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극장

[블로그 연속극] 요즘사랑 - 8

초하류 2004. 12. 20. 15:29
“아저씨 갑자기 그렇게 일어나면 어떡해.. 아야~~~”



“괜찮어? 갑자기 뒤에서 소리를 내니까 놀라서 그랬지”



“우씨 그렇게 벌떡 일어난 아저씨가 잘못 된 거지 내가 뭘..”



모텔방 바닥에서 주저 앉아서 창밖으로 밤바다를 보며 먹는 맥주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근데 왜 대답 안하고 은근 슬쩍 넘어 갈려고 그래? 깔끔이가 누구냐니깐?”



“아 .. 우리과 후배야”



“오호라 여자 후배? 보기 보다 능력 있으시네.. 이뻐? 아까 그래서 피한거야?”



“그.. 그런게.. 아니고..”



아 빨리 뭔가 대화의 주제를 돌려야 할텐데.. 밥은 벌써 먹었고..



“근데 아버지 오셨다며 전화도 안하고 이러고 있어도 돼?”



“아빠? 아 아빠는 또 출국하셨어 잠깐 들어 오셨었나봐”



“그래? 아버지가 무척 바쁘신가보네”



“어 사진찍어 사진작가 있잖어..”



“그렇구나”



“일 시작하면 정신도 없어 나 정도는 있는지 없는지도 몰라.. “



“그렇구나.. 그럼 엄마한테라도 전화를 해야 되는 거 아냐?”



“엄마? 엄마 같은 거 없어.. 나 입양 됐는데 뭐..”



쿨럭.. 나경이 입에서는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는 뉴스도 밥 먹을래 정도의 강도로 전해 지지않을까 어쩜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 아 나 혼자 이렇게 어색한 걸까?



“그나 저나 요즘 사람 아닌 것 처럼 굴더니 블록질도 하는구만 주소 갈켜줘”



“어.. 그거야 뭐..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지. 근데 .. 별로 볼것도 없어 난 디지털 카메라 같은것도 없구 그렇다고 글을 잘 쓰는것도 아니라서.. 그냥 .. 사실을 교수님이 블로그 만들기를 과제물로 내서 그래서 얼마 전에 만들었거든.. 그래서 내용도 하나도 없고..”



…………



“왜 그렇게 처다 보고 있어… “



“말 안 더듬고 잘 하네.. 난 유비 아저씨는 말 더듬는 병에 걸린 줄 알았지.. 그렇게 쫑알 쫑알 대는 모습도 꽤나 귀엽네..”



아 어쩌다 저런 꼬맹이 한테 이렇게 애 취급이나 받고 있단 말인가..



언제 다 먹을까 싶던 맥주가 벌써 동이 나기 직전이었다.



나경이는 태연하게 침대로 올라가더니 이불을 덮었다.



“유비 아저씨 이렇게 매력적인 아가씨가 침대에 누워 있는데 팔베개 이 딴거 좀 해 주는 거 완전 기본적인 매너 아냐?”



잘 잔다.. 코를 도르릉 거리며 잠든 나경이는 입에서 풍기는 술냄새만 아니라면 누가봐도 이쁜 아가씨.. 아 아니.. 고등학생이었다.



에고 주책 맞게 심장이 rpm을 높여 갔다. 이러면 내가 안돼지…



깜빡 잠이 들었다가 눈을 떴다. 저리 저리 한 팔.. 쥐가 나려나..



유도로 단련된 내 팔도 팔베개를 밤 세도록 해 주기는 무리가 따르는 모양이었다.



고양이처럼 내 쪽으로 웅크리고 자는 나경이를 살그머니 밀어 놓고 침대 모서리 쪽으로 옮겼다. 한숨이 절로 났다.



어쩌자고 저런 엉뚱한 아이와 엮여서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걸까 내일 발표 준비도 하나도 못했는데..



“아씨 무거워 아저씨 이 다리 좀 치워.. 숨 막혀~~”



“어..”



어느새 잠이 들었었나 보다 비교적 얌전하지 않은 내 잠버릇은 잠시 방심한 사이 육중한 오른쪽 다리를 나경이 배위로 올려 놓았고 사정없이 들려 버린 다리 무게를 감당 하지 못하고 몸은 침대 바깥으로 ..



“쿵”



“나 학교 늦겠어 빨리 일어나 서울 가야지..”



동이 트기도 전이었다. 주섬 주섬 옷을 입고 차 쪽으로 걸어갔다. 차 앞에 도착하자 나경이가 차문을 철컥 열었….



이게 뭐야 어제 저녁 틀림없이 차키를 잃어 버리고 난리를 친 후에 못 찾았었는데.. 어째서 나경이는 차문을 열 수가 있는 거지?



“뭘 그렇게 귀신 보듯이 처다 봐.. 아저씨 잠바 안주머니가 떨어져서 옷 안감 속으로 들어가 있더만 잘 찾아 보지도 않고 말이야… 솔직히 말해봐 나 한 테 흑심이 있어서 일부러 그런거지?”



“아냐 절대 아냐.. 내가 아버지 도복 검은띠에 새겨진 명인이라는 글자에 맹세할 수 있어”



“알았어 운전이나 해 잘 찾아 갈 수 있지?”



이렇게 꽉 끼는 불편한 시트에서도 나경이는 참 잘도 자고 있었다. 이른 아침 한적하기만 한 아침 고속도로.. 서울로 속도를 높여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