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하류's Story

물고기 잡기

초하류 2013. 8. 26. 14:33
태어난곳은 대구지만 방학때마다 시골에서 보낸탓에 거의 촌에서 자란 아이들만큼의 산과들에 대한 지식을 쌓았습니다.

그중에 제가 제일 좋아 하는것은 뭐니 뭐니해도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는 일이었습니다. 맑게 흐르는 강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를 내 손안에 가둘때의 짜릿함. 아마 그 느낌 때문에 그렇게 많은 강태공들이 시간을 낚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는것도 그렇게 단순하게 볼만한 일은 아닙니다. 잡으려고 하는 물고기종류나 내가 가진 도구에 따라 잡을 수 있는 물고기가 달라지니까요

줄낚시나 견지 낚시가 있다면 해거름이나 아침 일찍 피리들을 낚을 수 있습니다. 어항이 있다면 입구에 된장을 조금 발라서 적당한 물속에 넣어 놓으면 이런 저런 물고기들을 잡을 수 있지요. 그런데 이도 저도 없이 맨손만 있다면 이건 좀 경우가 달라집니다. 맨손으로 잡을 수 있는 물고기는 잘없거든요

그렇지만 아주 없는것도 아닙니다. 우선 모래무지가 있지요. 모래사장으로 된 냇가를 이리 저리 밟고 다니다 보면 모래속에 숨어 있던 모래무지가 발에 밟힙니다. 그러면 손으로 잡아 내면 되죠 무척 쉽지만 모래무지가 많은곳을 잘 알고 있어야 가능한 수법입니다.

기름종개를 잡을수도 있습니다. 표범같이 얼룩덜룩한 무늬를 가진 미꾸라지 모양의 기름종개는 급하게 쫒으면 모래속으로 파바박 들어가는 재주를 부리곤 합니다. 그러면 틀어밖힌 모래를 손으로 꽉 틀어 쥐고 모래째 잡는 거죠. 미끌거리는 기름종개도 꼼짝없이 잡힌답니다.

시골에선 뿌구리라고 불리고 표준어로는 꾸구리인 물고기도 손으로 잡을 수 있습니다. 조금 작은 메기처럼 생긴 이놈은 돌이나 모래처럼 얼룩덜룩한 무늬로 위장을 하고 있어 발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조심 조심 돌을 들쳐서 찾아야 합니다. 꾸구리는 일단 마음먹고 움직이면 눈이 쫒아 가기 힘들만큼 쏜살같이 사라지지만 여간해선 그렇게 빨리 움직이지 않는 행동패턴을 보인답니다. 발견한 꾸구리를 돌이나 다른 장애물쪽으로 잘몰아 손으로 잡아 내야 하는데 꽤 요령이 필요하죠. 그리고 육식어류라 잘못하면 손을 깨물릴수도 있고(물론 살이 떨어져 나가거나 하진 않습니다. 그냥 자잘한 이빨자국이 손에 나는정도) 빠빳한 가슴지느러미나 등지느러미에 찔리면 약간의 독때문에 따끔한 맛을 볼 수가 있답니다. 꾸구리와 비슷한 종류로는 빠각사리나 쏘가리가 있는데 이놈들도 돌을 들쳐서 잡을 수 있지요

요즘은 냇물들이 많이 오염되고 물고기도 많이 남획이 이루어져서 예전처럼 물고기가 많지 않더군요. 예전엔 냇가에서 수영을 하면 발에 따라 붙어 피리들이 몸을 톡톡 쪼기도 했었는데 말이죠

주말에 딸아이를 대리고 천계산 계곡에 놀러갔는데 오랜만에 꾸구리가 있어 한참을 따라 다녔지만 결국 잡지 못했습니다. 예전엔 형들이랑 1시간만 잡으면 작은 주전자를 가득 잡았었는데 이젠 꾸구리들이 21세기 형으로 발달했는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 요령이 없어졌는지 쉽지가 않더군요

우리 아이가 자라서 나중에 다시 오게되어도 천계산 계곡에 꾸구리들이 있었서 같이 꾸구리 사냥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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