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후기 174

작별하지 않는다

현실이라고 말하기엔 너무나 참혹한 이야기. 우리가 스스로에게 저지른 참극너무 큰 두려움으로 마구 자해한 우리의 가슴과 팔목과 목에의 끔찍한 자상 사이로 꾸덕한 눈물이 흘러 넘치는 제주의 바다작별하지 않는다는 너무나 세밀하게 실제를 묘사하다 같은 밀도의 모호함으로 이야기의 이쪽과 저쪽을 흔들려갑니다.경하는 불가능한 폭설과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같은 암흑속을 더듬어 마침내 집에 도착한걸까요?경하가 인선이와 만난곳은 책의 표지에 그려진 마침내 얼고 얼어 가로로 일어선 바다같이 차갑고 깊은 어디쯤일까요?영원히 깨지 않을것 같은 악몽속을 걷는 느낌, 치매가 나를 덮쳐 삼키면 이렇게 되는걸까?우리 역사는 마주 볼 수 없는 지점들이, 혹여 실수라도 마주 본 다면 누구나 오랫동안 악몽에 시달릴만한 지점이 너무나 많..

독서후기 2025.06.30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모호하고시라고 하기엔 너무 길다자세한 플롯은 없고 감정만이 군데 군데 조각 조각 이리저리 흩어저 반짝거린다아픔이 안개처럼 희게 뒤덥힌 현실에 연필을 잡은 손에 피가 나도록 고르고 고른 언어라는 손전등으로 비춘 분절된 기억과 모습들은 늘상 그러해온 모습과 상황도 생소하게 빛나게 만든다무얼 말하는지 모르는데도 알것 같은 마음이 든다. 알것 같지만 그게 무엇인지 설명할 길이 없다그저 감상만 남는다~

독서후기 2025.06.01

희랍어 시간

시력을 잃어 가는 한 남자와 청력을 잃은 여자, 말을 잃은 여자의 이야기이렇게 이야기 하면 무슨 웹툰같은 느낌도 드네요하지만 한강은 이 세사람의 이야기를 희랍어라는 상징을 통해 그야말로 절차탁마한 문장으로 그려냅니다마치 긴~ 산문 형식의 시를 읽는 느낌이 들정도로 공들여 다듬은 문장으로 행여 누구라도 다칠세라 혹여 글을 통해 전달하려는 이야기가 흩어질까 백번을 넘게 좌고 우면 하는 한강의 글을 읽을때는 늘 숨이 막힐듯한 무게가 느껴집니다.희랍어 시간은 그러나 한강의 글중에선 그래도 그 무게가 덜한것 같습니다처음 채식주의자를 읽고 너무 힘들어 다시 읽을수 없겠다고 생각했었는데 한강과의 첫만남이 채식주의자가 아니라 희랍어 시간이었다면 좋았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서후기 2025.05.18

듀얼 브레인

AI에 대한 이해를 개론적으로 설명해주는 책이나 글은 많다. 하지만 모든 개론이 가지는 문제(하나 마나한 모두가 아는 내용의 평범한 설명)를 뛰어 넘는 글이나 책은 귀하다. 이 책은 AI에 대해 개론서이지만 단순한 이해를 돕는 수준을 벗어난다어떻게?많은 오해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AI를 외계 지성으로 상정한 후 AI를 사람으로서, 창작가로써, 동료로써, 교사와 코치로써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모두 구체적인 실질적 사례를 통한 설명과 예상이기 때문에 개론이 가지는 모호함을 벗어날 수 있다조금 오래된 책이고 좀 더 빨리 읽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읽을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추천

독서후기 2025.05.18

소년이 온다

93년에 입대한 부대는 지금은 사라진 20사단 62여단 이었습니다병사들의 겨울밤을 데워줄 기름을 내다 팔고 전투복과 군화를 돈으로 바꾸던 인사계는 창고 정리를 하다 정리된 충정봉 앞에서 자신이 광주에 내려가 빨갱이를 때려 잡았다며 고향이 광주인 선임앞에서 자랑을 했고 대구가 고향인 저는 점호가 끝나고 이동이 금지된 21:30분 부터 22시까지 그 선임에게 불려가 기제실 앞에서 깍지를 끼고 엎드려 있다가 발길질에 쓰러지기를 반복했습니다12월 3일 다시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로 특전사를 보내고 언론에 단전 단수를 지시하고 수거 대상을 지정하던 그 손가락, 서로를 보았을 눈, 서로에게 지시하고 들었을 입과 귀그들은 그날의 광주를 오래 그리워 했을겁니다. 그때가 좋았지 나때는 말이야 라는 직장 상사들처럼 늘 잊지..

독서후기 2025.04.28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딸아이의 추천으로 읽게 된 배우 차인표의 장편 소설입니다. 백두산 근처 호랑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호랑이 사냥, 일본군의 강제 징집을 동화 같은 분위기의이야기 입니다차분하고 정갈한 문장으로 일본군 장교인 가쓰오와 촌장댁 순이, 그리고 황포수와 그의 아들 용이의 이야기를 치밀하게 구성해 이야기를 풀어 냈습니다일본군의 추악함과 힘없는 나라의 국민이 겪는 참담함을 너무 직접적이지 않게 그리고 있는 점이 조금 답답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그나마 너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독서후기 2025.02.09

The COMING WAVE

딥마인드 CEO인 무스타파 술레이만이 자신이 깊이 관여한 인공지능에 대해 고찰한 책AI가 만들어낼 유익한 면을 이야기 하는 책은 많지만 우려와 규제를 이야기하는 책은 드물다. 이 책은 누구보다 최신 AI 기술에 깊숙히 관여해온 저자가 구체적인 기술적 사례와 함께 제시한 AI로 인해 일어 날 수 있는 문제와 이를 막기 위해 필요한 규제에 관해 이야기한다아직 최신 기술로 분류되고 사람들이 접근하기도 어려워 하는 분야지만 멀미가 날정도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 이미 이런 정도의 규제까지 논의 하고 있다는점이 놀랍다

독서후기 2025.02.01

이번 생도 잘 부탁해 1-14

생에 처음으로 딸아이가 추천한 웹툰입니다. 너무 감동적이어서 눈물을 흘렸다는 말에 같이 봤어요전생을 기억하는 인생 19회차 주인공의 직진 사이다 로맨스를 다룬 이야기인데 드라마화도 되었을만큼 내용은 나름 탄탄하고 술술 넘어가는 재미가 있습니다단행본 14권이어서 적은 양은 아니지만 연말에 한번 읽어 볼만한 웹툰입니다

독서후기 2024.12.28

넥서스

유발하라리의 최신작.인간은 이야기를 공유하는 능력으로 지금의 위치로 올라섰다라고 주장하는 사피엔스로 설득력 있는 빅히스토리를 펼쳐 보여 전 세계적인 호응을 만들어 냈습니다.그 이후 발표한 호모데우스와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개인적으로 사피엔스의 확장판 혹은 첨언 정도로 느껴졌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넥서스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는 느낌입니다.사람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만들어낸 유대감과 거대한 협력조직. 오직 인간만이 가능했던 이 능력에 인간이 만든 AI가 개입하기 시작했고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고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사람들의 이야기중 자신이 원하는 목표에 맞는 이야기를 취사선택해서 추천 할 수 있는 AI 능력을 경계해야 한다는 이야기 입니다.하긴 유튜브 알고리즘이 한번만 ..

독서후기 2024.12.18

불변의 법칙

절대 변하지 않는 23가지에 대한 책이다. 절대 변하지 않는것을 모아 놓았고 읽어 보니 대체로 납득이 가는 이야기 그런데 절대로 변하지 않을 정도로 확실한 이야기여서 사실 좀 당연한것처럼 생각되는 주제들이다. 이를테면 아주 사소한 결정이 큰 차이를 만들게 된다거나 사실보다 뛰어난 스토리가 강하다거나 고통이 때로 발전을 가속시키는 역활을 한다거나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절대 변하지 않는 것들은 뭔가 대단한 비밀이라기 보다 모두가 알고 있고 그래서 중요한만큼 지키거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다는 점이다. 이 당연한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개선하고 지키는게 진짜 성공의 비밀이 아닐까?

독서후기 2024.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