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하류's Story

영화를 가지려는 사람들(下)

초하류 2017. 6. 2. 13:49

영화를 극장에서만 보는 사람과 그것을 굳이 소장 하는 사람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한번 본 영화는 다시 보지 않는 사람도 수두룩 한데 어떤 사람들이 영화를 적지 않은 돈울 주고 구매씩이나 해서 소장해 버려야 하는걸까?

 

첫번째 미디어덕후 되겠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보는 영화가 재미있을까에 관심이 있다. 영화 좀 봤다 싶은 사람들은 어떤 배우가 나오는지 어떤 장르의 영화인지 어떤 감독의 영화인지 같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나 영화의 배경에 까지 관심을 가진다. 블루레이나 디비디로 출시 되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미디어덕후들은 해상도, 사운드포멧 등 조금 더 세밀한 미디어 정보에 관심을 기울인다.

 

미디어덕후들은 기본적으로 집에서 영화를 감상하기 위한 하드웨어도 남다른데 최신 영상매체를 소화 할 수 있는 플레이어와 디스플레이, 그리고 최신 사운드포멧을 지원하는 리시버와 스피커등을 갖추고 있다.

 

미디어덕후들에게 영화가 재미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영화광들과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영화의 사운드포멧은 몰입감을 극대화 하기 위해 여러가지 포멧을 가지고 있는데 음악을 위한 스테레오를 넘어서 THX나 Doby digital같은 중앙과 좌우 그리고 뒤쪽에서도 소리가 나게 된다. 최근에는 Dolby ATMOS라는 포멧을 통해 머리위에도 사운드를 배치한다.

 

물론 영화에 따라서 굳이 머리위에서 까지 소리가 날 필요가 없는 경우도 많고 Dolby ATMOS가 지원되는 영화라 하더라도 주구장창 머리위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지는 않는다. 따라서 머리위에서 소리가 많이 날만한 내용의 영화중에 Dolby ATMOS 사운드를 지원하면서 감독이 이 사운드포멧을 잘 살려서 공들여 사운드트랙을 만든 영화라면 일반적인 관점에서 영화의 내용이 조금 재미가 없다고 하더라도 구매할 이유가 충분한 영화가 될 수 있는 거다.

 

해상도의 경우도 최근 UHD라고 해서 HD화질보다 월등한 고화질의 4K 타이틀이 나오고 있다. 블루레이만 하더라도 프로젝터를 통해 150인치 정도로 보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미디어덕후들에겐 블루레이의 화질도 부족하다. 4K 미디어가 재생되는 플레이어를 따로 구매하고 UHD티비 혹은 4K프로젝터를 구비해서 남들보다 훨씬 촘촘한 픽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3D로 제작된 영화도 마찬가지인데 3D가 적극적으로 사용되면서 자연스런 영화들은 영화 흥행과 관계없이 미디어덕후들의 구매 목록에 오르게  된다.

 

두번째는 영화 호사가들이다..

이 사람들은 단지 영화를 몇번씩 보는 것에서 벗어나 영화에 대한 좀 더 상세하고 내밀한 정보, 영화 촬영장의 뒷모습 같은 다른 사람들은 시시해할 정보들도 알고 싶어한다. 따라서 흔히 스페셜피처라고 불리는 부가영상이 얼마나 충실하게 담겨 있는가가 구매여부를 좌우한다. 스페셜피처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한번 살펴 보자

 

코멘터리 : 감독, 배우, 촬영감독 등의 영화를 제작한 사람들이 영화를 보면서 영화를 촬영하면서 있었던 이야기나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지점, 촬영하면서 어려웠던 일 등 영화에 관련된 이런 저린 이야기를 제공한다. 감독이나 스텝들의 영화에 대한 전문적인 해설 이외에도 출연한 배우들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으며 어떤 타이틀은 영화 보다 코멘터리가 더 재미있는 경우도 있다. 특히 최민식이나 송강호 같은 배우들의 입담이나 봉준호, 최동훈 같은 감독들의 달변도 여러모로 들을만 하다.

 

인터뷰 : 감독, 스텝, 배우들의 간단한 인터뷰가 실리는 타이틀도 많다. 이 영화를 처음 제의 받았을때 느낌이라던지 대부분 영화가 개봉 하고 난 뒤에 인터뷰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영화 흥행에 대한 이야기등을 들을 수 있다.

 

메이킹 필름 : 영화 촬영장에서 별도 카메라로 주변을 스케치한 영상으로 영화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배우들이 필요한 액션이나 기술들을 배우는 과정이라던지 대본 리딩을 포함해서 촬영장에서 소탈한 모습까지 배우들의 촬영장의 모습을 좀 더 현장감 있게 느낄 수 있다.

 

특수 효과 : 특수효과가 많이 삽입된 영화에서 주로 제공 되는데 특정 장면에서 특수효과가 적용되기 전과 적용된 후의 화면을 비교해 준다 던지 삽입된 특수효과를 구현하는 과정등을 담고 있다. 영화에 대한 환상이 깨질 수도 있겠지만 저 장면은 어떻게 찍었을까 하는 원초적인 궁금증을 해소해 준다.

 

다큐멘터리 : 해외에서 대규모 제작비로 제작된 영화에 흔히 포함되는데 해당 영화와 관련된 내용을 독립적인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포함 시키는 경우다. 몇 년전 개봉한 인터스텔라 같은 경우는 과학자문을 한 킵손이 영화에서 구현되는 블랙홀이나 과학적인 내용에 대해 전반적인 이야기를 소개 하는 짦막한 다큐멘터리가 포함되어 있고 얼마전 개봉한 디즈니의 모아나에도 에니메이션을 제작하면서 참고한 폴리네시아에 대한 다큐영상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나라 영화로는 최근 블루레이로 재발매된 올드보이 타이틀에 2016 전주국제영화제 출품작인 올드보이즈 관련 다큐멘터리 올드 데이즈가 수록되어 있다.

 

세번째는 배우, 감독, 작품의 팬들이다.

남들보다 영화를 좋아 하면 영화를 많이 보게 되고 많은 영화를 보게 되면 필연적으로 특정 배우나 감독 혹은 시리즈의 팬이 되게 된다. 일단 팬이 되면 그 사람이나 시리즈에 관한 모든 것이 이른바 굿즈가 된다. 출연한 영화 블루레이는 굿즈의 기본중에 기본이다. 팬심이 깊은 경우에는 소장용, 감상용을 따로 구매하기도 하고 몇몇 시리즈의 경우 사골이라고 불릴 정도로 여러가지 조금씩 다른 버전으로 발매 되어 팬들의 지갑을 집요하게 노린다. 대표적으로 어마어마하게 넓은 마니아층을 거느린 에반게리온 같은 작품이 있는데 DVD 시절부터 일반판, 확장판, 화면보정, 사운드리뉴얼, 박스셋 등등을 거쳐서 블루레이까지 발매되어 관련 영상물만 모아도 엄청난 양이 된다.

감독이나 배우의 경우에도 단편들을 하나 하나 모아 가다가 어느 정도 인기나 연륜이 되면 박스셋이라는 이름으로 패키징 되어서 나오기도 한다.

 

마치며

이렇게 여러가지 이유로 영화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존재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IPTV등을 통한 스트리밍 서비스나 불법으로 다운로드한 파일로 영화를 감상한다. 음반에서 MP3 지금은 스트리밍으로 이동해간 음반시장과 마찬가지로 블루레이 타이틀 판매 시장은 점점 축소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블루레이 플레이어가 예전 비디오나 DVD처럼 대중화 되지도 않아서 엄청나게 히트한  작품이라고 해봐야 삼천장 팔리기도 어렵다.

 

시장이 작다 보니 발매량도 덩달아 줄어 들어 영상물을 수집하기에 열악한 환경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블루레이는 일반적인 플라스틱 케이스 이외에도 금속 재질의 스틸북 케이스로도 판매되는데 본격적인 수집가들은 이 스틸북 위주로 작품을 모은다. 그런데 스틸북 버전은 적게는 500여장 정도 밖에 판매가 되지 않기 때문에 예약판매 기간에 각종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를 위한 광클이 이어지고 같은 취미를 가진 사이트에는 구매 성공과 실패의 희비가 엇갈리는 게시물이 올라 오고 어느 사이트엔 남았더라는 정보가 공유된다. 한번 구매 하지 못하면 중고매물에 올라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리거나 웃돈을 주고 사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블루레이 이후의 차세대 영상매체가 얼마간은 나오겠지만 네트웍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면서 안정적인 고화질 감상이 가능하고  특정 포멧의 플레이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면서 매체를 보관하거나 플레이어에 넣지 않아도 원하는 장소 어디서든 간편하게 플레이 할 수 있는 넷플릭스나 IPTV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가 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많은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불편을 참아 가면서 어두운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 자체가 구시대 유물이 될 지도 모른다.

 

4~5만원 정도의 돈으로 손에 잡히지 않는 영화라는 종합영상물을 물리적인 실체를 가진 디스크에 담아 극장에서 보는 것과 거의 흡사한 품질의 고해상도와 고음질로 소장할 수 있는것은 이제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취미일지도 모르겠다. 마눌님은 좁아터진 집에 어디다 쌓아 놓으려고 자꾸 사다 나르느냐고 야단을 치고 친구들은 그거 사놓고 몇번이나 본다고 사냐고 놀리지만 판매가 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 취미를 유지하려고 한다.

 

영화를 구입 하는 짧은 순간 만큼은 처음 구매한 영웅본색 비디오테입을 가지고 집으로 달려올때의 가슴 두근거리는 어린 시절로 돌아 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