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극장

지식전달 총량 보존의 법칙

초하류 2005. 3. 25. 09:55
전 우주의 에너지는 변화할 뿐이다 소리로 빛으로 하지만 전체 에너지 총량은 항상 동일하다. 물리학에서 말해지는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다. 하지만 불변하는것은 에너지뿐만이 아닌것 같다.

전 인류에게 전달되는 지식의 총량도 고대로 부터 지금까지 불변한것이 아닌가 싶다.

고대에 문자로 기록된 지식에 접근하여 깊이 있는 지식을 쌓은 그들은 인류 전체로 볼때 그야말로 소수의 제한된 인원들이었다.

문자를 해독할수 있고 축적된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이들은 그렇게 습득한 정보로 대중을 지배해 왔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지금은 어떤가

대부분의 지식은 대중에게 공개되어 있고 인터넷이라는 인프라의 발달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로 본격화된 지식 공급의 대중화를 비약적으로 발전 시켰다.

그 결과 사람들은 말그대로 정보 과잉의 시대를 살아 가고 있다.

하지만 이 과잉된 정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깊이 있는 정보로의 접근을 오히려 방해하고 있는듯 하다.

언제나 키보드 몇번의 토닥거림으로 접근할수 있는 지식들에 맛을 들인 사람들은 그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에서 출력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결과물들을 의심없이 받아 들일뿐만 아니라 자신의 것이라고 착각한다.

정제된 의식의 산물이었던 문자는 말 보다 빠른 분당 600타로 자신의 생각을 앞질러 쏟아져 나오고 시속 100km 이상으로 질주하는 자동차에서 흘낏 보는 고속도로의 표지판처럼 건성으로 성의없이 읽힌다.

쓰레기정보와 올바른 정보가 뒤섞여 출력되는 지나친 정보의 과잉속에서 누군가의 생각을 올바르게 이해하거나 타인에게 자신의 생각을 올바르게 전달하는것은 그야말로 힘겨운 작업이다.

자극적이지 못한 제목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해서 잊혀져 버린다.

자극적인 제목은 사람들에게 행간의 의미는 고사하고 볼드체로 강조되어 기술된 부분도 눈에 들어 오지 않게 만들어 의도했던 생각의 전달은 안전에도 없는 난장판이 되어 버리기 일쑤다.

아날로그적으로 작동하는 인간의 두뇌가 손가락을 거쳐 키보드로 디지털화 되어 인터넷이라는 네트웍 안에서, 정의된 프로토콜없이 마구 뒤엉키는 과도기적 혼돈은 사람들의 감정과 정열을 비효율적으로 소모시키고 있다.

하지만 희망적인 사실은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지식을 전달하기는 하지만 깊이 있는 전달은 방해하는 이 비효율안에서도 절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기록하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보소비자에서 직접 정보를 만들어 내는 생산자로서의 적극적 참여라는 획기적인 전환은 개인 미디어라는 시대적 조류를 타고 급속하게 번져 가고 있는 중이다.

자신의 컨텐츠를 만드는 과정에서 컨텐츠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 지는것 하나만으로도 블로그로 대표되는 개인미디어의 존재가치는 충분하다.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정보를 더 깊이 있게 받아들여서 개개인의 삶이 좀 더 풍요로워지는, 정보화 사회가 꿈꾸는 궁극적인 유토피아로 힘겹지만 조금씩 발전하려는 현재라는 과도기를 몸으로 직접 체험한다는것은 참으로 흥미진지하다.

개인 미디어가 앞으로 펼쳐질 - 얼마나 가까운 미래가 될것인가는 알 수 없지만 - 그런 세상이 좀 더 앞당겨 지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할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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