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극장

흔한 결혼한지 8년만에 아이 가진 이야기 - 6

초하류 2018. 3. 14. 16:10

6. 꽃다발은 뒤에 감추고


12월 31일 마눌님과 저는 집에서 매년 그랬던 것 처럼 송구영신 예배를 마치고 조촐하게 파티를 했습니다. 파티래 봤자 마눌님이 좋아하는 초코케익 그리고 요즘 들어 마눌님이 꽂히신 소다수 정도였지만 벌써 3년째 쓰고 있는 크리스마스 장식등은 흰색칠을 한 장식 나무 위에서 분위기 있게 깜빡 거리고 있었고 티브이에서는 와글 와글 모인 사람들이 종로에서 새해가 왔음을 알리는 보신각종의 타종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댕~~~ 댕~~ 종소리와 함께 2010년이 지나가고 2011년이 왔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아직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었습니다. 멍하니 티비를 보고 있다가 마눌님의 갑작스런 옆구리 찌르기 스킬에 먹던 케익이 떨어질 뻔한 것만 뺀다면요


 


"왜 그러세요 한살 더 먹었는데 그리고 먹는 덴 개도 안 건든다는데..  --;ㅋ"


"자기~~ 야~~ 나 할 말 있어요"


"어 너무 비싼 건 안돼~요~~ 켁"


 


옆구리를 후벼 파는 마눌님의 기세에 포크에 겨우 매달려 있던 케익 조각이 마루로 떨어지고 있는 그 찰라 였습니다. 제 귀에 마눌님의 말소리가 들려 온 것은.. 뉴턴이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그런 느낌을 받았을까요?


 


"자기야 우리 아이 생긴 것 같아~"


 


마눌님이 성대를 울려 날려 보낸 공기의 파동은 순식간에 방안을 가득 채웠고 그 울림은 제 고막을 간질여서 뇌로 신호를 보내왔습니다. '아이? 생긴것? 자기야?' 마눌님은 분명히 우리나라 말로 이야기했건만 무슨 이야긴지 도무지 알아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문장이 아니라 단어들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랄까요?


 


"뭐야 안 기뻐? 그럼 못들은 걸로 해"


"아~~ 아냐.. "


.


.


.


 


"으이~~구~~ 울긴 왜 울어 빠~~보야.."


 


마눌님과 피부과를 나왔을 때는 틀림없이 눈물이 나려는 게 느껴졌고 하늘을 볼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데..


 


이번엔 그럴 여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큐 싸인을 기다린 일류 영화배우보다 빨리, 공회전으로 잔뜩 RPM을 올려 놓은 스포츠카보다 맹렬히, 눈물은 마치 처음부터 제 손등에서 솟아 난 것 처럼 왈칵 쏟아져 손등에 떨어 졌습니다.


 


"피부과 치료 받으면서 술도 안 먹고 고기도 안 먹고 해서 몸도 좋아 지고 아 이젠 정말 아이가 없구나 하고 포기해서 마음도 편하고 그래서 그랬는지 하늘에서 선물을 보내 주셨더라고. 사실 크리스마스이브 때 혼자 검사해서 알았는데 정말인가 싶어서 몇번 더 검사를 하느라.."


 


마눌님은 손을 들어 제 눈물을 쓱쓱 닦더니 스마트폰을 제 눈앞에 들어 보였습니다.


 


"조이 만날 때까지 남은 날짜 240일"


 


대표님께서 선물해주신 것은 팩이었지만 우리가 받은 것은 아이였습니다. 제 생애를 통틀어 가장 기쁜 새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