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하다

최근 단톡방 성희롱 사건을 보는 어느 아재의 잡설

초하류 2016. 7. 12. 17:48
사람들은 모두들 다양한 능력을 원하지만 정작 그 능력이 자신에게 주어졌을 때 다루는 방법을 몰라 스스로에게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내가 원하는 게 뭐든 척척 이루어지면 좋을 것 같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본다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내 생각이란 것을 유익한 방향으로만 통제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누구나 한번씩 일어나서는 안될 끔찍한 상상을 하곤 하지 않는가.. 왜 이래.. 나만 쓰레기야?

요즘 왠만한 국산 준중형 자동차도 100마력은 우습게 넘는다. 이건 인간의 육체로는 감히 근접할 수도 없는 어마어마한 힘이다. 인간중 가장 강력한 인간이 온갖 단련을 통해 강해진다고 하더라도 가장 싼 자동차가 와서 부딪히는 힘의 절반에 절반도 미치지못한다.

자동차의 힘은 누가 봐도 위험한 것이기 때문에 이 힘을 쓰려면 국가가 정한 나이가 된후에도 정신과 육체의 건강을 체크 받고 정해진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절차를 거친 사람들도 하루에도 수십건의 사고를 일으킨다.

기본적으로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것 보다 너무 큰 힘을 너무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문명은 무럭무럭 자라서 이제 물리적인 힘을 넘어서 정신적인 영역 즉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그것은 바로 메신저다. 무협지에선 엄청난 수련을 한 무림 초고수들이 사용하던 전음술, 만화나 영화에서 초능력 히어로들이나 사용하던 능력. 내 생각을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에게 말하는것 보다 빨리 전달할 수 있는 텔레파시와 거의 유사한 능력이다.

그리고 이 능력은 어떤 자격시험도 없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신나는 일이다. 내 생각을 전달 하기 위해서 상대방의 각종 리액션들을 신경 쓰지 않고(우리는 본능적으로 서로의 눈치를 보게 진화되어왔다.) 역사상 가장 쿨했던 어떤 누구보다 쿨하게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하루에도 몇번씩 떠오르는 온갖 문명화 되지 않은 생각들을 누구의 아들이라는 정체성, 어느 조직의 구성원이라는 체면, 문화라는 구속구로 잡아 매면서 느끼던 외로움. 나만 쓰레긴가? 아냐 저놈도 그럴꺼야 비슷할꺼야라는 불안함에서 직접적으로 벗어나는 달콤함.

서로의 뇌를 단톡방으로 연결하고 남자가 여자를 여자가 남자를 보는 최악의 시선을, 서로가 서로에게 버프를 받아 되먹임으로 증폭시킨 후 2중 3중으로 백업되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공간에 자판으로 세긴다.

그렇게 나눈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공개하는것은 또 얼마나 쉽고도 간편한가. 최고의 UI,UX 디자이너들이 인간이 가장 불편하지 않을 방식과 최소한의 스텝으로 이야기한 것을 공유할 수 있게 배려해 주고 있지 않은가

인간이 스스로 만든 것이 무엇인지 모른 체 마구 사용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원자력이 처음 발견 되었을 때 사회에서 일어났던 무분별한 사용은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스스로 후쿠시마로 뚜벅 뚜벅 걸어 들어가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방사능 물질은 미용에도 좋은, 정신과 치료에도 사용되는 최첨단의 어떤 것이었다. 저 유명한 퀴리부인도 자신이 발견한 방사능 물질인 라듐에서 나오는 방사능의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한체 피폭되어 재생불량성빈혈로 목숨을 잃을 정도였으니까

30년후 우리의 후손들은 메신저라는 도구를 사용해서 24시간 단톡방을 유지하면서 서로에게 자신의 생각을 마구 공유하는 현재의 우리를 마치 페르몬으로 서로의 두뇌를 연결한 체 살아가는 개미처럼 미개한 모습이라고 경악할지 모른다.

날카로운 칼은 생활의 편리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물건이지만 늘 조심해서 다루어야 한다. 칼의 위험성은 어릴 때 부터 교육 받기도 하고 한번 베어보면 얼마나 위험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다. 하지만 메신저로 만들어지는 폭력성에 대해서는 교육도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위험성에 대해서도 인지하기가 어렵다.

우리는 애초에 남들과 공유해도 문제 없는 생각이나 상상만 하고 살게 설계되어 있지 않다. 누가 보아도 문제 없는 생각이나 상상만을 해야 한다고 규제하는 것은 폭력적인 것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 불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그 생각과 상상을 어떤 장소에서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대해서는 이른바 사회화 문명화가 필요하다.

흔히 말하는 선진국일수록 어떤 생각이나 상상이든 표현 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되어 있고 그 창구들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으며 무엇보다 잘 관리되고 있다. 성적인 어떤 상상도 할 수 있지만 그것은 포르노라는 틀 안에서 허락된다. 포르노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면 그것을 즐길 자격이 없는 거다. 똥은 화장실에서 누고 거름으로 쓸 때는 아무 문제가 없고 유익하기까지 한 것이지만 대로변에서 바지를 까고 똥을 싸면 미친놈이고 거리를 더럽히는 오물일 뿐이다.

지금이라도 메신저로 할 수 있는 말과 해서는 안될 말이 있다는 것을 교육 하고 홍보 하고 널리 알려야 한다. 자신의 생각이 단순히 떠들썩한 술자리 잡담이 아니라 글자라는 물리적인 형태로 고착화 되어 누군가에게 전달된다는 것이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를 그리고 자신과 대화하고 있는 상대가 아닌 다수의 다른 대중도 그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어떤 파급효과를 가지는지 똑똑히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게 공교육이 할 일이고 가정에서 가르쳐야 할 21세기의 매너라고 이 연사 힘차게 외치면서 이만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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