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노무현재단 출범기념 콘서트 ~~

초하류 2009. 10. 9. 20:32
오늘이네요..
콘서트 이제 시작했습니다..
아프리카 주소입니다...
http://www.afreeca.com/opentv/opentv_pop.asp?szStr=5945000856035e070845450e40164348445543105c0c45&nWidth=480&nHeight=360&isAutoPlay=1


노무현재단 출범기념 콘서트 공연이 죄송한 이유

10월 9일 공연이 죄송한 이유


양정철(노무현재단 사무처장)


한 시민의 얘기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노무현 재단 이사장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지난 주 어느 날 재단 회의를 마치고 집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습니다.

나이가 지긋한 택시 기사분이 한 전 총리를 첫 눈에 알아보고 반갑게 말을 겁니다. 소탈한 성격의 한 전 총리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기사가 대통령님 얘기를 먼저 꺼내면서 마음에 담아두었던 소회를 털어놓습니다.

대통령님의 인간적인 면모와 서민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존경했다는 그는 대통령님 재임 중 승객들이 (대통령님에 대해) 나쁜 말을 하면 매우 속상해 하면서 나름대로 해명을 하고 반박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 해명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대통령님이 서거하시자 슬픔과 억울함과 분노의 마음을 억누르기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별 생각 없이 비판하던 사람들이 서거 뒤에야 슬퍼하고 안타까워하는 민심에 조금 야속함을 느꼈다는 말도 했습니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엔 진심이 담겨 있었습니다.

짧지 않은 대화를 마치고 한 전 총리가 내릴 때 그는 “잠시만 기다려 달라”며 주섬주섬 뭔가를 챙겼습니다. 만 원권, 천 원권 지폐와 동전이 섞여 있는 돈을 건네려 했습니다. 당일 번 돈을 모두 내놓으려는 것이었습니다. “얼마 안 되지만 노무현 재단에서 좋은 일에 써주면 좋겠다”고 말입니다.

한 전 총리는 차마 받을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 사는 그의 고단한 삶이 느껴지는데, 받기가 미안했다고 합니다. 재단의 소식을 가끔씩 전해드릴 테니 그냥 전화번호만 달라고 해 연락처를 받았습니다.

다음 날 제가 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자 쑥스러워 하면서 (대통령님 서거가) 안타깝다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습니다. 장차 재단 활동 자료를 보내겠다고 하자 이메일도 핸드폰 문자도 못쓴다는 그는, 그냥 무슨 일 있을 때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성원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여기 또 한 명의 시민이 있습니다. 전남 장성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구재상씨.

엊그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논에 새긴 추모의 대형 글씨’ 주인공입니다. 대통령님에 대한 그리움을 벼를 이용해 논에 새긴 사연이 궁금했습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자 그 역시 쑥스러워 합니다. 대통령님에 대한 그리움, 추모의 마음을 어떻게 다른 이들과 나눌까 고민하다가 그리 했다고 합니다. 글자 하나의 폭만 해도 5미터인데, 검은 벼를 손으로 일일이 심어서 열다섯 자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무려 보름이 걸렸습니다.

그의 순수한 마음이 애잔하게 와 닿습니다. 사람들에게 화제가 된 게 부담되지 않느냐고 묻자 “속에 있는 마음을 담아 그냥 순수하게 한 일인데, 뭘 이렇게 대단하게 보는지, 또 화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많은 사람들이 다 저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거 아니냐?”고 반문합니다.

두 사람의 시민을 생각하며 힘을 냅니다. 이제야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앞에 소개한 두 분을 생각하며 힘을 내야겠다고 다짐하는 최근의 팍팍한 상황입니다.

10월 9일 오후 7시 30분 성공회대 공연을 준비하면서 재단 사무처 직원들은 상처를 많이 받아야 했습니다. 평일 저녁, 서울 끝에 자리한, 그래서 교통도 좀 불편한, 그리고 좀 협소한 한 대학의 캠퍼스로 공연이 잡히기까지 수많은 곡절이 있었습니다.

지난 한 달여, 무려 8개 대학을 돌고 돌아 그곳에 이르렀습니다. 처음부터 기겁을 하는 대학, 묵묵부답인 대학, 장소 사용허가를 다 받아 답사까지 마쳤는데 알 수 없는 이유로 번복하며 딱히 이유도 설명하지 못한 채 미안해하는 대학…. 공공장소 사용 불발의 과정은 아예 소개하기가 민망한 수준입니다.

출연가수들 섭외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명의 가수가 출연을 승낙했다가 미안해하며 번복했습니다. 대통령님 서거 후 몇몇 공연에 나왔던 어떤 연예인은 지금까지 ‘고생’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고생이 오죽 심했으면 ‘노무현 다이어트’로 살이 빠졌다는 자조까지 했다니, 면목이 없어집니다.

보이지 않는 어떤 힘이 대학들을 그리 주눅 들게 만들었는지 저희는 알지 못합니다. 짐작하기 힘든 어떤 상황이 대중적 스타들을 그리 위축시켰는지도 저희는 모릅니다. 그들을 탓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다 말 못할 애로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안한 건 저희가 초대하고자 하는 시민들입니다. 직장 일을 서둘러 마치고 그 먼 곳까지 많이들 와 달라고 초청해 송구합니다. 성공회대학교에도 미안합니다. 지난 5월 ‘바람이 분다’ 공연으로 욕 본 일이 많을 텐데 또 부담을 드려 죄송합니다. 출연을 결심한 가수들에게도 송구합니다. 이런 ‘부담되는 공연’에 무대를 빛내 달라고 부탁해 미안합니다.

10월9일 공연이 두루두루 죄송한 이유입니다.

이런 상황이 지금의 현실이면 ‘회피할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는 것이 책무라고 봅니다. 그 책무에 역사적 무게를 실어주는 힘이 저희에게 있습니다.

10월 6일 오후까지 1만 2700여명의 시민들이 후원을 약정해 주셨습니다. 공연을 흔쾌히 허락한 대학이 있습니다. 말 못할 부담을 혼자 끌어안고 무대에 서, 희망의 노래를 나누고자 하는 가수들도 있습니다. 그들의 마음은 처음 소개한 평범한 두 분 시민들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10월 9일 공연도, 노무현재단 후원약정도 그런 마음이 합쳐지는 자리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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