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