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잡담

시대가 만드는 리얼리티

초하류 2004. 3. 16. 17:27
드라마 소설 영화 모두가 허구의 예술이다. 실제같은 허구를 얼마나 개연성 있게 잘 짜맞춰서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게 만드는게 목적인 것이다.



너무 허구면 실감이 안나고 너무 현실적이면 극적 재미가 떨어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기가 막히게 때를 잘 맞춰서 정말 극적으로 리얼리티를 확보하는 드라마나 영화들이 있다.



'영화보다 영화 같은' 이란 말은 절대 허구가 아니다.



그럼 그런 드라마나 영화의 대표적인 케이스는 어떤것이 있을까..



우선 드라마 쪽에서는 마지막 승부가 대표적인 작품이라 하겠다.




말쑥한 대한민국 대표미남 장동건과 손지창 그리고 솜털 보송 보송한 신인이었던 심은하를 스타 대열에 합류시킨 이 드라마는 대학 농구팀이 점보시리즈를 점령한다는 다소 만화 같은 스토리를 축으로 하고 있었다.



일반적이라면 전혀 공감을 얻지 못했을 이런 황당 무계한 스토리에 리얼리티라는 힘을 실어준것은 연대와 고대의 펄펄 나는 스타들이었다.



이상민 우지원 서장훈 김병철 전희철 현주엽 등등 마치 최근 프로농구팀이 올스타 맴버를 연상 시키는 두팀은 줄줄이 늘어선 선배 실업팀들을 파죽지세로 침몰 시켰다.



결국 연세대는 1993∼1994, 1996∼1997, 1997∼1998시즌에서 우승하였고 1999∼2000시즌에서는 중앙대와 연세대가 결승에서 맞붙는 난리부르스가 연출된 것이다.



그 덕분에 드라마와 농구는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켜 몇천명의 오빠부대를 고정적으로 끌고 다니는 농구스타들이 탄생하게 되었고 자연스레 프로화로 이어질 수 있었다.



드라마에서 마지막 승부가 절묘한 타이밍으로 리얼리티를 확보한것에 버금가는 것이 바로 박중훈 정선경을 투톱으로 내세운 영화 돈을 갖고 튀어라 이다.



돈세탁과정에서 백수의 계좌에 우연히 정치권의 검은돈이 흘러들게 되고 그 돈을 찾아 버린 백수와 그 사실을 알게된 동내 다방 아가씨가 어둠의 세력들에게 쫗겨 다니면서 격는 고생담과 배신 뭐 등의 스토리를 가진 이 황당한 영화를 계봉하던 95년에 우리나라를 강타한 사건이 바로 차명계좌를 이용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이었다



마치 작두 탄 무당처럼 현실을 꼭 집어 낸 이 영화는 박중훈이란 흥행카드와 함께 너무 정확한 현실반영이라는 후광을 등에 업고 95년 당시 16만(그 당시는 무척 흥행한 한국영화였다. 요즘 같아선 쪽박 찰 노릇이지만.. ^^;;) 관객으로 흥행에도 성공할 수 있었다.



이렇듯 작품성과 치밀한 구성 만으로 스테디셀러의 지위를 확보하는 작품들도 많지만 그 시의적적함으로 인구에 회자되고 흥행에 성공하는 작품들도 많이 있다.



그리고 여기 또다시 시의적절해 보이는 드라마 한편이 시작 하려고 하고 있다. 바로 김홍신 원작의 인간시장이다.



고시공부를 위해 암자에 찾아갔다가 신묘한 무술을 익혀 사회의 온갖 나쁜짓을 하는 무리들을 응징한고 다니는 현대판 홍길동 장총찬을 주인공으로 한 이 이야기는 이미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져 그 대중적 흥행성이 검증된 이야기지만 그만큼 식상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근래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건이 일어나고 뉴스에서는 끊이지 않고 각종 흉악범죄에 관한 보도가 꼬리에 꼬리는 무는 이 싯점에서 만화 처럼 황당하지만 거침없는 정의로운 히어로의 등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그 원작자가 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인 김홍신 의원이라는 것도 앞의 두 작품과 비견될 만한 현실과의 연결고리가 아닐수 없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 법대로 했는데 어쩔꺼냐고 법대로 하자고 하는 무리배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장총찬의 폭력에라도 기대고 싶은것이 서민들의 심정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