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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극장2018.09.15 23:59

“와 얼마만에 이놈을 타는건지 모르겠네요. 지금 타는 렙터 보다는 훨씬 구형이지만 전 이녀석이 훨씬 더 맘에 들어요. 모든것이 풍요롭기만했던 미국의 70년대를 그대로 보여주는듯한 아름다우면서도 여유 넘치는 디자인,


 너무 자동화된 요즘 전투기들과는 다른 이 묵직한 손맛, 아날로그 바늘들이 까딱 까딱 귀엽게 흔들리는 계기판 까지요. 우아한 기체 만큼 거대한 연료통도 든든하구요.. 무엇보다 가장 멋진건 복좌기라서 닥터류를 이렇게 뒷자리에 태우고 드라이브 할 수 있다는거죠”

 

나토 런던지부에는 유로파이터와 라팔같은 유럽산 전투기들이 주력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런던에서 스위스 까지 700 km가 넘는 거리를 별도의 공중급유 없이 왕복하기에는 항속거리가 넉넉하지 않다. 


그에 비하면 비록 최신애 전투기들과 비교해서 구닥다리긴 하지만 연습기로 비치되어 있는  F-15가 더 유리했다. 기본 무장만 남기고 보조연료 탱크를 달고 최대한 연료를 채운다면 5700km를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모를 비상 사태까지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스위스 나토 기지를 왕복하는데 문제가 없다.


 스위스로 날아가는 동안 닥터류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다. 어색한 분위기를 바꿔 보기 위해 제임스 중령이 최선을 다했지만 그는 유머 혹은 떠벌거림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 차세대 레이더 프로젝트는 정말 도전적인 프로젝트였나봐요. 오직 실력으로만 팀을 구성한 티가 팍팍 나잖아요. 나토가 정치적으로 올바르니 어쩌니 해도 여전히 유색인종에겐 배타적이잖아요? 


그런데 개발 책임자가 코리아 출신 게다가 여성 공학자, 그리고 이론적 바탕도 닥터킴이니까 한국 출신일꺼잖아요. 대단한거 같아요. 닥터류가 이렇게 미인이니까 닥터킴은 엄청난 꽃미남이려나? K-pop의 멋진 아이돌들 처럼요~”

 

“크크”

 

“오 드디어 긍정적인 피드백이 나왔네요. 저 만나고 처음 웃은거 아세요? 뭐든 꾸준히 하게 노력하면 조금씩 진전이 있다니까.  닥터킴은 이번 프로젝트로 만나신 분인가요?”

 

“아뇨 예전부터 알고 지냈어요~”

 

“역시 각 분야의 최고 실력자들은 서로를 알아 보는 법이죠. 예전이라면 3년? 4년?”

 

“아뇨 그것보다는 훨씬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어요”

 

“음.. 그럼 혹시 남자친구?”

 

“하하하하”

 

닥터류는 좁은 콕핏이 떠나갈듯 크게 웃었다.

 

“맞구나? 미녀 공학자와 꽃미남 물리학자 커플이라니 무슨 만화에나 나올법한 이야긴데요?”

 

“스위스에 도착해서 닥터킴을 만나면 이 이야기를 꼭 전해줄께요. 우리 엄마가 엄청 재미있어 하실꺼에요. 아직 살아 게시기만 하시다면요~”

 

웃으며 시작한 닥터류의 말끝이 흐려졌다. 제임스 중령은 힐끗 계기판을 처다 보았다. 특별히 문제가 없다면 목적지인 스위스 나토군 기지까지 연료는 충분했다.

 

“전투기는 처음 타는거랬죠? 지금까지는 전투기도 민항기처럼 부드럽게 날 수 있다는걸 충분히 보여줬으니 이제 전투기처럼 날면 어떤 느낌인지도 한번 경험해 봐야죠? 좀 오래되긴 했고 랩터 보다는 못하지만 이녀석  꽤 쓸만한 엔진을 가졌으니까요, oldies but goodies, 클래식~~ you know what I’m Saying~~. 스위스까지 눈깜빡할 사이에 도착할테니까 안전밸트 확인하시고 시트 꽉 잡아요~ 출~발~~~~”

 

제임스중령이 크루즈 모드를 해제하고 출력 레바를 밀어 전투기를 가속시켰다. 애프터버너가 작동하자 F-15의 거대한 쌍발 엔진 노즐이 굉음을 내며 파랗게 달아오르는가 싶더니 소닉붐을 일으키며 음속을 돌파해 날아갔다~

 

“아무리 미물이지만 이렇게 많은 목숨을..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입니까..”

 

가장 급박해 보이는 곳으로 내려온 현장과 최치원 그리고 테무진은 눈앞에 쌓인 수없이 많은 까마귀의 시체를 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이 까마귀들은 백호의 사자후에도 모두들 미친듯이 이곳에 날아 들어 살아 있는 것은 쪼고 움직이는 것이라면 부딫히고 있었다. 정상적이었다면 백호의 사자후는 커녕 눈을 부라리는 것 만으로도 꼼짝 못하고 숨이 막혀 쓰러지는 것이 정상이다. 이것은 신선이 아니라 삼척동자가 봐도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이 까마귀들은 필시 어떤 힘에 의해서 조정을 받고 있다. 백호 너의 눈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느냐?”

 

“그렇다”

 

“이 까마귀들은 특별한 능력이 있는 놈들이 아닙니다. 그저 어디서나 까악거리며 날아다니는 까마귀일뿐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엄청나게 많은 까마귀들이 마치 단단한 바위를 뚫는 물줄기 처럼 이 건물과 사람들을 들이 받아 이지경을 만들었을까요.

 

이것은 인간에게도 까마귀들에게도 못할짓입니다. 어떤 사악한 존재의 의지가 개입되어 있는게 틀림없어요. 설마 인간 마법사가 일으킨 짓은 아니겠죠?”

 

“현장 제가 보기엔 이건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요. 서양의 마법이 엄청나게 발전하기는 했지만 수학이라는 불완전한 도구를 주문으로 사용하는지라 아직까지 그 힘에 한계가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살아 있는 생물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간은 없습니다.”

 

“최치원. 그대가 인간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내가 처음 우리 부족을 이끌고 몽골에서 일어 섰을때 그렇게 창대한 제국을 세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인간은 아무도 없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내가 선계에 올라 이룬 것들 보다 인간이었을 때 훨씬 더 높은 곳까지 도달한 것이 아닌가 생각될 때도 있다. 인간의 한계를 함부로 말하지 말라”

 

“아직 살아 있는 인간이 있다.”

 

백호의 사념이 울리더니 엉망으로 망가진 건물과 까마귀 시체 위 한곳을 안광으로 비췄다. 건물이 무너지면서 벽과 기둥이 서로를 받처 생긴 조그만 틈아래에 책상이 끼어 있었고 그 책상 아래에 중년의 여성이 쓰러져 있었다.

Posted by 초하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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