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극장

[블로그 연속극] 요즘사랑 - 7

초하류 2004. 11. 20. 15:28
“잠깐만.. 잠깐 잠깐만… 난 널 잘 알지도 못하고 또 넌 아직 고등학생인데다가 또..”



“뭐 이전 남자친구도 있었고 산부인과도 같이 갔다 왔고.. 이런거?”



이런 울고 싶은 상황 어째서 내가 여기서 이런 질문에 쩔쩔 매고 있어야 하지?



“내가 매력 없어?”



“그.. 그게… “



“유비 아저씨도 다른 남자애들이랑 똑같구나..”



“그.. 그게…”



아 머리 속이 뒤죽박죽 일단 잠시 시간을 벌어야 하는데 ..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배 안고파? 뭐 좀 먹자..”



어느새 해는 저 버리고 가을이지만 바닷바람은 급히 나오느라 대강 걸치고 나온 엉성한 잠바에 비해서 지나치게 차가웠다.



이거야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 가는지.. 표정을 지워 버린 나경이는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차가워 보였다. 찡그리고 화내는 얼굴보다 더 살벌해 보이는 무표정한 얼굴이라니..



따뜻하게 해장국밥을 먹고 나자 그래도 차가웠던 몸도 좀 풀리고 살만해 진 거 같았다.



“이제 돌아 가자 차도 밀릴 꺼구 지금 출발해도 늦어서야 도착할 수 있을꺼야”



주차장까지 걸어오면서도 나경이는 한마디는 커녕 내 쪽으로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있었다. 아 이런 썰렁한 분위기 바람도 찬데.. 어떻게 분위기 좀 바꿀 수 없을까?



“유비 아저씨 정말 똑바로 못해 잘 좀 찾아 봐”



하늘은 어쩜 내 기도에 이리도 즉각적인 응답을 주신단 말인가 차 앞에 도착하자 썰렁한 분위기는 바로 반전 됐다. 나는 벌써 10분째 몇 개 되지도 않은 주머니를 이리 뒤집고 저리 털어 보는 중이었다. 자동차 키가 사라져 버린 것 이다.



“빨리 찾아봐 나 추워 죽겠어…”



큰소리 뻥뻥 치더니만 별수 없군 날씨가 조금 차가운건 맞지만 저렇게 입술이 퍼렇게 질려서 덜덜 떨만큼은 아닌데 말이야 음..



“자 이거 걸치고 있어”



잠바를 벗어 주고는 다시 한번 주머니를 주머니를 뒤지려는 찰라



“추워서 안돼겠어 난 저기 방 잡아 놓을 테니까 아저씨는 키 찾으면 올라와”



총총 뛰다시피 저기 보이는 모텔 쪽으로 뛰어가 버리는 나경이의 뒷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다가 다시 한번 주머니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잠바를 벗어 주고 나니 한번 뒤지는데 걸리는 시간도 현저히 줄어 들었다.



이미 해는 지고 깜깜한 바닷가 해변 아까 난리를 치고 뛰어다니던 곳을 이리 저리 헤매어 봤지만 나온 거라곤 500원 짜리 동전 하나 뿐이었다. 몸은 차가운 바닷바람에 덜덜 떨려 오고 방법이 없었다. 이젠 어쩌지… 고민하고 있는 와중에 부르르르 엉덩이쪽에서 울리는 바이브레이션



“뭐하는거야 유비 아저씨 “



“그.. 어 그게.. 아직 찾는 중이라..”



“없던게 찾는다고 찾아지냐.. 추운데 고생하지 말고 일루와 405호야”



“뚜뚜뚜….”



아 어쩜 이렇게 자기 할말만 하고 깔끔하게 끊어 버릴 수 있을까 나는 언제쯤 이런 용건만 간단히 통화를 실현할 수 있을까



프론트에서 이 시간에 방 하나 더 있길 바라는 물정 모르는 놈 취급을 받고 의기 소침하게 문 앞에 섰지만 도저히 노크할 용기가 나질 않았다. 머뭇 머뭇 거리고 있는데 다시 울리는 엉덩이 쪽의 강한 진동



“5분 안에 안 들어 오면 안 들여 보낼 줄 알어”



방은 생각보다 아늑했다. 깔끔한 침대에 테이블도 있고 무엇보다 창쪽으로는 바다가 바로 보였다. 게다가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 까지..



나경이가 태연하게 샤워를 하는 동안 멍하니 앉아 있던 나는 컴퓨터를 켰다. 부팅이 되고 브라우져를 실행 시키자 메일함을 열고는 잔뜩 쌓인 스펨메일 들을 삭제하고 나서 블로그에 접속했다.



교양으로 들은 컴퓨터와 생활 수업 시간에 과제로 만들어 본 블로그였다. 별다른 포스트를 올리거나 하지는 않았고 과제물을 다 올린 후에는 가끔 방명록엔 수진이와 태수가 가끔 글을 남기는 정도의 썰렁하니 찾는 사람도 없는 블로그 였다.



‘선배 열심히 준비하는거 같더니 늦어서 당시 망쳤죠? 내가 챙겨야 되는데 미안하구요 월요일날 발표 준비 잘 하고 주말 푹 쉬고 월요일날 학교 일찍 나와요 전화 할께요’



“깔끔이가 누구야?”



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