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그 쓸쓸함에 대하여
40이 넘어 50을 넘어서게 되면 나이를 먹는 다는것이 점점 더 쓸쓸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것 같습니다.
무상 AS기간이 끝난 가전제품처럼 여기 저기 조금씩 고장이 나기 시작하는 몸과 특정 단어들이 생각 나지 않아 대명사로 둘러 대는게 일상이 되어 갑니다.
어릴때 더 젊을때 가능할것 같던 일들중에 일부는 이루었지만 더 많은 좌절을 겪었고 앞으로 더 많은 것을 이루는건 어렵다는걸 점점 깨닫게 됩니다.
더 많은것을 이루기는 커녕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별것도 아닌 성과들을 지키기도 점점 어려워 집니다.
책이나 유튜브에서 말하듯이 세상이 그러려니 한다고 생각하려고 해도, 지금까지 내가 이루어 놓은것이라도 만족하려고 해도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아직은 달려 왔던 관성이 남아 있고 몇몇 손에 닿을 뻔했던 업적들은 점점 더 뇌리에 강하게 남아서 후회와 안타까움이 커져갑니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지금 너무 하기 싫은 회사 일도 너무 작게 느껴지는 급여도 더 이상 제것이 아니게 되는 날이 오겠죠
하지만 마눌님과 어린 딸아이는 아직 저만 바라 봅니다. 어머니는 지병으로 응급실 가실일이 잦으십니다.
남자니까, 장남이니까, 가장이니까 당연하다며 어깨위에 올려진 의무들을 끝까지 책임 질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닿으면,
당연히 지켜 주리라 당연히 해주리라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갑자기 불안해지고 미안하면서, 짜증이 나기도하고, 안쓰러우면서, 화가 나기도 하는 복잡 미묘한 감정에 머리속이 혼란스러워집니다.
일은 점점 더 힘들어지고 몸과 정신은 점점 더 낡아 갑니다.
퇴근길에 로또라도 한장 사야 할까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