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하다

애잔한 통합진보당 당권파

초하류 2012. 6. 22. 10:13

나는 통합진보당 당원이다. 이른바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이다. 사실 당원이 된지 얼마 안됐다. 이른바 야권연대를 위한 통합작업이 진행 되고 유시민, 심상정, 노회찬, 이정희라는 야당의 얼굴들이 같이 연대하고 손을 잡는 모습에서 희망을 느꼈고 내 인생 처음으로 당적을 가지고 당비를 냈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정희가 사퇴할때 까지만 해도 경기동부니 당권파니 하는 이야기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지만 뭔가 좀 미숙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비례대표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다.


난 다 좋다고 생각한다. 진보정당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사람이 모여서 하는 일이라 문제가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문제를 처리 하는 과정은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당권파의 논리는 한결같다. 문제가 있을수는 있지만 그것은 내부에서 처리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제까지 힘들게 당을 지켜왔고 진보정치를 위해 희생해온 동지들은 지켜져야 한다. 라는 것이다.


내부에서 처리 하는것에는 동의 한다. 당의 문제는 당연히 당의 내부에서 처리 되는 것이 이치에 맞다. 그런데 시시비비를 따지는 중에 동지들은 지켜야 한다라는 명제가 끼어 들면 문제는 복잡해 진다.


지켜져야 하는 동지는 누구인가.. 유시민, 심상정은 지켜져야 하는 동지인가? 이제 당에 가입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나는 지켜야할 동지인가?


어제는 경선을 위해 후보자 한명이 전화를 걸어 왔다. 그리고 20분 정도 그 이야기를 경청했다. 이야기의 요지는 한결 같았다. 위에서 언급한 두가지..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것은 지금 언론이나 외부에서 느껴지는것 만큼 크지 않은것이고 어렵게 같이 고생해서 여기까지 온 동지들은 지켜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나는 그 후보와 말씨름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이른바 진성 당원을 유지하기 위해 3개월 이상 당비를 채납하지 않고 꼬박꼬박 내온 내게 표를 읍소 하는척 했지만 결국 그에게 나는 어중이 떠중이 진정한 진보도 잘 모르고 이제까지 당이 어려울때 같이 지켜온 사람도 아닌 그냥 그런 사람일 뿐이니까.. 그런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한들 그 후보자 귀에 들어갈까?


지금까지 척박한 진보정치 환경에서 고생한거 나도 잘 안다. 고맙게 느끼고 있다. 그래서 늘 표로 지지했었고 지금은 당원으로 가입까지 했다. 하지만 스스로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었던 그 작은 사이즈에서 클 생각이 없다면 그 사이즈 안에서의 진실만이 진실이고 그 사이즈 안에서 조직만이 조직이라면 어떻게 세상을 바꾸고 노동자를 위한 정치를 해 나가겠다는 말일까


작은 벤처가 커 나가기 위해서 투자를 받고 외부의 요구사항과 싸우고 창업자라고 하더라고 경영에서 물러 나야 할때도 있다. 그런 아픔을 겪고 이겨 내지 못한다면 결국 그 회사는 지속가능하지 못한 상태로 퇴보해 버리고 만다.


정당도 마찬가지다. 자기들만 모여서 그 안에서 단단한 연대와 결속도 중요하지만 결국 정말 원하는것을 이루려면 대중정당이 되어야 하는것 아닌가. 그러기 위해서는 커지는 사이즈에 맞는 권력장악 방법이 필요하고 조직 컨트롤이 필요하고 대외 이미지관리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학생회 수준으로 똘똘 뭉처서 학생회 수준으로 우격다짐을 벌여서 얻을 수 있는게 뭐란 말인가..


당권파는 이땅의 진보정치의 불씨를 지켜왔고 고생했지만 커지는 정당에 맞게 스스로를 변화 시켜 나갈 생각이 없다면 그만 일선에서 물러나야 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