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하다

노무현과 황장엽의 죽음앞에 정체를 들어내는 이른바 보수 정치인들

초하류 2010. 10. 13. 17:00
황장엽의 죽음에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훈장을 수여하고 현충원에 안장하자며 연일 조문 행렬을 이어 가고 있다. 황장엽이 누군가 사실상 주체사상을 확립하고 스스로 주체사상을 한번도 포기한적 없는 사람이다. 만약 김정일과의 불화와 자신의 과오로 북한에서 자신의 위치가 흔들리지만 않았다면 망명하지 않았을 것이다.

망명후 북한 체제를 비판 하긴 하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과 관계가 삐뚤어진 김정일에 대한 비판이었고 주체사상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철회의사를 표명한적도 없다.

물론 황장엽은 많은 고급정보와 대외 선전용으로 유용하였을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북에서 넘어와 장관급 대우를 받으며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식까지 놓고 말그대로 잘먹고 잘살다 세상을 떠났다. 그가 훈장을 수여 받고 현충원에 안장되어야 할 만큼 대한민국에 기여한것이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거칠게 대답하자면 북한 정부의 무능력을 증명하는 아이콘으로서의 역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말하는것이 과연 무리한 일일까?

그의 필요와 북한 정부의 무능력을 선전해야 하는 남한 정부의 필요가 맞아 떨어져 이루어진 이 거래가 어째서 그에게 훈장을 수여하고 현충원에 안장하자는 이야기 까지 나와야 하는걸까?

황장엽의 죽음에 대한 이런 반응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비교하면 더욱 극적으로 비교된다. 사실 노무현 대통령을 공격한것중 많은 부분이 그의 사상적 문제점아니었던가. 장인의 좌익활동을 꼬투리 삼아 얼마나 많은 색깔론의 공격이 있었는가. 그런데 황장엽은 노무현 전대통령에 비하면 이건 마치 개미와 코끼리 만큼의 차이가 있다. 그는 그 스스로 북조선의 핵심사상의 주창자이기 때문이다. 보수진영의 이야기를 빌자면 좌익중에 좌익이요 빨갱이중에 빨갱이 친북중에 친북이다. 겨우 장인어른의 사상적 흠결도 그렇게 문제가 되는데 비록 남한에 고급 정보를 주었다고 한들 어찌 이런 새빨간 좌익 용공 친북분자에게 훈장이 왠말인가. 노무현 전대통령 이외에도 우리나라에서 사상적으로 좌익이라는 빨간 딱지를 붙이는 것은 보수우익들이 자신의 정적을 향해 날리는 카운터 펀치였다.

그런데 이른바 보수 진영의 정치인들이 이번 황장엽의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이제까지 그들의 좌빨 발언과 친북세력 규탄의 함성에 비해 너무나 전향적이어서 상전벽해란 사자성어로는 모자랄 지경이다. 하지만 관점을 조금만 틀어서 본다면 그들의 좌빨 친북이라는게 어떤 의미인지 이번 기회에 적나라 하게 커밍아웃 한것이라고 볼 수 있다.

보수 정치인들의 친북이거나 좌익 용공세력이라는 말은 실제로 친북을 하거나 좌익이거나 용공세력이라는 말이 아니라 보수 정치인 자신의 정치적 이권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었던것이다. 즉 노무현 전대통령은 자신들의 향후 정치적 위치를 위협하는 정적이었던 것이고 황장엽은 김정일을 비난하고 북한 체제의 불합리성을 증명하는 자신들에게 이로운 존재라고 판단하고 대우하고 있는것이다.

황장엽은 그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서 망명을 했고 자신이 가지고 온 고급정보의 댓가로 남한에서 남은 여생을 풍족하게 보냈으며 이미 우리 정부는 그 거래에 대해서 적당한 댓가를 지불 하였다고 생각된다. 더 이상의 부당한 대우로 훈장과 현충원의 명예를 더렵히지 않기를 바란다. 아니라면 이제부터 친북이니 좌익이니 하는 소리는 하지를 말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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