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하류's Story

쾌락을 즐기려면 쾌락을 이겨야 한다.

초하류 2005. 4. 23. 09:43
술을 일부러 찾아서 먹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술을 싫어 하지도 않는다. 술을 적당히 마시고 나서의 그 기분좋은 취기는 다음날 숙취에 힘들어 하지 않는다면 기분 좋은 환각이다.

술을 왜 마실까?

나는 기본적으로 술은 쾌락을 위해 마신다. 술을 마시고 나면 내 온몸의 감각기관들은 소스라친듯 민감해 지고 예민해지고 모든 자극들은 힘찬 안티엠프를 거친 전기 신호가 박력있게 스피커의 콘을 흔들듯이 나를 흔들어 깨운다.

같은 음악을 들어도 같은 사진을 봐도 같은 공간에 있어도 알콜이 더해진것과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는 말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다.

내가 태어난 대한민국과 내가 살아온 나이와 알량한 사회적 위치 따위 쾌락을 위해서는 전혀 쓰잘대기 없는 껍질을 마치 실력있는 횟집 요리사가 발라내 접시 아래쪽이 비치는 복어회 처럼 매끄럽게 분리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가진 술자리중 그런 즐거운 쾌락을 경험할수 있는 자리는 열번에 한번쯤일까?

적당히 술을 마시고 그만둘수 있는 자리라는것은 그만큼 적다.

분위기 때문에 업무때문에 더 많은 경우에는 나 스스로의 흥취를 이기지 못해서 쾌락을 위한 적당량의 알콜을 넘겨 버리기 일쑤다.

더 많은 쾌락을 위해서 필요한것은 더 많은 알콜이 아니라 적당한 시기에 알콜의 섭취를 그만둘수 있는 의지가 필요하다는것

쾌락을 즐기려면 그 쾌락을 컨트롤 하기 위해서 쾌락을 이겨내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것

쉽지만 쉽지 않다.

하지만 다음 술자리에서도 이제껏과 마찮가지로 적당한 쾌락의 순간에 술을 그만두려는 시도를 포기하지는 않을것이다.

포기하기엔 적당한 알콜이 주는 지극한 쾌락을 잊을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왕 건강을 조금 손해 보면서 마시는 술이지만 열번에 한번이지만 오늘도 퇴근길에 선배들이 제안하는 술자리를 애써 거절하지 않는것은 그런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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