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하류's Story

차를 사고 싶을때

초하류 2006. 11. 28. 22:40
나는 아직 차가 없다. 나이 서른 넘어서 차 없는게 무슨 자랑은 아니지만 아직 돈도 충분치 않고 그 필요도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불쑥 불쑥 차를 사고 싶은 욕망이 치밀어 오른다. 차가워진 날씨에 기다려도 오지 않는 버스 때문은 아니고 이리저리 밀리는 지옥철이 세삼 힘들어 진것도 아니다. 문제는 DMB들이다.

집구석에서 100여개 채널을 가동 시켜 우리의 눈과 귀를 묶어 놓는것도 부족하여 손바닦안에 달랑 달랑 붙어 나오는 이놈에 DMB들은 나를 미치게 만든다. 피곤하게 돌아가는 저녁 놓지기 싫은 드라마 보는데 내가 뭐 그리 짜증이 날까 하지만 문제는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고 스피커로 TV를 틀어 대는 인간같지 않은 ㄴㄴ들이 적지 않다는거다.

뒷자리에 떡하니 자리를 잡더니 자랑스럽게 꺼낸 물경 몇십만원짜리 핸드폰의 안테나를 뽑는 모습이 힐끗 보이면 머리털이 곤두서기 시작한다. 결국 이어폰 없이 시작된 TV 시청. 모두들 이어폰을 쓰고 다니느라 귀가 무뎌진걸까? 시끄러운 음악을 주로 듣는 내 이어폰에서 흘러 나오는 소리에도 주의를 주던 사람들은 다들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는지 DMB소리를 신경 쓰는 내가 미친놈 처럼 느껴진다.

"저 아저씨 이어폰 안쓰세요?"

"네"

역시 나만 신경 쓰인것은 아닌듯 하여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 아가씨의 항변도 소리를 조금 줄였을뿐 DMB를 끄지는 못했다. 문명의 이기들은 발에 날개가 달린듯 날아 가지만 그걸 사용하는 사람들의 의식은 물위에 올려 놓은 바다거북처럼 미적 거리기만 하고 있다. 핸드폰이 보급되고 공공장소에서 작은 목소리로 통화 한다는 예절이 그나마 지금까지 자리잡히는데 10년정도 걸린거 같은데 이제 DMB는 또 얼마나 오래 걸릴까. 이럴바엔 차라리 세상 모든 DMB기기들을 이어폰이 아니면 소리가 나지 않게 만들어 버리는것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상상으로 상한 속을 달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