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극장

점심시간 뒷산을 오르다.

초하류 2005. 3. 23. 13:31
이리와 이리로 앉으렴

너와 오붓하게 이야기 하려고 아직은 조금 쌀쌀한 바람으로 사방을 막았어

보드랍지는 않지만 잔뜩 힘을 주고 싹 튀울 준비를 하고 있는 새순들로 바닦을 깔았지

그렇게 어색하게 어정쩡한 자세로 서 있지 말고 이리와

그냥 털썩 주저 앉는 거야..

비단처럼 부드럽거나 오리털처럼 푹신하진 않지만 엉덩이를 더럽히거나 하지는 않을테니까

그냥 니 눈을 보고 싶었어 조금 찌프린듯한 니 미간이 보고 싶더라구 셀쭉한 입꼬리도 보고 싶었어

그렇게 정신없이 휙휙 지나처 뛰어 다니니까 제대로 널 볼수가 없더라구

그렇구나 넌 이렇게 생겼었구나

다시 오겠지만 넌 금방 이곳을 떠나겠지 너와 함께 할 그 길지 않은 시간을 나는 또 나대로 이리 저리 분주하게 정신없이 보내느라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이번에도 널 마주 대할수 없을꺼 같았어

니가 온걸 깨닳을때면 넌 벌써 저만치 떠나고 있을테고 그럼 여지껏 그래왔던것 처럼 멀어진 니 뒤통수만 애닳게 처다 봤겠지

하지만 올해는 시작이 좋아

벌써 널 이렇게 마주 대하고 있잖아 아직 가기 전인 너를 정면에서 이렇게 마주 대하고 있잖아

별다른 할 이야기도, 듣고 싶은 대답도 없엇지만, 언제나 니가 가고 나면 남는 서운함이 싫었어

너와 이렇게 잠시나마 마주 않아 있으면 그 서운함이 니가 만든 아지랑이 처럼 하늘 하늘 기화되어 버릴것만 같았거든

그래 이제 가야겠지? 너무 오래 널 붙잡아 둘수는 없으니까

아직 여기 저기 분주하게 할일도 많을꺼야 나플 거리는 노랑나비도 날려줘야 할테고 아직 만저주지 못해 잠들어 있는 나뭇가지며 피워주지 못한 봄꽃들이며 모두 널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올해는 조금만 더 천천히 머물다 가주려므나

'창작극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신 붙잡기  (2) 2005.08.09
지식전달 총량 보존의 법칙  (3) 2005.03.25
2년만에.. -19禁-  (0) 2004.12.31
내 인생 최악의 크리스마스  (0) 2004.12.24
[블로그연속극] 요즘사랑 - 마지막회  (0) 2004.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