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극장

[블로그 연속극] 요즘사랑-2

초하류 2004. 11. 15. 12:32
어중간한 시간의 과사는 썰렁 그 자체였다. 제대하고 복학하면서 성적은 몰라도 수업은 한시간도 안 빠지고 들어 가겟다던 소박한 계획마저 오늘의 엉뚱한 소동으로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론 어이가 없으면서도 슬그머니 그 여학생에게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에라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



어제 설친 잠으로 썰렁하고 불편한 과사 소파지만 눕자 마자 잠이 들어 버렸다.



“선배 ~~ 현덕 선배 여기서 자고 있으면 어떡해요”



“으응.. “



정신 덜 차린 희미한 시야에는 후배 수진이 얼굴이 거꾸로 비치고 있엇다.



“선배 오늘 디자인과 생활 수업 있다는거 잊었어? 수업 안 나와서 걱정했더니만 이런데서 자고 있다니 완전 실망이야 전공은 취미가 안 맞아서 소홀히 한다지만 디자인과 생활은 선배가 좋와해서 신청 한거잖어 그런데 이런데서 자고 있으면 어떡해”



“수진아”



가만히 두면 한시간이든 두시간이든 저 쪼막만한 입술을 쫑알 쫑알 놀려서 나에게 잔소리를 쏟아 놓을꺼라는거 정도는 이미 파악하고 있는 나였다. 어찌 오늘은 좀 더 험악하긴 하지만 이럴때는 음.. 수진이의 유일한 약점을 파고 드는 정석으로 대향 하는 것 만이 방법 이란 것도 말이다.



“수진아 배고프지 우리 점심 먹으러 가자.. ^^”



“왜 식당 아줌마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내겐 이 정도의 양을 떠 주지 않는 걸까 정말 남녀차별이 별게 아니 라니깐 이런 사소한 것들이 모여서 남녀를 차별 하는 거 라구 아니 여자라고 하긴 내가 좀 날씬 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밥을 조금만 어 새처럼 조금만 먹어야 된다는 법이 어딨어…”




수진이는 내가 타온 국밥을 먹으면서도 연신 그 쪼막만한 입술을 놀려 두지 않고 쉴세 없이 쫑알 대고 있었다.



그래도 복학하고 어리버리하게 과를 빙빙 돌던 내게 유일하게 선배 대접을 해주는 착한 후배가 조금 수다쟁이라고 한들 뭐가 그리 대수겠어. 밥을 먹으면서도 저렇게 쉴세 없이 쫑알댈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지..




“선배 내 애기 듣고 있어요? 핸드폰 어쨌냐구요~~”




쫑알 거리는 수진이를 두고 혼자 딴생각 삼매경에 빠져 있던 내 후두부에 가뜩이나 높은 옥타브의 수진이 목소리가 샵을 붙여서 찔러 들어 왔다.




“어 핸드폰? 어 .. 핸드폰 .. “




찍어 논 사진처럼 그 순간이 머릿속에 확 떠 올랐다.




내 머리 보다 약 40cm미터 위에서 파란 핏줄이 투명하게 비치는 가느다란 손목 위쪽에 새끼 손톱에만 빨갛게 칠한 특이한 손에 들려 있는 겨우 일주일전에 바꾼 내 최신형 핸드폰




왼쪽 눈에만 쌍거플이 있는 예쁘장한 얼굴이 헐크 처럼 일그러 져서는 앙다문 턱에 근육이 잡힐듯하고..




“선배 듣고 있어? 왠 여자애가 전화를 받더라니깐…”




어 어.. 아까 아 아까 아침에 .. 음 그러니까 내가 잃어 버렸나 보다.. 내가 전화를 한번 해 보지 뭐..




“고객님의 핸드폰이 꺼져 있어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 됩니다. 연결된 후에는 통화료가 부과됩니다.”




벌써 5번째 전화를 해 봤지만 전화는 계속 꺼져 있었다. 역시나 최신형 핸드폰이라 그 여고생이 꿀꺽 해 버린 걸까.. 아직 핸드폰 값도 두달 밖에 안 냈는데 아직 22개월이나 남았는데..




술 먹자는 동기 놈들의 유혹도 뿌리치고 집으로 들어 왔다. 내일 시험 볼 당시삽백수를 공부해야 되기 때문이다. 나의 탁월한 기억력에 이제껏 배운 당시 10수를 적는것이야 말로 따논 점수 였으니까. 게다가 출석도 100%를 기록하고 있으니 이번 학기에 나의 몇 안되는 믿는 구석이었다.




공부를 끝내자 시계는 11사였다. 시험 공부 할 때는 잊어 버렸던 핸드폰 생각이 미치자 다시 짜증이 무럭 무럭 밀려 들었다.




‘자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해보고 깨끗하게 핸드폰 잊어 버리자..’




잘그락 거리는 동전을 굴리며 공중전화 앞에 섰다. 뚜우우 뚜우우 신호가 가기 시작하자 나도 모르게 흐읍 심호흡을 들이 마시려는 찰라




“오 변태 아저씨”




“케에에엘록 켈록..”




“뭐야 감기에 걸려 보린 꼬야? 헤헤헤 “




뭘 그렇게 놀랐는지 한참을 눈물을 흘리면서 기침을 하고 나서야 첫마디를 뗄 수가 있었다.




“제 핸드폰은 무사한가요?”




“그러니까 내가 받았쥐이이 딸꿀”




“제 핸드폰 돌려 주실 꺼죠? 그거 아직 할부도 안 끝났거든요…”




“어 그럼 지금 딸꾹 받으러 오셔”




“거기 어디에요”




“아 여기 민국대 뒷문 양철북야 딸꾹”



“아니 무슨 고등학생이 이 시간에 밖에서 그것도 술을 마시고 있는거에요?”




“뚜.. 뚜.. 뚜…”




우씨 뭐 이런 버릇없는 꼬마가 다 있어 내가 단단히 혼을 내 줘야 겠다




내 애마 16단 기어 자전거를 힘차게 굴리며 양철북으로 향하면서도 머릿속은 어떻게 멋지게 충고를 하고 내 핸드폰을 받아 올 것인가만 가득했다.




5분쯤 달렸을까 저 앞에 켄을 쪼르르 박아서 요철로 쓴 특이한 간판의 양철북이 시야로 들어 왔다.




자전거를 가로수에 묶고는 양철북의 문을 열자 첫눈에도 여고생 교복을 입고 500cc잔을 들이키고 있는 그녀는 단연 눈에 뛸 수 밖에 없었다.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고 그녀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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