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하류's Story

생신과 문상

초하류 2008. 6. 23. 19:30

아버지 생신차 주말에 대구로 내려 갔다. 고만 고만하게 사는 아들 딸들은 고만 고만한 축하와 고만고만한 선물들로 생일을 축하해 드렸다. 그리고 올라 오려는 일요일 저녁 갑작스레 전화가 왔다. 회사 이사님이 부친상을 당하셔서 문상을 간다는 전화였다. 예약되었던 서울행 KTX는 취소하고 진해로 향했다.

다른 직원들은 서울에서 내려 오는 길이라 나는 제일 먼저 혼자 도착했다. 이사님은 서글서글한 눈매가 꼭 닮은 영정 사진 앞에서 까만 치마저고리를 입고 서 있었고 여느 문상 자리에서나 처럼 나는 뭐라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아무 생각이 나질 않았다. 이사님과 돼지고기와 그런 저런 규격화된 상차림 앞에 앉아 잠시 자리를 같이 하다가 서울행 버스를 타기 위해서 부랴 부랴 택시를 타고 마산 고속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아버지 생신을 위해 내려온 길에 이사님의 아버님 문상을 갔다 오니 이런 저런 생각에 가뜩이나 덜컹 거리는 버스에서 쉬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워낙 꼬장 꼬장 따지시고 앞뒤 분명하신 분이셨던 아버지는 이제 60 넘으신지 금방이신데 자꾸만 같은걸 물으셔서 주위 사람들을 걱정하게 만들고 있다. 워낙 운동은 별로 좋아 하지 않으시던 분이라 육체적으로도 많이 쇄약해 지셔서 예전에 쩌렁 쩌렁 하던 목소리나 번들 번들 하던 눈빛은 찾아 볼래야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벌써 정말 조그마하고 가녀린 노인이 되어 버렸다.

일년에 몇번 명절과 부모님 생신때 그런 아버지를 볼때 마다 생각 한다. 시간은 자꾸만 흐른다. 흐르는 시간을 아무도 막지 못한다. 그리고 그 시간은 그냥 흐르지 않는다. 모두가 조금씩 낡고 지치고 병들어 간다. 마버지를 걱정하는 내 마음은 비록 곧 오픈할 프로젝트가 문제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만큼도 애틋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낡고 지쳐가는 아버지를 보는 내 마음은 분명히 쓸쓸해 진다. 세월은 그렇게 자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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