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사용기 감상기

인켈 CDP CD-7R 픽업 셀프 교체

초하류 2022. 8. 30. 22:49

오래된 가전 제품을 사용한다는건 빈티지의 멋스러움과 추억을 함께 느낄수 있지만 오래되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어려움이 따릅니다.


겉보기엔 그냥 오래된 오디오일뿐 특별히 문제가.없어 보이는 이 인켈 오디오셋트

언제부턴가 시디를 넣으면 한참을 소리 높여 돌다가 디스크 정보창을 깜빡거리며 곡 정보를 읽기 힘들어 하는것이었습니다.

마치 회의 시간에 옆자리에 앉은 10년넘게 같이 일한 김부장의 이름이나 같이 프로젝트중인 관계사 이름이 생각 안나 저기 저기를 반복하는 나를 보는듯해서 눙물이 나려고 합니다 T..T

나는 괜찮지만 휴일 오후 평화롭게 쇼파와 합체하려는데 이거 왜이래? 자기야 이거 고장났어? 라며 마눌님의 목소리 데시벨이 위험수위 근처로 올라가자 뭔가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는것을 직감합니다.

주간보고때 파트장 기침소리의 변화도 민감하게 캐치해야하는 인고의 시간을 보낸 셀러리맨의 본능은 무섭습니다

드디어 올것이 왔구나.

턴테이블이 레코드판에 세겨진 신호의 굴곡을 가녀린 바늘로 읽기 때문에 턴테이블 바늘이 닳으면 교체를 해주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바늘의 수명을 400시간 정도로 잡습니다. 시디플레이어는 시디에 세겨진 정보를 레이저로 읽는데 이 레이저를 쏘는 픽업이라는 부품도 수명이 있습니다.

대체로 5000시간 정도입니다. 턴테이블 바늘에 비하면 훨씬 길지만 어쨌거나 수명이 다하면 교체해 주어야합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2시간씩 들었을때 6년 정도 사용할 수 있는거죠..

보통 가정집에선 이정도로 자주 듣지 않기 때문에 픽업이 망가진다기 보다는 제품에 실증이 나서 바꾸는 경우가 더 많겠죠. 꼭 실증이 나지 않더라도 픽업이 망가질정도면 대부분 제품을 버리게 되지만..저는 그런 사람이 아닌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턴테이블에 비해 오래 사용할수 있기때문에 손쉽게 갈아 끼울수 있는 턴테이블 바늘(카트리지 형식이어서 손쉽게 교체할 수 있습니다)보다는 어렵지만 못할만큼 어려운 작업도 아닙니다라고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득 체워 봅니다.

서비스센터를 통해 교체하면 돈이 많이 들수도 있습니다. 요즘같은 고유가와 더불어 주식이 대량으로 물려 있는 시기에 그거슨 안될 이야깁니다

일단 이 인켈 cd플레이어에 어떤 픽업이 사용되는지 알아야 합니다. 인켈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수도 있겠지만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는게 빠르겠죠. 구글신은 모든걸 알고게시니까요

시디피 모델명과 픽업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하지 이 모델의 픽업은 소니에서 만든 KSS-240A라는 정보를 찾을수 있었습니다. 많은 픽업들은 정전기방지 봉인을 납땜으로 제거해야 하는데 이 픽업은 워낙 많이 사용되어서 그런지 납댐으로 봉인 제거가 필요 없이 판매되고 있더군요. 개꿀~

요즘 소니하면 손흥민이나 축구를 떠올리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제 나이때 사람들에겐 워커맨과 클리에 바이오 노트북 등 요즘 애플에 맞먹는 최신기술 기업이었습니다만 소니 부품이라고 소니 홈페이지에서 찾을수는 없죠

구글신에 문의해본 결과 알리와 옥션 두군데 모두 부품이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알리 최저가 7800원 옥션 배송비포함 18000원 2배 넘는 가격이지만 옥션은 주문하면 늦어도 이틀이면 도착합니다. 옥션으로 구매하고 정확히 이틀후 부품이 도착했습니다


일단 시디피 커버를 벗깁니다

그러면 누가봐도 시디피 모듈인 부품이 가운데 떡하니 자리 잡고 있습니다 (생각외로 내부가 깨끗해 놀랐네요. 깔끄~ㅁ 한것이 제 대장내시경 사진 같달까요? ㅋ)우선 까만색 상단 부품을 해체해야 합니다. 좌우의 나사 두개만 풀면 간단하게 분해 됩니다. 시디를 눌러서 같이 돌리는 부품이기 때문에 잘놓아 둡니다. 이런 오래된 가전은 부품 하나 하나의 컨디션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기때문에 아주 조심 조심 다뤄야 합니다. 마치 제 허리나 도가니처럼 말이죠~

해체를 하고 나서 픽업 부품을 분해해야 하는데 시디트레이가 떡하니 가로 막고 있습니다. 아 이런~ 잠깐 전원을 연결하고 시디반출 버튼을 눌러 트레이를 빼내고 코드를 뺍니다


그러자 픽업을 고정하고 있는 부품이 나타납니다. 일단 4개의 나사를 드라이버로 풀어야 하는데 나사가 작아 일반 드라이버로는 열리지가 않습니다. 누구나 어느 가정이나 한셋트쯤 가지고 있는 작은 드라이버셋을 가지고 와서 나사를 뺀 후 데이터케이블과 전기 케이블을 지금 보다 더 아주~ 극도로 조심해서 분리합니다. 이런 오래된 케이블들은 삭았을수도 있고 접합부들이 낡았을수도 있기때문에 아주 아주 조심해야 합니다. 끊어지면 T..T

이 부품은 아래 4개의 스프링으로 본체의 진동을 흡수하게 설치되어 있습니다. 분해할때 이 스프링 잘 놔뒀다가 다시 설치해야 합니다~ 잃어 버리면 T..T


마치 시한폭탄을 제거하는 영화속 주인공처럼 오만상 얼굴을 찡그린 결과 무사히 분리되었네요~ 픽업 모듈이 떠난 덩그런 시디모듈엔 데이터케이블과 전원케이블만 남았네요 ㅋ

특히 데이터 케이블은 이렇게 별도의 어뎁터없이 얇은 플라스틱 케이블을 픽업 단자에 직접 꽂아야 하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픽업 모듈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화살표의 플라스틱 기어를 빼기 위해 살포시 뒤집어 봅니다

분해할수 있도록 화살표처럼 플라스틱핀으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이 핀을 살짝 오무려주면 플라스틱 기어가 분리 됩니다

이제 화살표로 가르킨 플라스틱 고정핀을 살~짝 벌려주고 쇠로된 핀을 밀면


공간이 생기고 픽업이 분리 됩니다


사용하던 픽업은 크게 낡은것같지 않지만

새 픽업을 보니 역시 세월은 그냥 흐르지 않는다는걸 느끼게해줍니다. 레이저를 비추고 이리 저리 음악 재생을 위해 오랜시간 움직여서 플라스틱 자체가 색도 바래고 낡은게
느껴집니다. 비만 오면 저릿저릿한 제 허리 디스크도 꺼내보면 저렇겠죠?(저 정도만 되도 다행이려나요?)

이제 역순으로 조립을 하고 전원을 넣어 봅니다. 그런데~

시디트레이가 닫히면 시디를 돌려야 하는데 그 모터가 움직이질 않습니다~ 허걱

다시 조심스럽게 분리하고 원래 픽업을 설치해 봅니다. 정상작동~

구매한 픽업 불량 당첨. 옥션 제품 문의란에 질문을 올렸더니 10분도 지나지 않아 바로 전화가 왔습니다. 픽업이 불량인거 같으니 새로 하나 주문해서 설치해 보시고 새로 보내 드린게 문제가 없으면 앞에껄 반품해 달라고 하시네요~

바로 주문 하고 이틀후 픽업이 배달되었고 이제는 인켈 수리기가라도 된것처럼 능숙하게 분해하고 설치 합니다

픽업

너 이번엔 양품이겠지?


만세 정상작동~

마눌님 시디도 더 이상 헤매지 않고 척척 읽습니다. 뭔가 밥값을 한것같은 근거없는 뿌듯함을 드링킹 드링킹~ 마눌님을 불려서 시연을 해 드렸습니다.

와 우리 자기 금손~~ 척척박사~~ 너무 멋지다~~ 최고~최고~ 막 칭찬해서 고래처럼 춤을 추고 싶지만 마눌님은 시크한 편

"응 잘 돼네.. "

끝~ 

이번엔 어찌 어찌 고쳤지만 어쨌거나 무려 96년에 생산된 제품이니까 픽업 말고도 어딘가가 망가질 가능성을 항상 품고 있는 녀석이라 불안 불안 합니다.

1급 레이저 제품이라.. 뭔가 고색창연한 느낌적인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그런 불안한 마음이 이런 빈티지 기기를 사용하는 즐거움의 일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부품을 찾아서 조심스럽게 수리하고 수리한 제품이 정상적으로 작동 하는것 자체도 번거로운 일이라면 번거로운 일이지만 그 나름의 즐거움이 있기도 하구요..

이상 부품값 15000원 배송비 3000원 인건비 셀프 맘고생 잔뜩 첨가한 인켈 시디피 자가 수리기를 마칩니다

어이 CD-7R 우리 오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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