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생신차 주말에 대구로 내려 갔다. 고만 고만하게 사는 아들 딸들은 고만 고만한 축하와 고만고만한 선물들로 생일을 축하해 드렸다. 그리고 올라 오려는 일요일 저녁 갑작스레 전화가 왔다. 회사 이사님이 부친상을 당하셔서 문상을 간다는 전화였다. 예약되었던 서울행 KTX는 취소하고 진해로 향했다.
다른 직원들은 서울에서 내려 오는 길이라 나는 제일 먼저 혼자 도착했다. 이사님은 서글서글한 눈매가 꼭 닮은 영정 사진 앞에서 까만 치마저고리를 입고 서 있었고 여느 문상 자리에서나 처럼 나는 뭐라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아무 생각이 나질 않았다. 이사님과 돼지고기와 그런 저런 규격화된 상차림 앞에 앉아 잠시 자리를 같이 하다가 서울행 버스를 타기 위해서 부랴 부랴 택시를 타고 마산 고속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일년에 몇번 명절과 부모님 생신때 그런 아버지를 볼때 마다 생각 한다. 시간은 자꾸만 흐른다. 흐르는 시간을 아무도 막지 못한다. 그리고 그 시간은 그냥 흐르지 않는다. 모두가 조금씩 낡고 지치고 병들어 간다. 마버지를 걱정하는 내 마음은 비록 곧 오픈할 프로젝트가 문제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만큼도 애틋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낡고 지쳐가는 아버지를 보는 내 마음은 분명히 쓸쓸해 진다. 세월은 그렇게 자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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