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오늘은 좀 일찍 퇴근 할께" "뭐야 드디어 솔로 탈출 한 거야? 데이트라도 있는 거야?" K씨는 특별한 대답 없이 그저 씽긋 웃고는 사무실을 빠져 나왔다. 서른을 훌쩍 넘어서 아직도 솔로인 K씨는 유일한 취미인 영화를 보기 위해 이제는 거의 일상이 되어 버린 야근을 뒤로 하고 오늘도 사무실을 서둘러 나오는 중이다. 얼마 전 K씨가 살고 있는 외곽 아파트 근처에 들어선 멀티플렉서 덕분에 영화보기가 한결 수월해졌건만 계속되는 야근에 차일 피일 하고 있었던 터라 조금 한가해진 오늘 저녁을 놓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전철역은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정해진 퇴근 시간에 맞춰 집으로 가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은 K씨에겐 언제나 낯선 일이다. 주머니를 부스럭거려 PDA를 꺼낸 K씨는 우선 이어폰을 귀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