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극장

흔한 결혼한지 8년만에 아이 가진 이야기 - 7

초하류 2018. 3. 14. 16:10

7. 그남자 그여자의 사정(2011.09.05 01:00)


산모 대기실은 한마디로 썰렁했습니다. 넓은 방에 침대가 몇개 놓여 있었고 그날 따라 한산해서 그런 건지 마눌님만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가타 부타 어떻게 하라는 이야기가 없어서 다른 간호사와 이야기중인 간호사를 불러 물어 보았습니다.


 


"저 간호사님 우리 여기 언제까지 있는 건가요?"


"여기 있다가 산통 오구 출산 시작 되려고 하면 저쪽에 출산실로 이동 하실 거에요 그 동안 여기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내 질문은 절실했지만 돌아 오는 대답은 영혼 없는 사무적인 대답 이었습니다. 당직인듯한 간호사들은 아까부터 슬리퍼를 딱딱 소리 나게 끌고 다니며 어제 본 드라마며 연애가십 등등 시시껄렁한 이야기나 하고 있는 폼이 저 사람들이 정말 그 힘들다는 출산을 도와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점점 더 불안해졌습니다.


 


하지만 미간이 조금 찌푸려진 마눌님의 얼굴을 보니 지금은 불안해 하는 마눌님을 진정 시키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하는 순간이라는 것을 떠 올렸습니다.


 


"자기야 그거 자기가 배운 라마즈 호흡법 기억나? 후~~ 흡~ 후 후~~ 흡?"


"그런데 대부분은 애기 놓을 때 그 호흡법대로 하는 사람이 드물다고 하더라. 난 잘 할 수 있어야 되는데.. 다들 너무 아프고 힘들다고 하니까.. "


"자긴 잘 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곤 다시 침묵.. 뭔가 국면전환용 화제 거리가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순간 제 입에서 나온 말은


 


"배고프진 않아?"


"자기야 나 지금 배고플 정신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더 찌푸려지는 마눌님의 미간.. 그렇습니다. 사람은 간사합니다. 부인이 임신을 하면 같이 입덧 하고 임신에 대한 신체변화를 그대로 같이 겪는 남편들도 있다는데 저는 그렇지 않나 봅니다. 정신 없이 병원을 오느라 저녁을 걸렀더니 어느새 배가 고파 오더라고요. 아 미안해졌습니다. 갑자기.. 마구 마구.. 조금 더 찌프려진 마눌님의 미간.. 이러다 폭발하는 거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 다행히 마눌님이 화제를 급전환 해 주셨습니다.


 


"자기야 근데 아기 낳을 때 사진 같은 거 찍을 수 있는 걸까?"


"글쎄.. 다른 친구들 보니까 찍은 친구들도 있더라고.."


"그럼 자기도 사진 많이 찍어줘.. "


"어 근데 카메라 배터리가 얼마 없는데 얼른 나가서 배터리 사올게.."


 


병원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편의점에 도착했을 때 저의 내적 갈등은 거의 극에 달했습니다. 의리를 지켜서 배터리만 사가지고 갈 것인가 아니면 혼자 몰래 빵을 사먹는 배신자가 될 것인가..


 


일단 AA 배터리를 4개 사고도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주저 주저 하고 있는데 갑자기 스마트폰이 드으윽 울렸습니다.


 


"밥셔틀 - 자기야 조이가 오늘은 김밥 먹고 싶데 바나나우유랑 같이 사와~"


 


배 안고프다던 마눌님은 그 세 문자를 날렸습니다.


 


'그래 자기도 배가 당연히 고프겠지.. ㅎㅎ'


 


김밥과 배터리를 사서 다시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자기야 김밥이랑 바나나우유 사왔어 오늘 밥셔틀 대성공 ~~~"


“어이구 이번엔 성공했네.. 그때 육개장은 사오질 않았으면서.. 배고프다면서 그건 자기 드세요~~”


“--;;”


 


아 누가 말했던가요 임신 기간 중에 아내에게 꼬투리를 잡히면 평생 간다고.. 첫 밥 셔틀을 실패했던 그날이 떠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