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잡담

#봉준호 #옥자 #넷플렉스 #영화

초하류 2017. 7. 24. 22:13

봉준호 감독의 신작 개봉 소식 들었어? 옥자라고.. 옥자는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어 본의 아니게 논란에 휩싸였지. 일부 관계자들이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는 영화에 황금종려상 등 상을 줄 수 없다고 반발했기 때문이야. 봉준호감독이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자신들이 초대해 놓고 그런 소동을 벌이는 것은 좀 싸가지 없는 짓이지.

왜 이런 헤프닝이 벌어졌을까요?

프랑스까지 갈 것도 없이 영화의 정의를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찾아 보면 ‘일정한 의미를 갖고 움직이는 대상을 촬영하여 영사기로 영사막에 재현하는 종합 예술’이라고 정의 하고 있어. 그러니 넷플렉스에서 투자했기 때문에 일반극장에서 상영되지 않고 스트리밍으로 재생되는 옥자는 영화가 아니라는거야.

칸 관계자들의 항의는 받아들여 졌고 내년부터는 스트리밍영화는 초청 대상에서 빠지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는데 사실 이거 좀 웃기는 이야기지. 영화인가 아닌가를 극장에서 상영하느냐 아니냐로 구분 하는 것이 정당한 거야? 그럼 극장에 걸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도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안방의 티비로 보는 순간 영화가 아닌게 되어 버린다는거야 뭐야~~

그런데 봉준호 감독은 전작인 설국열차를 필름으로 찍었어. 이게 우리나라 영화 중에 필름으로 찍은 마지막 영화야. 스스로는 인터뷰를 통해서 자신은 별 생각 없이 늘 찍던 것처럼 필름으로 찍었고 찍고 나서 보니 현상소가 없어서 고생했다고 밝혔지만 이걸 말 그대로 믿기는 어렵지. 필름으로 찍으면 당장 제작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제작자 쪽에서 그냥 넘어갔을 리 없잖아. 봉준호 정도 되니까 필름으로 찍었을 꺼라고 생각해~

이건 바꿔 말하면 봉준호 감독이 우리나라에서 영화라는 장르의 형식적 구성에 대해 가장 오랫동안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한 감독이었다는 이야기야. 그런데 그랬던 사람이, 촬영도 디지털 카메라가 아니라 필름카메라를 고집했던 사람이, 극장에서 상영된다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도 지켜지지 않는 방식으로 영화를 만든거야

무엇이 봉준호 감독을 이렇게 파격적으로 변하게 만들었을까? 난 봉준호 감독의 옥자에 대한 인터뷰중에 몇가지 단서를 찾을 수 있었어

첫번째 ‘손익분기점에 대한 부담감無’

옥자는 제작비가 500억 정도 들어갔어. 우리나라 영화 중에 가장 큰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야(사실 옥자가 우리나라 영화인가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일단 제끼고) 이정도면 헐리웃에서도 무시할만한 제작비는 아니야. 로버트 드니로와 앤 해서웨이가 출연했던 인턴이 순 제작비로 사천만 달러가 들었다니까

이런 정도 돈을 투자하면 스튜디오에서 작품에 이런 저런 간섭을 하게 되지. 감독에게 편집권이 없다던 지 스토리에 대해 압력을 가한다던 지. 특히 봉준호는 설국열차의 영어권 개봉에서 배급을 맡았던 와인스테인사가 러닝타임중 20분 정도를 삭제해 줄 것을 요청해서 골머리를 앓은 적이 있었으니 제작에 관여하는 입김에 대해 더욱 민감했을 거야.

영화는 두시간여의 짧은 컨텐츠를 완성 시키기 위해 엄청난 자본을 투자할 수 있으니 자신의 상상을 현실화 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플랫폼이지만 반대로 그 자본의 간섭 때문에 작품을 자신의 의도대로만 끌고 가기가 너무 힘든 플랫폼인 거지

봉준호는 자신의 상상력을 시각화 하는데 자본의 간섭이 최소화 된다면 극장 상영이라는 감상조건은 양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아. 그런데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양보할 수 있는 조건일까?

사실 영화를 극장에서 본다는 건 무척 특별한 경험인건 틀림없어. 외부와 차단된 암전된 공간에서 생면부지의 사람과 함께 어마어마하게 큰 화면과 사운드로 전달되는 현실과 허구가 교묘하게 뒤섞인 이야기를 본다는 건 마치 꿈을 꾸는것과 비슷할지도 몰라. 게다가 이 꿈은 혼자가 아니라 단체로 꾸는 꿈이지. 특정 장면에서 다같이 웃고 울고. 같은 공간 안에서 서로의 감정이 전달되고 그런 공감이 재미와 감동을 배가 시키잖아

어쩌면 영화를 혼자 보러 가지 않는 사람이 많은 건 단지 쑥스럽기 때문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 압도적인 스케일로 전달되는 이야기를 낯선 사람들만 있는 공간에서 혼자 받아 들이기 두려울수 있지 않겠어? 마치 잠들기 전 엄마에게 칭얼칭얼 잠투정을 하는 아이처럼 자신을 기댈 누군가가 옆에 있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일지도 몰라.(혼자 영화 볼 수 있는 그대야 말로 진정한 어른~~)

그러니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당연히 자신의 작품을 커다란 스크린에서 봐주기를 원할꺼야. 만들때도 극장의 화면 크기와 사운드에 최적화해서 만든거니까! 그런데 현실은 어때? IPTV로 보거나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 지고 있어. 어떤 영화인은 영화의 가장 큰 경쟁상대가 스마트폰이라고까지 이야기해 사람들이 2시간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는게 너무 힘들어서 극장엘 가지 않는다는 거야~

상황이 이러니 봉준호 입장에서는 영화를 자신의 의지대로 만드는 것이 감상자들의 감상환경에 극장을 넣는 것 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었던 거 같아.

두번째 ‘내 영화를 TV로 볼 때 잘리거나 밑에 이상한 자막 나오는 것 등을 보면 상처받는 느낌’

영화는 결국 동영상이잖아. 그리고 이 동영상은 여러 가지 플랫폼에서 볼 수가 있어. 극장에서도 볼 수 있지만 텔레비전을 통해서도 볼 수 있지. 넷플렉스나 유튜브 같은 스트리밍서비스나 DVD, 블루레이 같은 미디어를 통해서도 볼 수가 있어. 그런데 이런 각각의 플랫폼에서 요구하는 표준이 있기 때문에 그때마다 영화에 이런 저런 조작을 가해야 할 필요가 생기지.

예를 들면 우리나라 티비에 상영하기 위해서는 흡연장면을 블러 처리 한다던지 지나치게 잔인하거나 야한 장면을 삭제하기도 하잖아~ 그리고 화면에 시청가능연령을 표시하는 워터마크가 표시도기도 하고 갑자기 속보가 자막으로 깔리기도 하지. 디비디나 블루레이에 담길때도 해당 매체의 용량이나 해상도에 따라서 화면을 다시 수정하고 사운드도 손봐야 할때가 많아..

예전 봉준호는 영화를 위해 시나리오를 쓰고 극장에 상영을 하지만 블루레이나 디비디로 발매된걸 가져다가 책장에 꽂아 넣어야 작품이 끝난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이야기를 한적이 있어. 꼭 봉준호 감독 뿐만이 아니라 영화감독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작품이 원래 제작한 작품이 회손 없이 잘 보존되기를 바랄꺼야. 향후 2차 판권에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자신의 영화가 블루레이라는 손에 잡히는 실체로 손에 잡힐 때 자신의 영화가 완성된 것처럼 느껴지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지.

그런데 옥자는 처음부터 넷플렉스에서 스트리밍으로 서비스 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이고 계속해서 스트리밍으로 상영이 돼. 워터마크나 속보가 자막으로 깔릴 일도 없어. 감독의 입장에선 뭐랄까 자신의 만든 작품이 원본 그대로 영구히 보존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사실 봉준호 정도면 우리나라 감독중에 손꼽히는 감독이지. 작품성과 흥행 모두에서 밀리지 않는 멀티플레이어이기도 하고. 그런데 그런 봉준호도 자신이 원하는 영화를 찍기 위해서는 이런 저런 타협을 해야 하는거 보니까 세상에 참 쉬운일이 없어. 차기작으로는 기생충에 관한 영화를 찍는다고 하는데 다음 작품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주길 바라며 이만 쓸께 읽느라 고생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