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후기

[도서]밥벌이의 지겨움

초하류 2010. 7. 11. 21:40
김훈의 문장은 독자를 향해 친절하지 못하다. 하지만 최소의 단어로 마침표를 향해 달려가는 그의 문장은 힘이 있는데 그 힘은 왠지 모르게 절박함에서 나오는듯 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김훈 자신이 스스로의 글쓰기에 대해서 컴퓨터 없이 연필을 가지고 원고지에 꾹꾹 눌러쓰는것을 빗대어 글을 몸으로 밀고 나간다고 말하며 그 느낌이 없으면 스스로 글을 쓸수 없다고 말하기 때문인듯 하다. 흔히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영감에 의지한 예술인들의 창작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런 김훈이 말하는 밥벌이의 지겨움은 여타의 예술가들이 말하는 삶의 지난함과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마치 내가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일로 생계를 이어가듯 글로 자신의 생계를 이어 가는 문필가가 말하는 밥벌이는 피할수 없는 영원한 숙제와 같다.

'밥에는 대책이 없다. 한 두끼를 먹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때가 되면 반드시 먹어야 한다. 이것이 밥이다. 이것이 진저리 나는 밥이라는 것이다.'

이전에 설명되어온 밥에 대해 어떤 설명보다 간략하게 그 절망을 이해시키는 문장의 끝에서 김훈은 벗어날 수 없는 밥벌이의 숙명에서 끝끝내 우리 삶의 목표가 단지 밥벌이만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배부른 돼지 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겠다는 형이상학적인 서술을 땅에 발을 딛고 있는 우리의 문제로 끌어 내린 김훈은 그 절망스러운 싸움이 편해지는 방법이나 피할 도리가 없음에도 꾸역꾸역 밥을 벌어야 한다고 말한다.

전 우주가 엔트로피가 증가되는 상황에서 홀로 그 흐름을 거스르려는 생명에게 우주는 절대 자비를 배풀지 않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왕 생명으로 났으니 제 아무리 우주의 순리라도 거슬러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가 느끼는 밥벌이의 지난함이 전 우주의 순리를 거스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가 치르는 댓가는 가벼운 것이라 위로 할 수 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