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극장

흔한 결혼한지 8년만에 아이 가진 이야기 - 5

초하류 2018. 3. 14. 13:57

5.준비됐나요?(2011.09.04 23:30)


 


"아휴 머리야"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산부인과에 도착해 택시에서 내린 마눌님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습니다. 산기가 있는 것 같아서 병원에 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택시기사 아저씨가 풍을 섞어서 늘어 놓은 여러 가지 자신이 겪은 산모들의 에피소드들로 신경이 예민해졌기 때문인가 봅니다.


 


병원에 도착하자 시간은 11시 30분 접수를 하고 마눌님이 진찰실에 들어 갔다 오더니 양쪽 팔로 엑스 표시를 해 보였습니다.


 


"왜? 뭐래?"


"아직 좀 더 있다가 오래"


"왜? 얼마나 더 있어야 된데?"


"내일 월요일인데 자기도 없이 나 혼자 있는데 갑자기 산통이 오면 어떡해, 내일 휴가 내면 안돼?"


"이거 곧 아기 엄마 될 사람이 아기처럼 칭얼거리고 있으면 어떡해.. 일단 사무실 나갔다가 전화 하면 금방 올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나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뒤에서 간호사가 우리를 불렀습니다.


 


"담당 선생님께서 산모님 나이도 있고 하니까 다시 한번 내진 하자고 하시네요"


 


마눌님은 저를 처다 보며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내진 받는걸 끔찍히 싫어하는 마눌님으로선 당연한 반응이었지만 할수 있나요 진찰실에 들어갔습니다. 진찰실에 들여 보내고 밖에서 멍하니 앉아 있는데 간호사분이 저를 불렀습니다.


 


"푸르미님 입원수속해주세요~ "


"네? 갑자기 아기가 나오는 거에요?"


"아까 보다 조금 더 진행이 되었고 아이 머리가 아래쪽으로 많이 자리를 잡아서 지금 집에 가기는 어중간 하시데요 출산 준비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고 있는데 마눌님이 진찰실에서 걸어 나왔습니다.


 


"히잉.. 어떡해 자기야 나 무서워~"


 


제 손을 잡는 마눌님의 손에 땀이 흥건했습니다.


 


"뭐 하다 안되면 수술 하지 뭐.. 걱정하지 마.. 조이는 금방 나올 거니까"


 


"푸르미님 옷 갈아 입으세요~"


 


간호사의 말에 옷을 받아서 갈아 입기 위해 마눌님이 들어간 사이 저는 스마트폰을 꺼냈습니다.


 


'조이야 아빠야 이제 나오려는 거니? 아빠도 엄마도 몇 시간 전만 해도 한강변에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니가 우리를 만나러 나오기 위해 이렇게 열심히 준비 하고 있는지는 몰랐어. 엄마도 조이도 너무 힘들지 않게 순풍 테어나서 만나자꾸나 얼른 나와~"


 


마눌님에게 까똑을 보내고 잠시 후 마눌님이 환자 가운으로 갈아 입고 나와 병실로 들어갔습니다.


 


환자복을 입은 마눌님은 나를 보더니 애써 웃어 보였지만 무척 긴장하고 있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다가가 마눌님의 손을 꼭 잡아 주었더니 마눌님은 복잡미묘한, 말하자면 눈은 걱정하고 있지만 입은 조금 웃고 있는(?) 표정으로 저를 보며 말했습니다.


 


"자기야 태어 나는거지 테어나는게 아냐.. 철자법 좀 생각하고 글 써~"


 


애써 태연한 척 하면서 우스갯소리를 하는 마눌님, 남들보다 조금은 많은 나이 때문에 10개월동안 이런 저런 마음고생을 다 견뎌내고 드디어 조이를 만나게 된다고 생각하니 새삼 마눌님이 조이가 우리에게 찾아 와주었다는 소식을 전해준 1월 1일날이 떠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