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극장 51

[블로그연속극] 요즘사랑 - 마지막회

전화는 더 이상 울리지 않았다. 2주간 시도 때도 없이 울려서 나를 깜짝 놀라게 하던 전화는 이제 더 이상 울리지 않았다. 전화를 해 봤지만 역시나 받지 않았다. 문자를 날리고 음성을 남겨 봤지만.. 그러고 보니 내가 알고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이름이 허나경이란것 전화번호 그리고 아버지가 사진작가 이고 입양됐고 나 바로전에 유도를 잘한다고 뻥친 남자애를 만났고 Z4를 끌고 다녔으며 고등학생이고 나이는 21살이라는거 정도? 아파트에 찾아가 봤지만 그렇게 으리 으리한 좋은 아파트에선 이름 만으론 아무것도 알아낼수가 없었다. 사고가 났나? 아니면 또 외국으로 가 버렸나?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심심해서 날 만나다가 다른 녀석을 만나고 있는건가? 2주 3주가 넘어가자 이렇게 안달복달 초조해 하고 있는 나 자..

창작극장 2004.12.23

[블로그 연속극] 요즘사랑 - 13

"현덕씨 아까 부탁한거 제안서 출력 끝났어요?" "예 지금 거의 출력이 끝났거든요.. 마지막장이 쨈이 나서.. 금방 출력해서 가져 가겠습니다." 오늘도 정신 없는 하루.. 퇴근 시간은 가까워 가지만 오늘도 역시 야근 분위기였다. 연말이고 오늘은 오랜만에 태수 녀석이랑 망년회 약속도 잡혔는데.. 부탁 받은 제안서를 출력해 주고 컴퓨터앞에 앉자 마자 MSN 화면이 딩동 거렸다. "현덕아 니 오늘 8시 종로 오는거 잊지 말그라" "알았어 지금 바뻐" 눈코 뜰세 없이 바쁜 와중이라 백수친구녀석과 msn으로 노닥거릴 시간 따위는 없었다. 오늘 주문 들어온 물건들의 발송 상황 체크만으로도 이미 약속시간이 위태로울 지경이었다. "오늘 절대 늦으면 안됀다" 아 이 끈질긴 태수녀석 니 녀석 MSN에 답하다가 늦겠다. "..

창작극장 2004.12.23

[블로그 연속극] 요즘사랑 - 12

"자 아~~~" 나는 눈을 껌뻑이며 입을 벌렸다. 입안으로 쏙 들어 오는 김밥, 눈 앞에는 왼쪽눈에만 쌍커플진 나경이가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턱을 괘고 내 얼굴을 처다 보고 있다. 점심시간 즈음에 갑작스레 들이닥친 나경이는 금방 김치볶음밥 한그릇을 먹고 나온 나를 학생식당으로 끌고 들어 와선 보기만 해도 질리게 많은 음식들을 꺼내서 진열하기 시작했다. 김밥, 김밥, 김밥.. 또 김밥... 나경이는 열심히 김치김밥, 치즈김밥, 참치김밥 등등 자신의 김밥의 분류와 맛 그리고 특장점들을 쫑알 거리고 있었지만 내가 보기엔 그것들은 모두 그냥 김밥 김밥 김밥들 이었다. 게다가 난 방금 배부르게 김치볶음밥을 먹고 난 후란 말야.. "맛있어?" 눈을 찡긋 거리며 어느세 김밥 하나를 또 들이 미는 나경이.. "어.. ..

창작극장 2004.12.23

[블로그 연속극] 요즘사랑 - 11

“니 수진이랑 뭔일 있었나” “뭐야 아침부터 귀찮게 왜 이래.. 절루 좀 가 임마” 태수는 첫번째 시간이 끝나고 난 후부터 줄곧 나를 졸졸 따라 다니며 같은 질문을 앵무새 마냥 또하고 또하고 또해댔다.. 지치지도 않는 에너자이져 같은 놈.. “니 수진이랑 문 일 있었나 카이” “야 밥 좀 먹자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더라..” “개? 개는 무니까 안 건들지 짜슥아 니가 개가?” “무는 수가 있다 너~~” “수지이가 우째 수업시간인데 니 옆에 안 앉는 것도 이상하고 니 쪽으로는 고개도 안 돌리더라.. 니 수진이하고 어제 뭔일 있었제..” “야 내가 수진이랑 뭐 뭔일이 있는 그런 사이냐? 밥이나 먹어라..” 잠깐 조용해 진건가? 태수 녀석이 끈질긴 질문 세례를 잠시 멈춘 사이 나는 급하게 밥을 입안으..

창작극장 2004.12.23

[블로그 연속극] 요즘사랑 - 10

“유비 아저씨 운전 면허증 첨봐?” 틀림없었다. 가증스럽게 단정한 머리와 옷차림으로 착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나경이를 제외하고는 어느한곳 흠잡을대 없는 완벽한 운전면허증이었다. “어.. 어째서 니가 나랑 동갑인거지?” 수진이가 말을 다 더듬다니.. 내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는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고등학교 삼수 했어 왜? 고등학교 재수한 사람은 운전면허 내주지 말라는 특별법이라도 알고 있는 거야?” 도데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말일까 그나마 내가 가지고 있던 나경이에 대한 정보가 모두 헝크러져 버리는 느낌이었다. 곤란 할 때는 어째서 고개가 자꾸만 왼쪽으로 왼쪽으로 돌아 가는 것일까 씩씩대던 수진이와 눈이 마주쳤을 때 내가 놀란 것은 수진이의 벌겋게 상기된 얼굴 보다 그 눈..

창작극장 2004.12.23

[블로그 연속극] 요즘사랑 - 9

“지난 시간에 쳤던 당시 삼백수 중간고사에서 아주 희귀한 일이 발생 했어요 .. 음.. 현덕군 어딨나? 현덕군 고현덕군..” 거짓말 아니고 딱 죽을 만큼 졸렸다. 술 마시고 얼마 자지도 못한 몸으로 4시간여를 운전해서 나경이 집에 대려다 주고는 바로 뛰어온 터라 수업이 시작되자 바로 골아 떨어 졌었기 때문이다. “네.. 네.. “ “저렇게 수업시간에 졸면 어떻게 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는데요 현덕군은 이번에 출제된 시 중에서 딱 두 개 있는 교재의 오타를 그대로 써 버렸어요 음 수능 수석 하는 친구들이 항상 수업에 충실하고 교과서에 위주로 공부했다고 그러더니 현덕군은 수업은 몰라도 교과서 위주로 공부 한 건 틀림 없는 거 같구만” 키득 거리는 웃음소리로 가득 찬 강의실에서 웃지 않는 건 나 ..

창작극장 2004.12.23

[블로그 연속극] 요즘사랑 - 8

“아저씨 갑자기 그렇게 일어나면 어떡해.. 아야~~~” “괜찮어? 갑자기 뒤에서 소리를 내니까 놀라서 그랬지” “우씨 그렇게 벌떡 일어난 아저씨가 잘못 된 거지 내가 뭘..” 모텔방 바닥에서 주저 앉아서 창밖으로 밤바다를 보며 먹는 맥주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근데 왜 대답 안하고 은근 슬쩍 넘어 갈려고 그래? 깔끔이가 누구냐니깐?” “아 .. 우리과 후배야” “오호라 여자 후배? 보기 보다 능력 있으시네.. 이뻐? 아까 그래서 피한거야?” “그.. 그런게.. 아니고..” 아 빨리 뭔가 대화의 주제를 돌려야 할텐데.. 밥은 벌써 먹었고.. “근데 아버지 오셨다며 전화도 안하고 이러고 있어도 돼?” “아빠? 아 아빠는 또 출국하셨어 잠깐 들어 오셨었나봐” “그래? 아버지가 무척 바쁘신가보네” “어 사..

창작극장 2004.12.20

[블로그 연속극] 요즘사랑 - 7

“잠깐만.. 잠깐 잠깐만… 난 널 잘 알지도 못하고 또 넌 아직 고등학생인데다가 또..” “뭐 이전 남자친구도 있었고 산부인과도 같이 갔다 왔고.. 이런거?” 이런 울고 싶은 상황 어째서 내가 여기서 이런 질문에 쩔쩔 매고 있어야 하지? “내가 매력 없어?” “그.. 그게… “ “유비 아저씨도 다른 남자애들이랑 똑같구나..” “그.. 그게…” 아 머리 속이 뒤죽박죽 일단 잠시 시간을 벌어야 하는데 ..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배 안고파? 뭐 좀 먹자..” 어느새 해는 저 버리고 가을이지만 바닷바람은 급히 나오느라 대강 걸치고 나온 엉성한 잠바에 비해서 지나치게 차가웠다. 이거야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 가는지.. 표정을 지워 버린 나경이는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차가워 보였다. 찡그리고 ..

창작극장 2004.11.20

[블로그 연속극] 요즘사랑 - 6

침대와 책상 사이의 물리적 거리는 겨우 3미터도 안돼는데 어째서 이렇게 가기가 힘이 들고 오래 걸린단 말인가 내일 발표 준비도 해야 하는데 일요일날 책상에 앉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겨우 도착한 책상에 앉자 이번엔 또 갑자기 왜 이리 지저분한 책꽃이가 눈에 거슬리는지. 이리 저리 책꽃이에 꽃힌 책들의 키를 맞춰 놓고 책을 펼치려는 순간.. 책상을 울리는 강한 진동음.. 일요일에 연락할 사람이 없는데.. 누굴까? 핸드폰을 받아 들자 수화기 넘어로 들려오는 목소리 “유비 아저씨 전화 빨리 빨리 안 받어? 어디야? 지금 뭐해?” 나경이 였다. “어 나 지금 집인데….” “그래? 그 집이란게 어디 있는건데?” “그.. 그게 민국대 후문 근처지.. 그 양철북에서 … 근데 왜?” “놀러가게..” “노… 놀러 여길..

창작극장 2004.11.19

[블로그 연속극] 요즘사랑 - 5

산부인과에 그것도 나 같이 젊은 사내가 설상가상으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와 들어서자니 나도 모르게 몸이 움추러 들었다. 천방지축이긴 하지만 역시나 나경이도 병원에 들어서고는 한마디도 하질 않았다 심지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으니까.. 난 어쩌다 이런 말도 안돼는 일에 말려 들어 버렸을까.. 머릿속은 뒤죽박죽에다 몸을 움추리고 있었던 탓인지 어깨까지 결려왔다. “허나경씨 들어오세요” 마치 긴급 탈출 버튼을 누른 비행사가 조종석에서 튕겨져 나가는듯한 기세로 벌떡 일어선 나경이는 내쪽을 돌아 보지도 않고 조용하게 내게 말했다. “갔다 올 테니까 오래 걸리더라도 기다려 그냥 갔다가는 죽음이야..” 세상 모든 것은 상대적인 것이다. 아침에 뒹굴 거릴 때는 30분이 눈 깜빡 할 사이에 지나가 버리더..

창작극장 2004.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