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잡담

스포츠, 승부가 만드는 감동 - 골때녀

초하류 2022. 11. 11. 08:44

호모루덴스라는 말이 있습니다. 유희적 인간, 놀이를 즐기는것이 인간의 본질이라는 관점을 담은 용어죠~

물론 돌고래나 영장류등 다른 동물들도 일부 놀이를 즐기긴 하지만 우리들만큼 적극적이진 않습니다

과학의 발전으로 이룩한 유래없는 풍요의 시대에도 수많은 사람이 굶어죽어 가지만 공을 차서 혹은 던져서그물속에 재미있게 넣는 사람에게 엄청난 부와 명예가 돌아가니까요~

생명을 이어가는데 필수적인 농산물을 경직하는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큰 가치를 부여하는것만 봐도 우리가 놀이에 얼마나 진심인가를 알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 스포츠는 경쟁을 통한 승자와 패자 가르기 라는 단순하고 원초적인 재미로 고대로부터 놀이의 정상을 지켜왔습니다

사람들은 세계 최고의 체력과 기술에 열광합니다. 하지만 스포츠에서 일반인을 능가하는 기술과 체력만이 재미와 감동을 만들지는 않습니다.

승부를 통해 명확히 구분되는 승리와 패배 그리고 패배라는 좌절 속에서도 승리라는 결과를 차지하기 위해 바쳐진 땀과 눈물 그리고 그를 통한 발전은 기술이나 체력이 일반인을 넘어서는 경지가 아니라하더라도 사람들을 몰입하게 만들고 감동을 만들어 냅니다.

이런 순수한 노력과 승부에 대한 간절함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자체로 감동을 만들어내는 서사가 생깁니다.

이쯤되면 기술이나 체력이 일반인 수준인것은 승부를 겨루는 선수와 자신을 동일시 하려 감정이입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요즘말로 오히려 좋아~ 같은 느낌?



이번주 골때리는 그녀들에서 아나운서팀인 아나콘다가 감격의 첫승을 따냈습니다. 시즌2에 신생팀으로 합류한 아나콘다는 시즌2와 3를 통털어 9전 9패를 기록중이었습니다

외모와 학벌같은 능력들은 다들 한가닥씩 하는 그녀들이었지만 둥근공을 발로 차서 상대방 그물에 넣는 이 간단한 게임에서 이긴다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팀의 에이스인 윤태진은 매 게임 온몸을 던졌지만 승리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9번의  승부 동안 총 12득점을 한 아나콘다에서 윤태진은 6골 3도움으로 활약했지만 매번 역전과 승부차기에서의 패배로 눈물을 삼켜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의식해서인지 다른팀에 비해 그렇게 열정적이지 않거나 승부에 대한 간절함이 적어 보이기도 했지만 패배가 쌓여가면서 승리에 대한 간절함이 더해졌습니다.

특히 원더우먼과의 개막전에서 1:0으로 앞서가다 1:4로 패배하면서 마지막 총공세중 골대로 굴러들어 가는 골을 끝까지 뒤쫒으며 안돼~를 외치던 그녀에게 1승은 너무나 절박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골때녀에서 최고 명장면중에 꼽히는 이 장면 전 감독이었던 현영민이 이끄는 불나방과의 경기에서 2:4로 패배 하고 전 감독의 승리를 지켜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을때만해도 다음 경기에 드디어 승리를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주 개벤저스와의 경기에서 드디어 2:0로 창단 이래 첫 승리를 거머쥐게 됩니다. 지난 시즌 현영민 감독체제에서는 골키퍼로 기용되었던 노윤주가 조윤주 감독체제로 바뀌면서 필드 플레이어로 합류했던것이 신의 한수였습니다.

큰 키와 운동능력으로 여러차례 위력적인 슛을 선보이던 노윤주는 팽팽하게 진행되던 경기 후바 골키퍼 조햬련의 다소 무모한 플레이를 놓지지 않고 압박해서 골을 만들어 냈고 이후 급하게 반격에 나서면서 생긴 헛점을 에이스 윤태진의 침착한 플레이로 한골을 더해 2:0의 완승을 거뒀습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길게 울리자 윤태진은 그라운드에 드러누워 스포츠물에서 흔히 연출되는 포즈로 승리를 만끽했습니다. (왜 그렇게 많은 스포츠물 만화 승부처에서 주인공들이 똑같은 포즈를 취하나 했더니 그게 원래 본능적으로 그런 포츠가 나올 수 밖에 없나 봅니다.)

여러번 있었던 아쉬운 승부처에서 아쉽게 패배하면서 눈물을 감추지 못했던 팀이 포기 하지 않고 계속해서 노력한 결과 기량이 향상되고 지도자가 바뀌면서 기존의 조금은 소극적이었던 팀 운영을 공격적으로 바꾸고 승리를 거머쥔다라는 다소 클리쉐적인 상황이지만 팀 구성원 모두가 너무나 진지하게 임했고 간절하게 승리를 원하던 모습에 수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서사로 완성 되었습니다.

아나콘다가 단순히 1승을 넘어 남은 경기에서 좀 더 좋은 성적으로 상위 리그에 진출 하는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