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극장 51

흔한 결혼한지 8년만에 아이 가진 이야기 - 13

13. 조이로 와서 재인이로 안기다.(2011.09.05 04:50) "아빠 이제 들어오세요~” 분만실은 아직도 전쟁터였습니다. “자기야~~ 아아악~~” 내 손을 잡은 마눌님의 눈빛.. 힘들고 반갑고 무섭고 초조하고 많은 감정들이 그 눈빛에 녹아 있었습니다. 티브이에서 보여주던 출산장면들은 마치 사파리와 세랭게티 정도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저 뭔가를 붙잡고 아아악 소리를 지르는 것과는 다른 수많은 절박한 감정들이 그야말로 와글와글 끓어 오르는 물속의 거품들처럼 거세게 부딪히는 찰라.. “자 엄마 아기 머리가 나와요 더 힘주세요~~ 하나~ 둘~ 세~엣~~” 얼핏 본 가람막 저쪽에 뭔가 거뭇한 아이 머리가 보이는듯 하더니~~ “응애~~~~~ 응~~애~~” “아빠 여기 탯줄 자르세요 “ “아~ 네.. 여기를..

창작극장 2018.03.14

흔한 결혼한지 8년만에 아이 가진 이야기 - 12

12. 식욕이 나를 힘들게 할지라도 양수검사를 하고 정상 판정을 받았지만 갈 때마다 수술 이야기를 하는 의사선생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던 마눌님은 산후조리원을 살피던 중 새로운 병원을 찾았습니다. 인천에서 인기 있던 산부인과 의사 분들이 독립해서 차린 산부인과가 있는 건물에 산부인과와 소아과와 연계한 산후조리원이 얼마 전에 오픈 한 것을 발견했거든요. 아무래도 새로 개설한 병원이기도 하고 젊은 의사 분들이어서 그런지 이야기도 훨씬 부드럽게 하고 출산에 대해서도 당연히 자연분만을 먼저 시도한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병원 바로 위층에 산후조리원이 있어 조리할 때에도 산부인과나 소아과 의사선생님들의 도움을 쉽게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였습니다. 우리는 오픈 기념으로 할인을 ..

창작극장 2018.03.14

흔한 결혼한지 8년만에 아이 가진 이야기 - 11

11. 나의 기도가 어디엔가 가닿기를(2011.09.05 03:30) 새벽 3시가 가까워지자 마눌님의 진통은 점점 더 강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무통주사의 효과가 끝나기도 했고 조이를 만날 시간도 점점 더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진을 하신 의사선생님이 곧 출산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러자 병실은 본격적인 출산 모드로 변경이 되었습니다. 어두운 엄마 뱃속에 있다가 태어날 아기가 놀라지 않게 병실 조명은 낮추고 슬리퍼 끌고 다니면서 시시껄렁한 연예계 이야기를 나누던 간호사 분들도 눈빛이 변했습니다. 마눌님은 제 손을 꼭 잡고 연습했던 호흡법을 리듬에 맞춰하려고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히히후.” 옆에서 따라 호홉법을 하고는 있었지만 제 손을 잡은 마눌님의 손은 진통이 올 때마다 깜짝 놀란 듯이 제 손을..

창작극장 2018.03.14

흔한 결혼한지 8년만에 아이 가진 이야기 - 10

10. 노산을 위한 나라는 없다. “알았죠 엄마는 나이가 많잖아. 그러니까 엄마 몸을 위해서라도 제왕 절개해야 하는 거고 양수검사도 해야 하는 거야. “ “저 그런데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 출산할 때 결정해도 되지 않나요? 그리고 양수검사도 다른 친구들 보니까 안 한 친구들도 많더라고요" “답답한 소리 하네.. 나이를 생각해야지 애 낳는 게 뭐 그리 만만해 보여요? 나이가 많아 지면 아이나 엄마한테 문제가 생길 확률이 아주 높아 진다고. 뭐 알아서 해요. 억지로 할 수는 없으니까. 어쨌거나 20주 안에 하지 않으면 못하니까 잘 생각해서 결정하세요” 15주가 넘어가자, 아이 심장소리가 들릴 때 가고 싶다며 첫 진료를 늦게 갔을 때도 꼬장 꼬장하게 잔소리를 해대던 의사 할아버지는 이번에도 근엄한 표정과 고압적..

창작극장 2018.03.14

흔한 결혼한지 8년만에 아이 가진 이야기 - 9

9.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2011.09.05 02:00) 출산을 준비하면서 출산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수중분만이나 그네분만 같이 좀 파격적으로 보이는 출산에서부터 흔히 산모들이 배우는 라마즈 호흡법이 나온 라마즈분만법 등등. 우리가 선택한 산부인과에서는 르와이예 분만법을 하고 있었는데 아이의 입장에서 출산환경을 만들어 주는데 주안점을 둔 분만법이었습니다. 엄마 뱃속의 환경처럼 조명을 어둡게 하고 탯줄도 아이가 폐로 호흡하는 것을 적응하기 위해 조금 시간을 두고 자르는데 마눌님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한 것은 태어난 아기를 바로 신생아실로 데려 가는 것이 아니고 엄마의 가슴에 올려 두고 젖을 물린다는 점이었습니다. 한 차례 내진을 더한 마눌님은 관장을 하고 개인병실로 옮..

창작극장 2018.03.14

흔한 결혼한지 8년만에 아이 가진 이야기 - 8

8. 세상은 최고만을 기억한다. "자기야 오늘은 조이가 육개장 먹고 싶다고 하네 부탁해" 회의 중 드으윽 울린 문자 메시지는 마눌님의 밥셔틀 메시지였습니다. 스마트폰 필요 없다던 마눌님은 아이를 가지고 나서 아이패드를 구매했습니다. 이런 저런 궁금한 정보는 많지만 컴퓨터 앞에서 검색을 하기에는 전자파가 걱정이 된다며 아이패드로 인터넷 검색을 하더군요. 그런데 어제 저녁 퇴근하자마자 마눌님 하는 말 "자기는 조이가 박찬욱 감독 닮았으면 좋겠어? 아니면 김유정 닮았으면 좋겠어?" 유부남들이 언제나 긴장해야 하는 포인트 입니다. 뜬금 없지만 뭔가 의도를 담은 듯한 질문..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건 즉답을 피하고 질문에 대한 실질적인 요지를 파악 하는 거죠. "글쎄.. 난 별로 생각 안 해봤는데 조이가 건강하게..

창작극장 2018.03.14

흔한 결혼한지 8년만에 아이 가진 이야기 - 7

7. 그남자 그여자의 사정(2011.09.05 01:00) 산모 대기실은 한마디로 썰렁했습니다. 넓은 방에 침대가 몇개 놓여 있었고 그날 따라 한산해서 그런 건지 마눌님만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가타 부타 어떻게 하라는 이야기가 없어서 다른 간호사와 이야기중인 간호사를 불러 물어 보았습니다. "저 간호사님 우리 여기 언제까지 있는 건가요?" "여기 있다가 산통 오구 출산 시작 되려고 하면 저쪽에 출산실로 이동 하실 거에요 그 동안 여기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내 질문은 절실했지만 돌아 오는 대답은 영혼 없는 사무적인 대답 이었습니다. 당직인듯한 간호사들은 아까부터 슬리퍼를 딱딱 소리 나게 끌고 다니며 어제 본 드라마며 연애가십 등등 시시껄렁한 이야기나 하고 있는 폼이 저 사람들이 정말 그 힘들다는 출산을 ..

창작극장 2018.03.14

흔한 결혼한지 8년만에 아이 가진 이야기 - 6

6. 꽃다발은 뒤에 감추고 12월 31일 마눌님과 저는 집에서 매년 그랬던 것 처럼 송구영신 예배를 마치고 조촐하게 파티를 했습니다. 파티래 봤자 마눌님이 좋아하는 초코케익 그리고 요즘 들어 마눌님이 꽂히신 소다수 정도였지만 벌써 3년째 쓰고 있는 크리스마스 장식등은 흰색칠을 한 장식 나무 위에서 분위기 있게 깜빡 거리고 있었고 티브이에서는 와글 와글 모인 사람들이 종로에서 새해가 왔음을 알리는 보신각종의 타종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댕~~~ 댕~~ 종소리와 함께 2010년이 지나가고 2011년이 왔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아직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었습니다. 멍하니 티비를 보고 있다가 마눌님의 갑작스런 옆구리 찌르기 스킬에 먹던 케익이 떨어질 뻔한 것만 뺀다면요 "왜 그러세요 한살 더 먹었는데..

창작극장 2018.03.14

흔한 결혼한지 8년만에 아이 가진 이야기 - 5

5.준비됐나요?(2011.09.04 23:30) "아휴 머리야"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산부인과에 도착해 택시에서 내린 마눌님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습니다. 산기가 있는 것 같아서 병원에 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택시기사 아저씨가 풍을 섞어서 늘어 놓은 여러 가지 자신이 겪은 산모들의 에피소드들로 신경이 예민해졌기 때문인가 봅니다. 병원에 도착하자 시간은 11시 30분 접수를 하고 마눌님이 진찰실에 들어 갔다 오더니 양쪽 팔로 엑스 표시를 해 보였습니다. "왜? 뭐래?" "아직 좀 더 있다가 오래" "왜? 얼마나 더 있어야 된데?" "내일 월요일인데 자기도 없이 나 혼자 있는데 갑자기 산통이 오면 어떡해, 내일 휴가 내면 안돼?" "이거 곧 아기 엄마 될 사람이 아기처럼 칭얼거리고 있으면 어떡해.. 일단 사무..

창작극장 2018.03.14

흔한 결혼한지 8년만에 아이 가진 이야기 - 4

4. 전화는 위복된다. "난~~ 몰라~ 이게 뭐~야~~" 대표님께서 주신 팩을 한 마눌님은 다음날 울상이 되어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피부가 민감한 편인 마눌님의 얼굴이 벌겋게 성이 나 있었습니다. 볼 쪽은 우둘 두들 뭔가가 나고 얼굴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진단을 위해 병원에 갔더니 의사선생님께서는 팩을 의심 하시면서 상태가 매우 안 좋다며 스테로이드 처방을 주시고는 말씀 하셨습니다. "제가 보기엔 그 팩에 뭔가 환자분과 맞지 않는 성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피부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스테로이드를 처방했고요 혹시 임신 계획이 있으시면 치료가 끝날 때 까지는 중지 하셔야 할 거 같네요" 복잡한 머릿속을 추수 리며 병원을 나서려고 하는데 갑자기 쫙 하고 등 짝에 소리가 났습니다. "아야 ~" 라고 소리를 ..

창작극장 2018.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