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녁은 유난히도 햇살이 따가웠다. 아이는 집앞 그늘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대나무를 자그마하고 날이 무딘 손칼로 다듬고 있었다. 바로 옆에 시퍼렇게 날이 선 낫이 있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여전히 날이 무딘 손칼로 대나무를 다듬느라 낑낑대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가끔씩 다듬던 대나무를 들어선 한쪽눈을 지그시 감고 수평을 살피는 폼이 제법 엄숙한 맛까지 느끼게 했다. 그렇게 30여분을 낑낑대던 아이는 이윽고 꿈쩍도 하지 않을 것같던 엉덩이-까만 반바지에 싸여진-를 땅에서 때어 가지고 대나무를 들어수평을 살피더니 입가에 만족한 웃음을 살짝 흘렸다. 그리곤 조심스레 대나무를 벽에 기대어 놓고 시선을 마당 구석 창고로 돌렸다. 찌그러진 양철문 사이로 여러 가지 잡다한 연장이 얽혀있는 모습이 시선에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