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하다

다음 세대에도 제사를 지낼까?

초하류 2010. 2. 16. 23:27
지금 세대의 대부분은 제사를 지낸다. 물론 40%를 차지하는 기독교인들 중에서도 기독교에서 금지하는 제사를 지내는 집이 많다. 하지만 이 제사를 좋아 하는 사람들은 이제 점점 줄어 들고 있다. 갓을 쓰고 상투를 틀고 있는 유림 어르신들이 다 돌아가시고 나서 어려서 제사는 죽어도 지내야 된다는 분위기에서 자라난 우리 아버지 세대가 다 돌아가시고 나서 제사는 번거롭지만 그래도 안 지내면 좀 뭔가 섭섭한 우리 세대를 지나 아이들 세대가 되면 과연 제사라는 풍습은 지속될까?

그러면 제사란 뭘까?

제사는 단순히 조상을 기리는 우리의 미풍양속이 아니고 유교라는 종교의 종교 의식이다. 모두 영생을 약속하는 세상의 종교들과 달리 유교는 영원한것은 없다고 이야기 한다. 사람이 죽으면 신위를 만들어 혼백을 모시지만 그 혼도 영원하지 않으며 4대가 지나면 흩어져 버린다. 그래서 혼이 남아 있는 4대조까지를 살아 게신 어른들과 같이 모시기 위한 것이 제사다. 우리나라에 아직도 제사를 지내는것이 상례로 남아 있다는것은 대한민국은 조선 500년을 관통하고도 아직 유교가 근본인 국가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제사가 다음세대에도 지속될 것인가 하는것은 다음세대에도 대한민국이 유교가 근본인 국가로 남을것인가라는 질문과 일맥상통하게 된다.

제사는 누가 지내는 걸까?

유교 국가에서도 제사는 누구나 지내는 것이 아니다. 제사는 문반 무반의 양반들 근본이라고 하는 족보가 있는 사람들이 조상을 받드는 예식이었다. 당장 다음 끼니를 걱정해야 하고 보릿고개를 넘기 힘든 쌍것들에게 제사란 말그대로 공염불이었을것이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사를 지낸다. 제사 때문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제사란 본시 아무나 지낼만큼 녹녹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홍동백서를 따져 가득히 상을 차리고 시간을 정해서 4촌에서 8촌까지의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이기 위해서는 상차림을 위한 돈과 친척들이 모일수 있는 공간 그리고 그 모인 친척들을 봉양할 수 있는 돈과 인력이 들기 때문이다. 이런 무리한 일을 전국민이 모두 양반입네 지내다 보니 제사가 어래허식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제사때문에 형제끼리 싸우네 마네 하는 일이 생겨나는 것이다. 본시 한 나라 국민 모두가 풍족하게 지낼 수 있는 양반이 되는것은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제사는 누가 지내게 되는 걸까?

한 나라에서 500년이나 전통으로 지켜온 종교가 하루 아침에 위치를 잃기는 어렵다. 더욱이 그 종교가 유교처럼 특별히 종교라고 인식하기 어려운 생활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면 그것은 더욱 그렇다. 유교는 밖에 나갔다 돌아오면 부모님께 고하라. 어른을 공경하라 같은 일반적인 도덕률을 교리로 삼고 있는 종교다. 공자가 죽은 뒤의 일을 묻는 제자의 말에 "군자는 괴력난신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라고 한것은 유교의 창시로 불리는 공자라면 당연히 할만한 이야기이다. 유교는 죽은뒤의 일보다는 살아 생전에 공을 세워 팔자를 고쳐서 역사에 남는것을 추구하는 실전형 풀컨텍트 종교이기 때문이다. 이런 유교가 지배하는 우리나라에서 제사란 이제 지낼 필요가 있는 자들과 그렇지 못한 자들로 자연스럽게 나눠질것이다. 조상이 무엇을 했는지가 중요한 사람들 이른바 조상덕을 보는 사람들에게 제사는 지금보다 더 강력하게 그들을 붙들어 매줄 수 있는 전통이 될 여지가 다분하다. 지금처럼 누구나 지낼 수 있는 제사에서 아무나 지낼 수 없는것으로 변해 갈 수록 더욱 더 그렇게 될것이다. 그렇지 않고 조상에 대해 크게 기릴 필요가 없는 일반적인 사람들 더 단순하게 말하면 물려 받을 유산이나 특별히 조상에게 해택을 받지 못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제사란 점 점 먼나라의 이야기로 바뀔것이 이런 현상은 현재도 급속하게 진행중이다. 

현재 제사는 모두에게 짐이다.

지금 제사는 모두에게 짐이다. 오죽하면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는 이유로 장남은 결혼대상에서 최하점을 받을까. 산 부모님도 모시기 싫은데 돌아가신 조상을 모시고 싶을리는 만무하다. 그렇게 모두가 싫어 하고 지키기도 어렵고 별달리 크게 유용하지 않은 제도가 계속 지속된다는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왕들의 봉분이 남아 있고 나라에서 공신들이나 왕들의 제사를 지내는 동안 제사 그 자체의 권위는 사라지지 않을것이다. 하지만 양반이라면 집집마다 위패를 모시고 드나들때마다 조상들에게 고하던 모습이 사라진것 처럼 마을마다 있던 제실이 사라진것 처럼 3년상이 3일장으로 간소화 되었던것 처럼 제사도 우리의 일상에서 점점 사라져 버릴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때는 대부분의 집에서 그러하였다라는 역사책속의 한구절로 남게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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