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하다

나는 꼼수다의 인기는 어디에서 오는가

초하류 2011. 9. 1. 17:47
나는 꼼수다가 선풍적인 인기다. 팟케스트 국내 순위는 단연 1위를 고수 하고 있고 지속적이지는 않지만 세계 순위에서도 1위를 마크하고 있다. 단순히 재미만을 추구하는 연애, 오락프로그램들 저리 가라 하는 인기를 단지 시사적인 이슈만으로 만들어 내는 기염을 토하고 있는 나는 꼼수다는 도데체 왜 이렇게 인기가 있는걸까?

일반적인 미디어와는 완전히 분리된 팟케스트만을 통해서 이 정도의 인기와 영향력을 만들어 냈다는것은 우리 사회의 어떤 거대한 요구나 트랜드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꼼수다에 출연하는 4인방이 나름 구라가 좋고 각각 정통한 분야가 있어 사람을 끄는 매력은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지금 나는 꼼수다가 보여주는 인기를 만들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그렇다면 나는 꼼수다는 왜 이렇게 인기가 있을까?

모든 작용에는 반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민주정권 10년동안 민주적인 절차나 발언의 자유같은 기본적인 권리에 익숙해 져 있었다. 그런데 이번 정권 들어서 갑자기 미디어에서 정치적인 풍자가 강제로 사라져 버렸다. 정치적 라이벌들에게는 거의 숙청과 다름없는 집요하고도 비열한 수사로 물어 뜯었다. 라디오스타 사회현상 버전이었던  명랑히어로는 나름 착실하게 인기를 끌어 오다가 갑자기 연애인들으 장례식이라는 괴상한 포멧으로 선회 한 후 사라져 버렸다.

김재동은 출연이 정지 됐고 윤도현도 사라졌다. 개그콘서트에서 단골로 등장하던 현직 대통령의 성대묘사를 통한 개그는 사라져 버렸고 일등만 기억되는 더러운 세상이란 자조적인 유행어를 히트시킨 개그콘서트 코너는 한나라당 의원 한마디에 사라져 버렸다. 인터넷에서 금융관련 전망을 정확하게 했다는 죄를 물어 교도소에 보내고 쥐하나 그렸다고 벌금 때리고 촛불집회 참석자들에게도 각종 탄압이 뒤따랐다.

잃어버린 10년 타령을 하던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이 정권을 잡자 시민들이 누리던 표현의 자유는 완벽하게 사라져 버렸다. YTN을 비롯해서 KMS, MBC를 낙하산 인사로 장악하고 원래 한통속인 조중동의 엄호까지 받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점점 갑갑해지기 시작했다. 촛불집회로 오프라인에 나서는것도 게시판에 글을 쓰는것도 마치 70~80년대 나라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 할때 불안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펴야 했던 분위기가 다시 도래했다. 바야흐로 복고를 넘어 그 시대를 오늘에 실제로 재현해 버린거다.

사람들은 누리지 못하던것이 더해졌을때 보다 누리던것이 사라졌을때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 정치권에 대한 불만을 표시할 모든 미디어가 차단되는 갑갑한 상황에서 인사청문회나 각종 사회 문제에 대한 현 정권의 비상식적인 태도는 사람들의 답답증을 한층더 배가 시키고 있었다.

바로 그때 나는 꼼수다가 등장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 사람들이 염증을 느끼는 모든것의 반대지점에 서있다. 쓸대 없는 무게대신에 낄낄 대며 육두문자를 아무렇지 않게 던진다. 소중한 청취자들의 이런 저런 요구에는 "싫다 우리 맘대로 할꺼야"라며 쿨하게 거절한다. 스튜디오에 사전 대본도 없이 옹기종기 모여서 낄낄대며 이런 저런 사람들이 답답해 할 만한것 사람들이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었던것 사람들이 영문을 몰랐던 여러가지 현상을 누가 들어도 알기 쉽게 설득력있게 팩트와 가설을 이리 엮고 저리 꼬아서 제시한다. 소심해서 무서워서 큰소리 못첬던 답답했던 마음을 담아 시원하게 웃으며 일갈한다 이런 씨발 좆같은 것들~~

그리고 그들의 가설은 착~ 착~~ 맞아 떨어진다. 사람들은 이들의 유쾌한 뒷담화에 흥미를 느끼고 그속에서 번뜩이는 논리에 살짝 의심을 품다가도 오작두를 타는 무당처럼 딱딱 맞아 떨어지는 리얼월드의 현실을 보자 드디어 본격적으로 열광하기 시작했다. 최근 알려진 어려운 딴지일보의 자금사정을 걱정하고 싶시일반 돈 보내 주고 비싼 티 사주고 심지어 현직도 아닌 정치인의 팬까페가 이만명이 넘어가고 오프모임에 4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제돈을 회비로 내서 참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직원들의 급여도 제대로 못줄 정도로 어려운 인터넷 언론 총수, 낙선 후에도 여전히 유쾌하게 뻔뻔한 17대 국회의원, 성역을 출입처 삼아 현상금 대신 주렁 주렁 고소금액을 매달고 있는 탐사보도의 달인, 그리고 현 정권을 비판하다 학교에서도 방송사에서도 퇴출당한 전 교수이자 시사평론가.



딱 우리들같은 사람들이 우리가 가려웠던 부분을  웃으면서도 논리정연하고 과격한 욕을 동반해서 아주 하드코어하게 시원하게 까주니 열광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다. 반대진영에선 이들이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울꺼다. 좆도 없는 것들이 모여서 자신들의 행보를 거의 맞춰 버리고 비웃고 까대고 낄낄 거리면서 욕지거리 하고 있지만 손을 쓰자니 오히려 뛰워 주는것 같고 모른척 하자니 이미 너무 유명해져 버렸다. 온갖 기사와 심지어 한나라당 국회의원 인터뷰에도 꼼수란 단어가 등장하는 지경이다.

나는 꼼수다는 이명박 대통령 헌정방송답게 시작할때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만 방송할꺼 같다. 이런 한시적이고 게릴라성 방송이 과연 지금의 인기와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건 아마 상생정신과 이웃사랑 그리고 오!머니를 사랑하시는 우리들의 꼼꼼하신 M실장님 손에 달려 있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