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잡담

동방신기를 사랑한 댓가

초하류 2004. 11. 22. 18:03
딴지 개제[연예] 동방신기를 사랑한 대가
기획사는 나쁘고, 오빠들은 불쌍하고, 우리 팬들은 상처 받는다?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요계에서 그나마 잘 나가는 동방신기의 멤버 미키유천이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가요 프로에서 자신들의 곡을 부르다 닭똥같은 눈물을 흘렸다. 그래서 뭐? 가수가 노래하다 눈물을 흘렸다는 것 자체가 뭐가 그리 이상하겠는가 곡에 몰입하다 보면 눈물 흘리는 가수 예전에도 더러 더러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동방신기의 팬들은 이 눈물에 경기를 일으키고 난리 부르스씩이나 춰대고 있는가





최근 발매된 그들의 스토리북에 포함된 '멤버들 중 솔로로 활동 할 수도 있고, 함께 트레이닝을 받았던 친구들과 프로젝트팀을 결성해 활동을 할 수도 있다'는 내용에 불안해 하던 팬들은 미키유천의 곡에 심취한 나머지 눈물을 흘렸다는 다소 낮 간지러운 해명과는 상관없이 SM이 동방신기의 멤버를 교체하려 하고 있다며 멤버교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철저한 매니지먼트로 유명한 SM에서 생각 없이 스토리 북에 그런 내용을 넣었을 리 없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팬들이 보내는 의혹의 시선은 충분히 근거가 있어 보인다.





사실 음반을 만들고 신인가수를 키운다는 것은 도박에 가깝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대중들의 기호를 맞추기 위해서 끊임없이 시장을 분석하고 트랜드를 따라 잡으려고 노력하지만 대중의 평가를 받기 전 까지는 누구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음악실력 이외에 이미지라는 부분이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아이돌의 경우에는 이런 경향이 더욱 심해진다. 사실 보이밴드라는 포맷은 이런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 잘 생긴 넘, 귀여운 넘, 반항적인 넘, 소외된 거 같은 넘 같이 철저히 계산된 캐릭터로 구성된 종합 선물세트라는 거 누가 모르겠는가 하지만 SM의 동방신기 멤버 교체는 없다라는 발표와 별개로 저 스토리북의 내용을 보자면 떠오르는 일본팀이 있었으니 두둥.. 바로 모닝구무스메가 그들이다.





모닝구무스메는 일본에서 활동중인 여성 여러 인조 보컬그룹이다.





1997년 5명의 여성 맴버로 출발한 모닝구무스메는 멤버중 특출나게 인기가 있는 멤버를 하나씩 솔로나 듀엣등으로 독립 시키고 그 빈자리를 새 멤버로 체워 나간다는 특이한 시스템을 도입하고 그것을 졸업이라고 이름 붙였다. 멤버의 구성도 멤버의 숫자도 유동적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말하자면 팀이 아니라 브랜드에 가깝다고 할수 있다.





동방신기의 스토리 북에 쓰여 있는 내용에서 이 모닝구무스메를 연상하는 것은 과연 크게 무리가 없다. 항상 앞서가는 기획으로 유명한 SM이 일본에서 검증된 이 최신 시스템에 눈독을 들이는것은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다. SM에서 이런 시도를 처음 한 것은 아닌 것이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신화도 1기 2기 같은 식의 브랜드화를 기본으로 추진된 기획이었다는 뒷 이야기를 얼핏 들은 듯 하다.





기획사 입장에서 보면 안정된 브랜드를 바탕으로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수많은 연습생들을 필드에서 직접 유저빌리티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포맷이겠지만 스타를 사랑하고 따르는 수많은 팬들과 멤버 자신에게는 가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어쩌랴 기획사는 땅 파서 장사 하는 것이 아니다 트랜드를 쫒아 가고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기획상품들을 끊임없이 연구해서 만들고 팔아야 돌아가는 냉엄한 자본주의 사회의 한 부분일 따름이다.





그들이 영업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서 자신의 가공품을 어떤 시기에 시장에 런칭 시키고 거두어 들이고 다시 재사용 하는가는 조금 잔혹하겠지만 순전히 기획사 마음이다..





거기에는 슬프다 안타깝다 따위의 감정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전혀 없다. 그저 어떤 상품이 어느 시점에 감가삼각에 도달했으며 영업이득을 올렸는가 다른 기획 안들의 기회비용을 깍아 먹고 있지는 않는가 역량을 집중할 만큼의 팩터를 유지하고 있는가 따위의 냉혹한 객관적 잣대와 차트로 계획되고 실행될 따름이다.





기획사는 나쁘고 우리 오빠들은 불쌍하고 팬인 우리는 상처 받았어요 라고 징징거려 봤자 돌아 오는 건 보도자료에 뿌려진 똑같은 소리의 도돌이표와 소방차에서 동방신기 그리고 앞으로도 나올 보이밴드들의 팬으로서 세대를 넘어 열광했다 아쉬워하고 우는 반복뿐이다.





깔끔하고 트렌드에 맞춰진 그리고 처음 출발부터 럭셔리한 상품만을 편안하게 누운 안방에서 티비를 통해 넙죽 넙죽 받아 먹는 당신들이 바뀌지 않는 한 당신도 당신 후배도 당신 후배의 후배도 이름만 다른 동방신기들의 해체에 가슴 아파하고 상처 받을 것이다.





조금 시간이 걸리고 어렵겠지만 공연장을 찾아가 보자. 홍대도 좋고 대학로도 좋다.





인디밴드라고 해서 전부 쇠사슬 둘러매고 귀청 찢어지는 기타와 정신 없이 달리는 드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철저하게 기형적인 우리나라 음악의 오버그라운드 덕분에 우리나라의 언더는 참으로 풍성하다.





럼블피쉬도 포춘쿠키도 불독맨션도 레이지본도 언니네 이발관도 모두 모두 언더다. 많은 장르의 음악이 신선하게 펄떡 펄떡 뛰고 있다. 뮤지션의 숨결을 느낄 수 있고 땀방울이 만져지는 소극장 무대에서의 교감은 FD들에게 욕먹으면서 의자에 줄지어 앉아 같은색의 풍선을 흔드는것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물론 거기에도 해체와 이합집산이 있다. 하지만 최소한 뮤지션 스스로의 의지와 상관없는 강제적인 해체로 눈물 흘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보이밴드를 좋와 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보이밴드 자체가 나쁜 것도 아니다. 다만 그들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