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사용기 감상기

벨브가 보여주는 VR게임의 신세기

초하류 2020. 6. 9. 11:28

둠으로 시작된 FPS 라는 게임 장르를 일찌감치 완성 시켜 버린 시대의 갓게임 하프라이프의 신작. 하프라이프 알릭스가 발표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게임이 VR 전용이라는 점입니다.

VR게임은 적지 않지만 VR이라는 게임 환경에서 게이머들이 원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뭔가 미흡한 상태였습니다. 마치 둠의 등장으로 FPS라는 게임 장르가 출현 했지만 아직 뭔가 미진했던 그때처럼요~

벨브는 알릭스를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게임으로 만들기 위해서 VR 게임 UI의 기본인 VR기기부터 새로 디자인해서 출시 했습니다. 인덱스라는 이 기기는 시야각이나 해상도등의 면에서 여러가지 차별점이 있지만 뭐니 뭐니해도 기존 VR 기기와는 달리 손가락의 움직임을 더욱 디테일하게 구현할 수 있는 글러브 형식으로 변경 했다는 점입니다.

 

 

 



기존의 VR 기기는 일반적인 게임기의 컨트롤러를 손에 쥐기 편한 모양으로(VR 게이머들이 흔히 몽둥이라고 표현합니다.) 디자인한 반면 벨브는 너클콘 방식으로 손에 끼운 다음 손가락의 움직임과 함께 움켜쥐는 힘까지 표현합니다.

결과적으로 게임내에서 게이머가 어떤 물건을 잡거나 던질때 실제 동작과 차이를 극적으로 줄였습니다. 물건을 잡기 위해 버튼을 누르는것과 실제로 물건을 잡는것 처럼 손을 움켜 쥔다던지 물건을 던질때 잡고 있던 버튼을 놓으면서 팔을 휘두르는것과 잡았던 손가락을 놓으면서 팔을 휘두르는것은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마치 아이폰에서 이미지를 확대 하기 위해 엄지와 검지를 벌리는 핀치줌을 선보였던것과 비슷한 혁신이라고 느꼈습니다.

이렇게 개선된 VR 기기를 바탕으로 알릭스는 게임속의 수많은 물건들을 자연스럽게 다룰수 있게 디자인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물건들을 들고 던지고 만질 수 있습니다. 문을 걸어 잠근 쇠막대기를 빼내서 열고 들어간다던지, 파밍된 탄창을 등뒤 배낭에 넣는 모션을 취하면 탄창이 베낭에 수납되고 필요할때는 등뒤로 손을 가져 가면 손에 든 총에 맞는 탄창이 손에 쥐어지고 남은 탄창 수를 알려 주는 것처럼 직관적이고 정확하게 동작합니다.

벨브가 회사를 존재하게 만든 유서 깊은 게임인 하프라이프를 VR로 발표 하면서 VR기기까지 개발해서 추구하는 방향은 VR 게임의 본질이 무엇인가 파악하고 그 본질에 다가가는 것인듯 합니다.

VR게임과 기존 게임의 가장 큰 차이점은 게임이라는 가상현실을 모니터라는 창을 통해 실제 세계에서 들여다 보는것에서 게이머가 게임속으로 들어가서 게임에 참여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게이머가 들어간 게임속 가상현실이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와 같은 메커니즘으로 동작하게 만들어서 위화감 없이 빠져 들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른 VR 기기들이 가상세계를 보여주는 시각정보에 집중하는 동안 벨브는 손가락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혁신을 이루어 냈습니다. 

오큘러스리프트가 고글 전면에 부착된 카메라로 손을 스켄하여 표현 하는 방식을 선보였지만 가상 세계의 물건을 잡을때 컨트롤러를 통해 전해 지는 진동도 큰 몫을 하기도 하고 손을 움켜쥐는 압력의 표현이라던지 게임중 특별한 기능을 위해(스크롤이나 이동할 위치를 표시하는등) 버튼은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에 벨브의 컨트롤러에 미치지 못하는것 같습니다.



알릭스는 광대한 세계관을 정교한 그래픽으로 구현하면서도 최적화에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제가 플레이한 PC는 i7-9750H 프로세서에 NVIDIA GTX1660Ti 6GB 그래픽카드를 장착한 모델이었는데 최고 옵션으로 원활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하프라이프 알릭스는 이후에 출시될 VR 게임들과 끊임없이 비교될 레퍼런스가 될것입니다. 수많은 게임들이 알렉스를 넘어서는 그날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