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하류's Story

구두닦기

초하류 2007. 8. 7. 12:09
천성이 깨끗한것과는 그다치 친하지 않은지라 군대에서도 점호시간 마다 군화 광내는게 제일 힘들었다. 내가 닦으면 아무리 열심히 닦아도 다른 사람들 처럼 반들 반들 유리처럼 광이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애써 그렇게 광을 내고 싶거나 광이 안나서 애가 닳지도 않으니 그냥 약만 묻혀서 쓱쓱 닦는게 다였다.

어제 백만년만에 너무 닳은 구두굽을 갈기 위해 구두 수선점에 들렀다. 낡은 구두굽을 쓱쓱 뜯어 내고는 본드를 칠하고 망치로 쾅쾅 두드려서 새 굽을 붙여 주시고는 덤으로 반들 반들하게 광까지 내주셨다.. 덕분에 낡아서 버려야 할꺼 같았던 구두가 반질 반질 윤이 났다. 그리고 더 놀라운 사실은 끈이 떨어져 버려질 위기에 처해진 내 서류가방도 조금은 투박하지만 말끔히 고쳐 주셨다는 사실.. ^^



반질 반질 윤이 나는 구두를 보면서 프로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봤다. 내가 맡은 프로젝트들은 이렇게 반질 반질 광이 나는 놈이 있었던가? 아.. 갑자기.. 백만년 만큼 부끄러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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