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사람을 만나다

초하류 2005. 2. 18. 10:41
예전에 그러니까 인터넷도 휴대전화도 없고 삐삐도 없었을때

전화번호라고 그러면 의례 집 전화번호였던 그때 여자친구 집에 전화라도 할라치면 혹시나 아버지가 받으면 어쩌나 가슴 두근 거리던 그때

우리는 정확하게 약속을 해야만 했다.

이 넓은 지구에 그어 놓은 X와 Y축에 시간이라는 변수까지 가미된 무한대의 지점들중에 약속된 한사람 이상의 다수가 정확한 량데뷰를 한다는것은 마치 지금의 우주선 발사처럼 정확한 약속 긴장된 기억 그리고 철저한 약속의 준수를 요구하는 고난위도의 무엇이었다.

5분이 늦고 10분이 늦어도 30분이 늦고 1시간이 늦어도 출발지를 떠나 이동중에 있는 그 사람의 위치도 현재 상태도 알수가 없었다.

그저 하염없는 기다림과 그 기다림이 주는 스트레스 만큼의 토라짐이 전부였던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그 사람을 만나려면 거기에 있어야 했고 그곳에 기다려야 했다.

지금은 어떤가

사람들의 약속은 점차로 그 정확도가 희미해져 가고 있다.

어 우리 내일 6시쯤 만나자 정도는 그야말로 타이트한 약속의 형태가 되어 버린지 오래이고 대부분의 경우는 내일 전화할께 정도나 나 광화문 근처에 있을꺼니까 전화해 정도가 되 버렸다.

사람들은 이제 거의 빛의 속도로 서로의 시간과 공간에 제약받지 않고 자유롭게 서로의 목소리를 확인할수 있게 되었다. 하긴 21세기 아닌가

전화 핸드폰에 메신저 그리고 최근 미니홈피까지 서로가 서로를 만날수 있고 확인할수 있는 수단의 과잉으로 인해 물리적인 만남은 더 이상 서로의 안부나 일상사를 나누기 위한것이 라기엔 2% 부족한 느낌이 든다.

서로를 실제로 만나기 위해서는 뭔가 특별한 어떤것이 필요하다는 중압감마저 생길 지경이라 만난다는것의 부담도 예전보다 커져 실제로 만나는 횟수는 오히려 줄어 들고 있다.

접점이 점점 많아 지는 사이 서로를 느낄수 있는 거리에서의 감정교감보다는서로에 대한 표피적인 정보 교환으로 우리의 인간관계가 점점 각박해져 가지나 않을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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