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구미호는 왜 인간이 되려고 하는걸까?

초하류 2010. 8. 12. 19:48

여름이면 방송사들은 앞다투어 괴기물을 특집으로 내 보내곤 한다. 그중에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 바로 구미호다. 아주 어릴때 흑백으로 본 구미호부터 어제 시작한 신민아의 엉뚱발랄한 구미호까지 구미호는 늘 인기있고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특별한 이야기중 하나인것 같다.

이렇게 나오는 수많은 구미호들은 이렇게 저렇게 변주가 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구미호가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보통 사람인 우리의 관점에서 보자면 아리따운 여성으로 둔갑할 수 있으니 외모지상주이인 요즘 일단 외모는 출중할 터이고 보통 오백년 정도의 수련을 해왔기 때문에 도술에도 능하고 키가 넘는 담벼락도 한번에 훌쩍 넘고 순식간에 달려 나갈수 있을만큼 육체적 능력도 있는 구미호는 남부러울것이 없는 존재인것 같다. 그런데 어째서 구미호는갖가지 힘든 제약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되려고 하는걸까?

어릴적 아무 생각없이 보던 구미호의 인간이 되고 싶은 갈망을 보다가 문득 저개발 국가에서 선진국으로 이민을 감행하는 요즘 우리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대한민국에서 나름 전문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미국의 시민권을 얻기 위해서 몇년간 닭이나 칠면조 도살장에서 힘들게 일해서 하층민으로라도 들어가고 싶어 하는 그들의 모습을 미국인들이 본다면 조금은 의아하지 않을까? 하지만 미국으로 이민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원하는 미국 시민권을 위해서라면 그들이 정말 어렵게 이룬 많은 것들을 기꺼이 버린다. 마치 몇백년의 노력끝에 얻은 도술을 모두 버리고 그저 평범한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는 구미호처럼..

미국인들이 미국 시민권을 위해 자신의 많은 것을 버리려고 하는것을 쉽사리 알기 어려운것 처럼 우리도 역시 구미호의 일상에 어떤 어려움이 있어 사람이 되려는것인지 알 방법이 없다. 다만 삶이 고해라는 불가의 가르침처럼 살아 있다는 것은 언제나 고통스러운 일이 있기 마련이니 구미호의 삶에도 나름 애환과 힘든점들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꼭 현재의 삶이 힘들어서라기 보다 어떤 욕망(구미호의 경우는 사람이 되고 싶다)에 집착하다 보면 이해손실을 따지는 분별력이 없어져 버리는 일은 흔히 일어 나는일이다. 자신의 장점보다 단점이 자신이 가진것 보다 가지지 못한것이 더 크게 보이는 것은 인지상정이니까

구미호도 우리도 조금만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것에 만족하며 살아갈 수는 없을까? 내가 가지지 못한것에 아쉬워 하기 보다 내가 가진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것은 어려운 일일까?

그러고 보면 해마다 찾아 오는 구미호는 현재를 감사하는것에 게으른 우리 스스로에 대한 자각이 무의식중에 작용한 것은 아닐까 싶다.