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하다

진짜 21세기의 시작 축 밥딜런 노벨문학상 수상

초하류 2016. 10. 14. 10:47

1901년 20세기의 초입에 탄생한 노벨 문학상은 첫번째 수상자로 프랑스의 시인 쉴리 프리돔을 선택 했다. 그 후 우리는 지난 20세기 내내 흔히 문사철이라고 불리는 글을 통한 이야기 전달로 문학이라는 분야를 한정 지어 왔다.

그런데 지금 와서 경전으로 떠 받들 여지고 있는 공자의 시경도 저잣거리에서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던 노랫말이었고 심오한 문학 장르로 분류되는 소설도 그 시작은 수많은 음유시인들이 행인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만들어낸 재미있는 이야기에 불과했던 것처럼 문학은 본질적으로 그 시대가 만들어낸 가장 효과적인 이야기 전달 방식일 뿐이다..

예전엔 새로운 문학장르가 나타나고 주류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오랜 세월이 필요했다. 세대와 세대를 거쳐 형식이 다듬어지고 그 문화를 받아 들이고 향유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했으니까. 적어도 갓 태어난 아이가 자라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의 자식이 태어나 어른이 되는 100년이라는 시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했었다.

하지만 20세기에 본격적으로 꽃피우기 시작한 과학이라는 도구는 우리가 살아 가는 모든 분야를 무서운 속도로 변화 시켰고 문학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공간적 시간적 한계 때문에 대중적 파급력에서 책에 미치지 못했던 연극이나 오페라 같은 공감각적 이야기 전달 방식이 텔레비전이나 영사기의 발명을 통해 영화와 티비 드라마로 대중화 되었고 사람들 앞에서 직접 연주하거나 노래를 하지 않으면 들을 수 없었던 음악도 레코딩 및 오디오 기술의 발전과 라디오 같은 매체를 통해 누구라도 손쉽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책을 읽기 보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감동했고 시를 읽기 보단 간단해진 악기로 연주되는 뻔한 코드들에 얹혀진 가사를 듣고 눈물 지었다.

티비를 바보 상자라며 폄하하고 시끄러운 연주와 천박한 가사에 혀를 차던 어른들의 눈을 피해 새로운 장르의 문학에 열광하던 아이들은 바보가 되기는 커녕 멀쩡하게 컸을 뿐만 아니라 인간을 달에 보내고 우주의 나이를 헤아리고 전 세계를 몇 번은 파괴할 수 있는 물리적 힘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올해는 2016년 백투터퓨처의 난리스러운 미래까지는 아니어도 뭔가 삼빡해야 할 것 같은 21세기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이외에는 그다지 별다르지 않아 조금은 지겨워지려는 찰라 노벨문학상 심사위원들은 올해의 수상자로 밥딜런을 선택했다.

평범한 외모에 혹시 음치 인가 싶은 가창력과는 도통 거리가 먼 노래실력을 가진 남자. 통기타를 튕기며 노래했던 Blowin` in the wind란 곡으로 반전을 이야기했던 남자. 1965년 포크페스티발에서 일렉기타와 락밴드를 대동하고 무대에 올라 쏟아진 대중들의 야유와 달걀 세례에도 굴하지 않고 like a rolling stone을 발표했고 결국 새로운 장르로 인정받은 포크락이라는 지팡이로 천국의 문을 두드린 남자.

건들거리는 랩퍼의 스웨그 넘치는 라임을 따라 외치며 울고 웃던 대중들은 이윽고 감독과 연기자들이 만들어낸 영화나 드라마로 전달되는 이야기를 수동적으로 감상하는 것에서 벗어나 최첨단 IT 기술로 창조된 게임 속에서 스스로가 이야기속 인물이 되어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밥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20세기가 키운 수많은 문학 장르가 이제는 이견 없이 주류 문학으로 받아 들여졌음을 선언하는 그야말로 21세기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21세기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푸르스름한 여명. 사회의 주류라고 쓰고 꼰대라고 읽히는 어른들의 호두처럼 딱딱하게 굳어 버린 뇌로는 새롭게 탄생하고 발전해가는 문학 장르가 단지 시끄럽고 번쩍거리는 유치한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문학은 이미 글로 전달되는 이야기라는 고리타분한 경계를 후우우울쩍 넘어 버린지 오렌지다.

새로운 밀레니엄이 도래 했음을 쿨하게 인정한 노벨문학상 심사위원들의 용기에 찬사를.. 노벨문학상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그렇잖아도 넘처나는 명성에 가일수한 밥딜런에게 축하를 보낸다.

이제 진짜 21세기 같다. 졸라~~

#그런데 최순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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