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와 인공지능

우리는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죠. 그래서 컴퓨터라는 도구가 개발된 초기에는 복잡하고 정교한 수학계산을 하는 능력이 사물을 시작적으로 인지하고 분류하는 능력보다 훨씬 높게 평가했었습니다.

70년대 수많은 SF영화에서 부서진 로벗이나 컴퓨터들이 느려 터진 테입 저장장치를 토해 내지만 구동되는 AI들의 성능은 요즘 한창 핫한 ChatGPT는 명함도 내밀지 못할만큼 뛰어납니다. 인공지능이란걸 얼마나 만만하게 생각했냐를 보여주는 장면이랄까요?

하지만 컴퓨터의 성능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복잡한 수학 문제는 쉽게 계산되었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강아지와 고양이 사진 분류는 지지부진했죠

어디선가 누군가가 짠하고 천재적인 인간이 나타나 만들어낸 궁극의 알고리즘을 통해 구현될것만 같았던 인공지능은 머신러닝이라는 우격다짐에 가까운 물량전으로 서서히 실체화 되고 있습니다.

하늘을 날기 위해 날개를 펄럭이려는 노력을 멈추고 고정익이 발생 시키는 양력을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며 엔트로피를 급속도로 가속하는 엔진을 만들고 나서야 하늘을 날게 된것과 비슷해 보입니다.

ChatGPT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통의 인간이 20여년 동안 세끼 밥을 먹으면서 제한된 자료를 학습하면 가능한 정도를 구현하기 위해서 우리는 평생 꿈도 꾸지 못할 만큼의 어마어마한 데이터를(45T의 텍스트) 학습시켜야 하고 그럴려면  천문학적인 금액의 서버와 그 서버를 작동 시킬 전기 그리고 그렇게 작동하는 서버에서 발생한 열을 식힐 공조장치와 그 공조장치를 작동 시킬 전기가 필요합니다.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성취들은 거의 예외없이 진화가 만들어낸 결과물보다 수만배의 에너지를 쏟아 넣고서야 이루어 지나 봅니다.

비행기가 하늘을 날고 ChatGPT가 정보를 수집하는 일이 단순히 살아 남기 위해서라면 실패작일 수 밖에 없습니다. 애초에 자연에 비해 엄청나게 비효율인 인간의 도구들이 생존이라는 척박한 환경에서 수지타산이 맞을리 없으니까요 

하지만 욕망이라는 연료로 달리는 자본주의에서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엄청난 비효율이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ChatGPT는 분명히 투입된 비용에 비해 더 큰 돈을 벌어 들일 수 있습니다.

단순히 빨리 이동할 수 있다는것 자체가 엄청난 상품이 되는것 처럼 조금 정확하지 못하더라도 주어진 정보를 빠르게 요약하고 쉬지 않고 출력해주는것 자체가 엄청난 상품성이 있습니다.

ChatGPT가 만들어 내는 정보가 부정확하고 어설픈면이 없진 않지만 현재의 ChatGPT만으로도 초벌번역가들, 정보를 다루는 시니어들의 작업을 위해 필요했던 주니어들을 비롯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집어 삼킬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저인망식으로 집어 삼킨 수많은 보통 사람들의 일과 수익을 ChatGPT를 운영하는 한 회사서 몰아서 가져가면 큰 돈이 되니까요

자본주의가 추구하는 이윤이라는 점에서는 현재의 불완전한 인공지능들이라도 충분히 가치가 있지만 자본주의 그 자체로 보자면 인공지능들이 적잖은 위협으로 다가옵니다.

인공지능 관련 회사가 커지면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 들고 그렇게 줄어든 사람들은 구매력을 잃게 되어 시장에서 이탈하게 됩니다.

인공지능 관련 사업이 커지면 커질수록 성공적이면 성공적일 수록 그 회사는 큰 부를 얻겠지만 시장은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됩니다.

지나친 부의 편중,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일자리를 읽게 되면 결국 소득을 만들기 어려워지고 자본주의의 기본이 되는 시장이 붕괴되어 버리니까요~

수많은 선진국들이 로벗세니 기본소득제니 하는걸 이야기 하는게 그런 이유입니다.

인간의 욕망을 극단으로 몰아 붙여 움직이는 자본주의의 끝에는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노동의 가치를 가지고 그 결과 엄청난 부의 편중과 함께 욕망의 실현을 포기하고 단순히 살아만 가는 모습이 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인간들은 그 현실을 견딜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